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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 가장한 전자담배

‘부드러움’ 가장한 전자담배

담배 맛이 부드러우면 질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지각적 인식을 뛰어넘어 심리적·신체적으로도 담배가 덜 해롭다고 인식한다.
2003년 선보인 이후 전자담배의 인기는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이는 일정 부분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고 중독성이 약하다고 홍보되기 때문이다. 많은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완전한 금연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수단으로 여긴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만큼이나 해로울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지난 6월 초에도 학술지 ‘담배 규제(Tobacco Control)’ 온라인판에 최신 연구가 발표됐다. 그 해악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다. 전자담배뿐 아니라 저타르 ‘라이트’ 담배도 똑같이 중독성 강하고 습관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피라진이라는 공통의 첨가제가 원인이다. 이것이 일리 있게 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니코틴 패치를 사용하는 많은 흡연자가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금연에 실패한다는 점 때문이다. 제반 조사 결과를 보면 패치는 단기적인 욕구 억제에만 도움이 되고, 1~2년 뒤 다시 흡연할 가능성이 있다.

피라진은 라이트 담배의 맛을 더 진하고 부드럽게(정통 담배 맛에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추가하는 물질이다. 전자담배나 담배의 흡연 느낌을 니코틴과 비슷하게 만들어 더 만족감을 준다. 니코틴은 도파민을 분출시켜 뇌의 보상중추를 깨운다. 도파민은 마약중독과 통증처리에도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담배업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저타르 담배를 개발했다. 담배와 암 같은 질병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초기 연구 일부가 발표됐을 때였다. 그러나 저타르 담배는 시장에서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다. 흡연자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배 업계가 첨가제를 이용해 흡연 느낌의 보강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다.

이번 조사의 연구팀은 담배 첨가제에 관한 담배업계 내부문서와 과학 연구 결과를 검토했다. 1990년대 후반 필립 모리스와 기타 담배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개된 자료다. 연구팀이 찾아낸 필립 모리스 작성 문서에선 정통적인 맛을 가진 저타르 담배를 개발하려는 계획이 기술돼 있었다. 필립 모리스가 어떤 연구를 실시했는지 뒷받침하는 문서들도 있었다. 정통 담배와 유사한 냄새와 맛을 강화할 수 있는 화학성분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였다.

이 같은 연구는 메리트(MERIT)의 출시로 꽃을 피웠다. 1970년대 등장한 이 ‘라이트’ 브랜드 담배는 3가지 피라진 성분이 들어 있었다. 훗날 필립 모리스가 ‘슈퍼 주스’라고 부르게 된 첨가제 칵테일이다.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은 후속 연구에선 피라진이 두뇌의 도파민 생성을 늘린다고 판명됐다.

단맛이나 신맛 같은 특징적인 맛을 가진 담배 첨가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금지한다고 논문 작성자들은 지적한다. 현 규정 아래선 시큼한 향의 체리나 캐러멜 팝콘 향의 담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FDA는 감초·멘톨·코코아·바닐라 같은 향의 사용은 규제하지 않았다. 금지령이 나오기 전에 이미 출시됐던 제품들이다.

담배에 어떤 고유한 맛을 내려고 첨가하는 화학성분과 ‘부드럽고 진한’ 느낌을 주려고 사용하는 첨가물을 규제 당국에서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논문은 주장한다.

“초보 흡연자들은 니코틴에 처음 노출될 때 거칠고 강한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부드러움과 청량감(촉감) 같은 화학감각(Chemosensory, 화학물질 자극으로 생기는 감각) 효과는 흡연에의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논문은 평했다. “멘톨에 대해서도 비슷한 효과가 기술됐다. 이 같은 효과는 흡연자가 금연의 대안으로 ‘저 타르’ 브랜드를 선택하는 한 요인일지 모른다. 질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지각적 인식을 뛰어넘어 심리적·신체적으로도 담배가 ‘더 부드럽고’ 따라서 덜 해롭다고 인식하게 된다.”

JESSICA FIRGER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당신을 ‘미치게’ 하는 한 모금


정신질환자가 담배 피우는 게 아니라 흡연이 조현병 위험 높여지난 7월 10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흡연을 하면 조현병(정신분열증) 위험이 증가한다. 조현병 환자는 환각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일종의 자가치유의 한 형태로 흡연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통념과 상충되는 결과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연구팀이 흡연자 1만4555명과 비흡연자 27만3162명을 조사한 과거의 연구 61건을 검토했다. 그 결과는 니코틴 노출이 두뇌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화학물질 도파민의 배출을 늘려 조현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는 학술지 ‘란셋 정신의학’에 발표됐다. 조현병 환자의 57%가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당시 흡연자였다는 내용이다. 더욱이 매일 흡연하는 사람은 전혀 흡연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조현병 발생 확률이 2 배에 달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약 1년 일찍 조현병이 나타났으며, 흡연자의 경우 더 어린 나이에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

논문의 공동작성자이자 킹스 칼리지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제임스 매케이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인과관계의 진행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흡연을 조현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인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단순히 조현병의 결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조사결과는 흡연자에게 조현병이 있다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시사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흡연이 조현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조사를 실시해 관계를 더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매일의 흡연, 간헐적인 흡연, 니코틴 의존과 조현병 발현 간의 관계를 조사하는 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논문의 공동작성자이자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연구원인 사미르 자우하르가 말했다. — VISHAKHA SONAW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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