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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은 금융 혁신의 디딤돌

해외 진출은 금융 혁신의 디딤돌

얼마 전 베트남에 다녀왔다. 부산시와 베트남 호치민시의 자매결연 20주년을 기념하는 ‘부산데이’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지벗비엔 응번비엔(以不變 應萬變)’,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하는 모든 것에 대응한다는 호치민 전 주석의 좌우명과 같이 오랫동안 두 도시는 각별한 우정을 나누며 경제·문화·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이번에 BNK 금융그룹은 호치민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교실과 도서관을 신축하고 각종 교육장비를 지원하는 협약을 했다. 앞으로 두 도시의 우호증진과 상생발전에 힘을 보태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호치민 방문에 앞서 하노이를 찾아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를 접견했다. 지난해 총리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부산에 왔을 때 피력한 바 있는 부산은행 호치민 지점의 설립 승인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그는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지점 개설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하노이 영빈관을 떠나 호치민으로 향하는 길, 2011년부터 현지 사무소를 열고 노력한 일이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됐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운 한편 부산시와 호치민시가 쌓아온 신뢰 덕택인 것 같아 큰 자부심을 느꼈다.

해외 진출은 국가 경제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것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덕이라고 본다. 해외 진출의 성패는 제품과 서비스 등 기업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특정 국가 또는 어떤 도시에 대한 호의와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이 성숙하지 못한 나라일수록 상호 신뢰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다 함께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신화를 써 왔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많은 기업이 해외 선진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며 글로벌 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국제화 성적은 너무나 초라하다. 올해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발표한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국내 은행은 기본자기자본 기준으로 상위 100위 내에 6개가 포함됐으나 50위 내는 한 곳도 없었다. 더구나 이익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가 나와야 한다며 한국 금융의 세계화를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아직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금융환경이 어렵다.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고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개척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금융회사 스스로 진출 지역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는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잭 웰치는 <마지막 강의> 라는 저서에서 “해외 진출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 크다. 수익을 거두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며 “해외 시장은 혁신의 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한국 금융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성세환 BNK금융그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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