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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1929년 식 위기 온다?

중국에 1929년 식 위기 온다?

지난해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자 베이징 정부는 다시 태도를 바꿔 경기를 띄우려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시장이 이미 신뢰를 잃은 뒤였다.
중국 주식시장이 지난 6월 중순부터 3주 사이 30%나 폭락했다. 1929년의 미국 주가대폭락에 견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럴 만도 하다.

중앙은행과 명목화폐의 세계에서 지속 불가능한 호황에는 불가피하게 불황이 따른다. 어느 나라에서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면밀히 지켜볼수록 그들이 제 스스로 옭아맨 밧줄을 풀려고 끊임없이 애쓴다는 사실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중국의 통화정책은 팽창 지향적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공업국 세계와 다를 바 없었다. 금리를 묶어 놓은 채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퍼부었다. 2007년 들어 미국과 대다수 서방 국가의 통화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과거의 저리자금 바람에 부풀어 오르던 거품이 2008년 여름과 가을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

그러나 중국의 거품은 갈수록 부풀어 올랐다. 통화정책이 후진하기는커녕 고속기어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융자·적금·준비금을 기록적으로 키우고, 금리를 더 내리고, 국유기업과 사기업 모두에 초점을 맞춘 공공지출을 크게 늘렸다.

베이징 당국은 4년 뒤 마침내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그것은 2012~2014년 중국 국채 수익률에서 잘 드러 난다. 명목상 약 2.5%에서 4.5%로 2배 가까이 뛰었지만 인플레를 반영해 조정하면 훨씬 더 큰 폭의 상승이었다. 같은 기간 중 공식 소비자물가지수는 4%에서 2.5%로 떨어졌다.

경제가 약의 힘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약물투여를 줄이거나 중단하면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자 베이징 정부는 다시 태도를 바꿔 경기를 띄우려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시장이 이미 신뢰를 잃은 뒤였다.

올해가 중국에는 2008년의 금융위기라고 보면 된다. 저리자금 공급을 통해 인위적으로 몇 년 간 더 지탱한 자원배분의 왜곡을 청산할 때가 온 것이다. 중국의 다가오는 경기침체에 비하면 미국의 1929년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통화팽창이 일시적인 호경기를 낳고 이어진 통화긴축이 중국에서 현재 진행되는 침체를 예고했다. 미국의 1924~1929년과 상당히 닮은꼴이다. 그렇다면 흥미로운 의문이 떠오른다. 중국도 향후 몇 년 동안 1929년 미국의 주가대폭락 이후의 12년과 같을까?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양국 경제는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설픈 정책입안자들이 다음에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현실은 피할 수 없다. 멍청한 짓을 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미국 증시는 1929년 가을 대폭락한 뒤 겨울과 봄 사이 반등됐다. 1930년 6월에는 떨어졌던 주가가 절반 수준까지 회복됐다. 실업률은 여전히 한자리 대였다. 경기침체가 깊고 고질적인 불황으로 빠져든 건 초당적인 실책이 잇따랐기 때문이었다.

1929~33년 허버트 후버 정부가 경제에 ‘자유방임적’ 태도를 취한 것이 실수였다고 대다수 고등학교와 대학 교과서들은 반복해 지적한다. 그 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FDR)가 백마 타고 나타나 미국을 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후버도 위기와 ‘싸웠다’. 1930년 6월 숨 막힐 듯한 고율의 관세로 무역의 숨통을 조이고, 1932년에는 소득세율을 2배로 올렸다. 한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문가들은 통화공급량을 3분의 1이나 줄였다. 물가가 폭락하는데도 기업들을 설득해 임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부흥금융공사(Reconstruction Finance Corporation) 같은 구제대책에 공적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루스벨트는 1932년 “사상 최대의 과세와 예산지출을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비대해진 연방예산을 25%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정반대의 길을 갔다. 연방지출은 급증하고 세금과 세율도 치솟았다.

그는 공적 자금을 동원해 작물생산과 목축업을 망쳐놓았다. 가격통제법을 통해 미국 산업의 카르텔화를 시도했다. 수년간의 해로운 개입정책이 대공황을 최소한 7년 이상 연장시켰다. 이는 버튼 폴섬의 저서 ‘FDR의 경제유산이 미국을 얼마나 망쳤나(New Deal or Raw Deal?: How FDR’s Economic Legacy Has Damaged America)’에 잘 기록돼 있다.

미국이 1930년대 했던 일을 이제 와서 중국이 따라 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다. 베이징 정부를 이끄는 관료들이 뉴딜을 수립했던 FDR의 경제 두뇌들과 비슷하다면 어떻게 할지 뻔하다. 세율을 인상하고, 무역을 억제하고, 규제를 강화해 기존의 자유기업 정신을 무력화하고, 고용창출과 구제금융 대책에 수십억 위안을 쏟아붓고, 수많은 논을 갈아엎고, 라디오 방송의 노변정담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광스런 소식을 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중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 정직한 일거리를 찾는 것이 최상책라고 충고하는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우리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케이크를 잘 굽는지 안다. 전 홍콩 재무장관 존 카우퍼스웨이트가 홍콩에서 그것을 보여줬고(1960년대 자유 시장 경제정책 도입), 루드비히 에르하르트(1950년대 독일연방 경제장관)가 독일에서 그런 능력을 증명했다. 요리 재료는 건전한 시장 기반의 통화, 재산권과 법치, 자유 시장과 창업정신 등이다.

그러나 국가통제주의자들이 거기에 자갈과 말똥을 추가한 뒤 오븐 온도를 지나치게 높게 올려놓았다. 그런 뒤에 항상 우리더러 케이크를 제대로 만들어놓기를 기대한다. 그건 훨씬 더 힘든 일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중국 지도자들이 이미 잔뜩 쌓아 올린 더미 위에 ‘전문가’의 중앙계획 경제 재료를 더 얹는 다면 그들의 장기적인 걱정거리 목록 중 주가폭락은 한참 뒤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 LAWRENCE W. REED / 번역 차진우



[ 필자 로렌스 W 리드는 경제교육재단(Foundation for Economic Education)의 이사장이다. 이 기사는 그의 ‘모든 평화(Anything Peaceful)’ 블로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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