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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혜 J’S CLOSET 대표

지은혜 J’S CLOSET 대표

2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패션유통 기업인으로 명성을 떨쳤던 지은혜 J’s closet 대표가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 이태원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룸바캉스’를 오픈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은혜 대표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인들과 교류하려고 시작한 일이 커져버렸어요.” 지은혜(50) J’s closet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꺼냈다. 그가 말한 ‘일’이란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룸바캉스(ROOM VACANCE )를 개업한 것을 말한다. 지 대표는 평생을 패션유통업에 종사해 왔다. 2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3개나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런 지 대표가 외식업에 뛰어든 것이 심상치않아 보였다. 그는 기자의 궁금증에 “더 큰 도전을 앞두고 나의 휴먼 네트워크와 역량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지은혜 대표는 남다른 도전의 인생을 살았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1987년, 일본 게이오 대학교 국제경제학과로 유학을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학업을 위해 떠났던 유학은 결과적으로 지은혜 대표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지 대표의 말이다. “담당 교수님의 프로젝트를 도왔어요. 당시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소형 자동차 세피아를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 프로젝트였죠.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이 일본 기업과 제휴해 판매하는 햇반, 세제 등을 일본에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했고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 대표는 일본의 종합무역상사 이또요카도그룹에 입사하게 된다. 주로 한국의 의류, 잡화 등을 일본에 소개했다. 지 대표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서 했다. 이 모습을 눈 여겨 본 회사가 1997년, 지 대표에게 큰 일을 맡겼다. 30대의 젊은 지 대표에게 이또요카도그룹의 한국 지사장직을 제안한 것이다. 당시 이또요가도그룹이 지 대표에게 맡긴 임무는 한국 기업들이 생산한 패션 잡화와 의류, 주방용품, 식료품 등을 선별해 일본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대표는 한국의 쥬얼리, 의류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한 제품들에 비해 한국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이 우수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0년 무역의 날에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큼 열심히 일했어요. 하지만 이제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품을 보는 안목과 시장에 대한 분석 등 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살려 제 사업체를 운영해 보고 싶더라고요.” 지 대표는 더 꿈을 키웠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쌓은 경영 노하우
2001년 6월, 지은혜 대표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 대표와 일본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후, 지 대표의 새 일터가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의 중심에 위치한 파르코백화점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한국문화와 패션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파르코백화점 경영진은 한국의 유망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 적임자로 파르코백화점이 지 대표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지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의 의류, 패션잡화를 소개했다. 일본 문화 트렌드에도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던 지 대표였기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덕분에 지 대표는 삿포로에 위치한 쇼핑몰 전체를 꾸미는 일도 맡았다. 계속해서 일본 기업들이 지 대표를 찾아왔다. 일본 기업들과 거래하며 편안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지만 지 대표의 원래 목표는 따로 있었다. ‘한국과 일본을 공략할 나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밤낮으로 일에 매달렸다.

이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GARU’다. 지 대표는 “일본말로 GARU는 ‘하고 싶다’또는 ‘가지고 싶다’는 뜻이에요. 단순히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제 브랜드가 사람들이 즐겨 착용하는 ‘특별한 무엇’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한창 ··GARU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데 다시 일본 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었다. 기업측에선 “일본에 욘사마 열풍이 불고 있으니 관련 상품을 기획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 대표는 배용준의 팬층 대부분이 중년 여성들이라는데 주목하고 이들의 소비심리를 반영한 상품들을 기획했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 쥬얼리 제품이다. “목걸이 등 쥬얼리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아예 브랜드를 하나 만들었어요. Jewel Maki가 이렇게 탄생했죠. 이 브랜드는 한때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에 입점할 만큼 인기가 높았어요.”

2001년 이후 지은혜 대표가 운영하는 사업체는 패션브랜드 ‘··GARU’, 쥬얼리 브랜드 ‘Jewel Maki’, 패션유통브랜드 ‘J’s closet’등 3개다. 이들 브랜드는 이태원, 명동, 신사동 가로수길에 입점한 5개의 매장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룸바캉스(왼쪽)와 J’S CLOSET매장 전경.
 룸 바캉스는 패션사업의 또 다른 도약대
바쁘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던 지 대표가 잠시 몸을 뒤로 젖히고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브랜드를 제작하고 유통하다 보니 하이앤드 브랜드 제작에 대한 열망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생각을 나눌 장소가 필요하더라고요.” 지 대표가 J’s closet 매장 위층에 레스토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렇게해서 이색적인 이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룸바캉스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룸 바캉스는 지 대표가 평생 종사해온 패션사업의 또 다른 도약대가 될 공간인 셈이다.

지 대표는 레스토랑의 이름을 룸바캉스로 정한 이유도 설명했다. “늘 바쁘고 분주하게 살았어요. 결혼 전까지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기억이 없었죠. 결혼을 하고 어느 날 남편이 출장을 떠났어요. 넓은 집에 혼자 있게 됐죠.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여유롭게 집에서 하루를 보냈어요. 마치 바캉스를 떠난 기분이더라고요.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도 내 방이 쉼과 충전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가끔 이렇게 방에서 혼자 쉬면서 ‘룸바캉스를 즐긴다’고 말해요. 마찬가지로 바캉스 즐기러 이태원으로 오시란 뜻으로 가게 이름을 정했어요.”

룸바캉스라는 말을 듣고 한가로운 오후 식사와 여유 있는 대화를 연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룸’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룸’이란 단어를 유흥주점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할구청에서 가게 이름을 승인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가게 인테리어와 함께 로고 디자인까지 마친 이후라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 대표는 구청장을 몇 번이나 만나고 설득한 끝에 사용승인을 받아냈다.

룸바캉스는 지 대표가 직접 매장 곳곳을 꾸몄다. 테이블간 거리가 상당히 넓어 편안하게 만나 대화하고 식사할 수 있다. 매장 밖 테라스에는 지중해풍으로 꾸며진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다. 주말엔 스몰웨딩도 가능해 최근엔 예비부부와 웨딩업체 종사자들의 방문이 잦다고 한다.

지 대표에게 외식업은 새로운 도전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두려움도 생기더라고요.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마음으로 매장 곳곳을 꾸미고 챙겼습니다. 나를 내려놓는 계기가 됐죠. 외식업 진출을 통해 이제껏 쌓은 제 역량을 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친 지 대표는 앞서 말한대로 하이앤드 쥬얼리 브랜드 제작 준비를 위해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바삐 향했다.

자신의 사업에서 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지 대표의 이력에서, 1층 패션 매장과 2층 레스토랑을 수시로 오가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매장 분위기에 곧바로 젖어드는 지 대표의 모습에서 기분좋은 긍정의 바이러스가 전해져왔다. 경기침체 속에 멀티잡이 요청되는 요즘 상황에서 지 대표의 이색 실험의 성공 여부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질 듯 하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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