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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한국리츠협회 회장

김관영 한국리츠협회 회장

국내 리츠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경제학부 교수직까지 과감하게 내던지고, 냉혹한 부동산 투자업계로 겁 없이 뛰어들어 리츠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관영 리츠협회 회장을 만났다.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는 한국리츠협회 회장을 맡아 리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2009년 1월 1일 새벽 5시 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로 넘어 들려오는 “됐다”라는 짤막한 단어는 아직도 생생하다. 이날은 김관영 한국리츠협회 회장(59·제이알투자운용 대표)이 꾸린 신생 리츠(REITs·부동산 전문 투자 신탁)가 최초로 구조조정관련 상업용 빌딩 매입에 성공한 날이다. 2008년 말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서울역 앞 대우건설 사옥을 2400억원에 내놓는 등 뼈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제이알자산관리(현 제이알투자운용)가 부동산 투자업계에 자리매김한 때이기도 하다.

부동산 전문가에서 투자운용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그의 화려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부동산 금융을 전공하고 귀국 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부동산 정책 담당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2008년 8월까지는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로서 상아탑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런 그가 왜 리츠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10년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내놓은 부동산 매물을 놓칠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교수직까지 과감하게 내던지고, 냉혹한 부동산 투자업계로 겁 없이 뛰어들 만큼 확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제이알투자운용 대표인 그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리츠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리츠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정부로부터 추가 규제 완화를 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인터뷰 당일도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주관하는 회의가 잡혀있었다. 1%대 저금리 탓에 다시금 주목 받는 리츠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리츠가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벌써 제가 3년째 한국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지금 리츠 자산규모가 15조원 이상이다. 양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우리나라에 리츠가 도입된 것은 유동성 위험에 처한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서야 안정적인 배당을 주는 상품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츠가 투자하는 부동산도 업무용 빌딩에서 호텔·물류창고·백화점 등 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투자 대상만큼이나 리츠도 변하는 것 같다.


리츠하면 미국이 제일 큰 시장이다. 오피스와 임대 주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쇼핑센터·창고·호텔 등 순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리테일·호텔에 이어 물류창고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토개발리츠 같은 새로운 형태의 리츠도 등장했다. 권리관계를 기초로 한 부동산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본다. 택지수용 때 현금 대신 받은 땅을 받아 토지 매입 과정을 생략했다. 토지 매입 부담이 줄었다. 부동산 관련 권리들이 리츠 상품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리츠 시장, 2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


앞으로 리츠 시장이 2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는데…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경제의 10분의 1밖에 안되지만 리츠 자산규모는 100조가 넘는다. 상장한 리츠만 따져보자. 미국은 상장 리츠 운영규모만 860조원에 달하고 일본 88조원, 싱가포르도 49조원인 반면 국내 상장 리츠는 5개(2015년 3월 기준)에 불과한 2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리츠 산업이 발전하려면 일반 국민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다



리츠가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투자는 정보가 핵심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해도 일반인은 삼성전자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반면 상장한 리츠의 경우 임대료는 매입한 자산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소만 알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발품 팔면 임대료 공실율의 여부 등을 금방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상장 리츠의 경우 임대료는 물론 관리비와 제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고 있다. 위탁관리리츠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직접 부동산을 사겠다는 이들도 많은데.


과거 우리나라 부동산값이 폭등했던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점차 전문적인 영역이 되고 있다. 권리관계 해결·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대학을 나와 자격증을 갖추고, 업계 경력 5~10년을 갖춘 이들이 리츠의 주축을 이룬다. 오피스텔 하나만 봐도 개발 후 골치 아픈 일이 많다. 관리 비용이 늘면서 수익을 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리츠 시장은 어떤 점이 아쉽나.


리츠는 사실 공모로 해야 한다. 테헤란로에 있는 업무용 빌딩들은 연 6%까지 안정적으로 배당이 가능한 자산들이다. 하지만 개인이 살 수 없다.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나눠 가지면 좋은데 대다수 리츠가 사모다. 공모형 상품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매력적인 자산을 적기에 매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은 공모형 뿐인가.


최근 완전 공모형은 아니지만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 연기금 등 대형 기관이 리츠 투자자였는데 최근 한 증권회사가 참여했다. 증권회사는 이를 증권화해서 고객에게 재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일반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조치도 함께한 셈이다. 공모 시장에 대한 수요도 탄탄해지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뒤따르면 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운용사 입장에서는 사모형이 편하지 않나.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문제다. 물론 사모형이 건물 매입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물건이 나오면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무조건 잡아 두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공모형이라면 장기적인 투자자금을 두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신속하게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갖춰두면 공모형 리츠는 장기적으로 자생해서 클 수 있다.



부동산 규제가 점점 완화되고 있다는데.


좋은 징조다. 규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규제의 방향성’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투자규제는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항목만 나열한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안 되는 것을 적시한 포괄주의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설립을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리츠는 인가제여서 활성화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등록을 자유롭게 하되 정부가 사후감독을 철저히 해 문제가 있는 리츠의 경우 등록을 취소시키면 된다.

김관영 회장은 리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전문가다. 그는 국내 리츠 가운데 최초로 해외투자 리츠를 출시해 수익을 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제이알글로벌제1호’는 5월 국토부로부터 영업인가를 받아 일본 도쿄 소재 ‘스타케이트플라자’ 빌딩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해 배당수익률만 22.24%에 이른다. 그는 “투자 대상 다각화와 함께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 성공하면 운용사도 돈을 벌지만, 국내 투자자에게는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영업인가를 받은 ‘제이알글로벌2호’는 일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매입해 해외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첫 번째 리츠가 됐다.

“앞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지금보다 운용자산이 더 늘어날 겁니다. 이를 소화하려면 투자처나 상품이 다양해져야 하죠. 리츠가 활성화되면 개인이 굳이 집이나 빌딩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김관영 한국리츠협회 회장이 리츠를 기존 ‘투자 패러다임’을 바꿀 대안으로 꼽은 이유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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