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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茶산업으로 관광산업까지 키운다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茶산업으로 관광산업까지 키운다

황차원에서는 당나라~청나라까지 1000년 동안 황제가 마시는 공차를 바쳤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잠잠해진 지난 주말에 800여명이 모인 동네체육대회가 서울시 도봉구 방학중학교에서 열렸다.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승부 못지 않은 장외 경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탄산음료를 얼린 시원한 아이스슬러시와 뜨거운 보이차가 맞붙었다. 무료 시음코너에 나란히 자리 잡은 음료수 배틀에서 초반에는 아이스슬러시의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지나자 갈증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보이차가 입소문을 타며 먼저 매진돼 승리했다.

보이차를 잘 모르는 아이들은 “보리차를 왜 보이차라고 썼어요?”라고 묻거나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어른들은 농약과 가짜 보이차에 대한 궁금증에 이어 비싸다는 보이차를 어떻게 수많은 사람에게 무료로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필자에게 물었다. 보이차를 처음 접하려는 사람들이 염려하는 잔류 농약은 중국 정부에서도 엄격히 관리 하지만 그보다 차를 재배하는 차농(茶農)들이 농약살포에 더욱 조심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농약을 쓰지 않으면 수확량은 줄지만 고가로 찻잎을 판매할 수 있다는 셈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보이차의 식약처 통과 유무를 확인하면 농약으로부터의 공포에서 일단 벗어 날 수 있다. 가짜에 대한 변별력은 워낙 스펙트럼이 다양해 약간의 내공이 필요하지만 우선 정식으로 수입 통관된 차인지를 확인하면 상당량이 걸러진다.
 고가로 팔 수 있어 농약 사용 줄이는 추세
1. 보이차의 고향, 윈난의 샹주칭에는 수령 3200여년이 된 진시우차주라는 차나무가 있다. 인도와 중국이 차의 종주국 자리를 놓고 한창 신경전을 벌일 때 이 나무가 발견돼 중국이 세계 차의 발원지로 인정받았다. / 2. 중국차의 첫 재배지로 알려진 야안의 몽정산 중턱에는 차를 우리는 주전자와 찻잔모양을 형상화한 ‘천하제일호’라는 대형 조형물이 있다. / 사진:서영수 제공
‘보이차와 보리차’는 마시는 음료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보리차는 엄밀한 의미에서 차가 아니다. 차는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것’만이 차다. 보리차를 비롯해서 감잎차·솔잎차·대추차·유자차·국화차 등은 차 대신 마신다고 해서 대용차(代用茶)로 분류한다. 커피도 일종의 대용차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雲南省)의 차나무에서 채취해 만든 차로, 한국에는 1990년대에 살을 빼는 다이어트차로 처음 소개됐다.

보이차의 고향, 윈난의 샹주칭에는 수령 3200여년이 된 진시우차주(錦秀茶祖)라는 차나무가 있다. 인도와 중국이 차의 종주국 자리를 놓고 한창 신경전을 벌일 때 이 나무가 발견돼 중국은 인도를 누르고 전 세계 차의 발원지로 인정 받았다. 모든 차의 어머니로 불리는 진시우차주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금수차조’라는 보이차 1편이 8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차의 종주국으로서 중국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처음 주창하며 “차(茶)가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물자였는데 앞으로도 주요한 교역물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의 문화와 역사는 차와 함께 부침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릴 귀한 차를 황건족에게 빼앗기는 삼국지의 설정부터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라고 믿고 서구를 무시하던 청나라가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아편전쟁의 원인에 차가 있었다. 2세기에 걸친 중국 대륙의 굴욕과 혼란의 시기 동안 중국의 차도 국제사회에서 위상과 가치가 형편없이 추락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이 주도한 인도와 스리랑카의 차가 세상을 주름잡았다. 국력과 비례해 차의 위상이 출렁였다.

문화적 자긍심에 경제적 가치를 더해 차는 차마고도(茶馬古道)시절부터 단순한 교역품목을 넘어 중요한 전략물자였다. 중국은 맛과 멋이 아닌 생존의 필수식품으로 차를 섭취해야만 했던 티베트인에게 차를 건네주고 폐활량이 뛰어난 준마(駿馬)를 가져와 전장에 나갔다. 기동력과 지구력이 뛰어난 고산지대의 말은 오늘날 최첨단 병기에 준하는 비장의 무기였다.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21세기에 굴기한 중국은 중국차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차를 중심으로 차문화와 연계한 관광산업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쓰촨성 야안(雅安)을 지난 7월 3일 찾았다. 쓰촨성의 성도, 청두에서 서쪽으로 147Km 떨어져있는 야안은 연중 280일 정도 비가 내린다고 해서 우성(雨城)이라고 부른다. 티베트로 이어지는 차마고도의 시발점이었던 야안은 그날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중국차의 첫 재배지로 알려진 야안의 몽정산을 오르는 길은 붉은 홍사석을 깎아 만든 돌계단으로 시작한다. 홍사석은 몽정산에서 나오는 흔한 석재로 대리석처럼 부드럽고 가공하기가 쉽다.

중국에서 차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00여년 전 서한(西漢)시대의 우리쩐(吳理眞)이 야생 차나무를 발견해 일곱 그루의 차나무를 몽정산에 옮겨 심으면서부터다. 산골농부였던 우리쩐은 사후에 보혜선사(普慧禪師)로 추앙받았다. 빗속을 뚫고 1시간 남짓 돌계단을 오르자 황차원(皇茶園)이 보였다. 황차원 입구는 양옆으로 새겨진 기다란 부조물이 차의 역사와 황실 공납에 대한 이야기를 이끼와 함께 전해 주고 있었다. 당나라 때부터 청나라 때까지 1000년 동안 황제가 마시는 공차로 바쳐졌다는 황차원에는 일곱 그루의 차나무가 보존돼 있다. 황차원의 차나무에서 이른 봄에 365개의 찻잎만을 채취해 황실에서 하늘에 제를 지낼 때 사용했다고 한다. 차나무를 보호하는 홍사석 울타리 뒤에는 돌로 만든 호랑이가 우중에도 황차원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 또한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황차원 옆에 있는 감로천은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우물의 뚜껑을 열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중국차 위상 높이려 대대적 투자
해발 1400m에서 자라는 몽정산의 대표적인 차는 녹차와 황차다. 녹차는 날카로운 첫 키스를 떠올리게 하는 몽정감로(甘露)와 몽정석화(蒙頂石花)가 있으며 몽정황아(蒙頂黃芽)는 가볍게 발효시킨 황차로 중년의 깊이와 풍미가 살아있다. 2800㎢에 달하는 쓰촨성의 차 재배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몽정산 풍치지구를 총괄하는 책임자는 “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세금 면제와 거액의 투자 지원으로 차 산업과 관광의 메카로 거듭 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리차를 잘못 쓴 것이 보이차라고 우기던 아이들이 커서 다양한 차를 즐기며 세계 무대에서 차로 돈을 버는 그림을 그려본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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