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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 SUV

황금알 낳는 거위 SUV

▎마세라티 쿠뱅

▎마세라티 쿠뱅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는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100% 이상 성장했다. 다른 세그먼트보다 성장률이 세 배나 높다. 2016년 전세계에 판매되는 차의 20%는 SUV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스포츠카나 세단 전문 메이커들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야만 하고, 그 시장은 SUV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포르셰가 SUV 카이엔을 내놓고 큰 비난을 받다가 성공한 것도 다른 브랜드들이 SUV 열풍에 동참하는데 한 몫 했다. 현상태를 유지하기 바라는 마니아층보다, 새로운 차종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일반 소비층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SUV 열풍 신기루에서 현실로
▎람보르기니 우르스

▎람보르기니 우르스

2000년대 초 포르셰가 SUV 시장에 뛰어든 이후 한동안 스포츠카 전문회사의 SUV 시장 진출은 잠잠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잘못하면 이미지만 갉아먹고 끝날 수 있어서다. 카이엔이 10년 정도 성공을 이어가자 2010년 이후 람보르기니ㆍ재규어ㆍ벤틀리ㆍ마세라티 등, SUV와는 전혀 상관없는 스포츠카 및 세단 전문 메이커들이 SUV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연이어 롤스로이스ㆍ애스턴 마틴 같은 초고가차 업체도 SUV 시장에 발을 담그겠다고 선언했다. 시장 진출 선언과 함께 여러 컨셉트카가 등장했지만, 정작 실제 양산차는 등장하지 않았다. 유행에 편승한 급박한 발표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SUV 신차 확정 발표가 나오고, 양산 프로토타입이 등장하면서 SUV 열풍은 신기루에서 현실이 됐다.

우선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인 애스턴 마틴은 DBX의 생산을 확정했다. 이 회사 앤디 팔머 CEO는 올해 초 신차 개발을 공식화하고 2019년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DBX와 같은 크로스오버(CUV) 시장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해 DBX 이외에도 스포츠 쿠페 이외의 차종을 생산할 뜻을 내비쳤다. DBX는 스포츠 쿠페의 전고와 지상고를 높인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컨셉트카로 선보여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는 양산이 불분명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슈테판 빙켈만 CEO가 최근 우르스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에 생산이 예정된 우르스는 기존 슈퍼카 라인업인 아벤타도르ㆍ우라칸에 이어 람보르기니의 세 번째 모델이 된다.

벤틀리는 2012년 EXP 9 F라는 SUV 컨셉트카를 내놓으면서 SUV 시장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위장막을 친 테스트카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벤틀리가 준비중인 SUV는 ‘벤테이가’라는 이름만 정해졌다. 스페인의 한 봉우리 이름이다. 왜 이 이름을 선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벤테이가는 폴크스바겐의 신형 플랫폼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아우디 Q7, 포르셰 카이엔, 람보르기니 우르스 등이 이 플랫폼을 쓴다. 2016년 판매할 예정이다.

벤틀리에 질세라 롤스로이스도 SUV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SUV는 전통적인 SUV가 아닌 왜건의 개념을 합친 ‘슈팅브레이크’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컬리넌’(Cullinan)이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불리는 SUV 테스트 차를 공개했다. 컬리넌이라는 이름은 19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3100캐럿짜리 전설적인 다이아몬드 원석이다. 최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 롤스로이스의 SUV답게 최고급을 지향하는 이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테스트차는 팬텀 시리즈2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롤스로이스 측은 신차의 크기만 암시하고 구체적인 디자인과 콘셉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마세라티는 카이엔이 등장한 이듬해인 2003년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SUV ‘쿠뱅’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4.2L V8 390마력 엔진과 네바퀴굴림(4WD)의 조합으로 성능은 탁월했다. SUV 제작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세라티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다시 SUV 컨셉트카 쿠뱅을 선보였다. 이후 이름을 ‘르반떼’로 확정하고 2016년 출시한다. 르반떼는 창업자인 알피에리 마세라티가 자동차 개발의 꿈을 키웠던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 이름인 ‘에밀리아 르반떼’에서 따왔다.

재규어는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SUV 컨셉트카 C-X17을 선보였다. 양산형으로 나올 SUV의 이름은 F-페이스로 결정했다. 스포츠카인 F-타입과 연관성을 살렸다. 1950~60년대 재규어의 모토였던 ‘그레이스ㆍ페이스ㆍ스페이스(우아하고, 잘 달리고, 공간이 좋은)’ 중에서 이름을 따왔다. 2016년 출시 예정이다. 재규어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8만 대를 팔았다. 재규어 측은 올해 준중형 XE 세단에 이어 F-페이스가 라인업에 추가되면 연간 판매량이 2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F-페이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현대차도 프리미엄 SUV 준비?

국산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도 .프리미엄 SUV 열풍에 끼어들 기미가 보인다. 제네시스 SUV를 출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베라크루즈가 단종되고 제네시스 SUV가 그 자리를 메운다는 것이다. 이미 합성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지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추세에 유일하게 페라리만 SUV 열풍에 동참하지 않는다. 페라리는 해치백 스타일의 스포츠카 FF를 만든 이후, 더 이상의 외도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피아트 그룹의 모델 가운데 페라리 SUV를 뒷받침할 만한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페라리가 SUV 시장에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페라리가 지조를 지킨 브랜드로 인정받느냐, 시대에 뒤떨어진 자존심 고수자로 평가받느냐에 관심이 몰린다.

최근 SUV 열풍은 길가에 널린 황금을 보는 것 같다. ‘길에 떨어진 것은 함부로 집으면 안 된다’는 도덕 규범에 묶여 가만히 보고만 있느냐, ‘먼저 줍는 업체가 임자’라며 앞서 뛰어드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미 상당수 메이커가 먼저 황금을 챙겨 갔지만 아직도 길가에 널려 있다. 부자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의 격차 사회와 맞물려 당분간 SUV는 이런 황금 대접을 받을 게 틀림없다.

-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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