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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진화하는 골프 볼] 부드러운 타구감에도 멀리 날아가

[점점 진화하는 골프 볼] 부드러운 타구감에도 멀리 날아가

타이틀리스트의 2001 ProV1. 코어에 실을 감던 기존 와운드 볼과 달리 솔리드 코어를 적용해 비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렸다.
PGA투어의 역대 통계 중에서 재미난 항목은 ‘최장타 비거리’다. 역대 최장타는 2002년 메르세데스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에서 타이거 우즈가 기록한 498야드다. 최장타 비거리를 연도별로 비교하면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2000년의 최장타는 힘 좋은 선수로 유명한 존 댈리가 기록한 308야드였다. 그런데 1년 뒤의 최장타는 케이시 마틴의 409야드였다. 2000년 이전까지의 최장타는 1996년의 톰 리먼이 친 330야드였다. 똑같은 코스에서 당대 최고 장타자들이, 그것도 각자 다른 브랜드의 클럽을 가지고 샷을 했는데 2000년을 분수령으로 거리 차이가 크게 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원인은 바로 볼에 있었다. 2000년 봄 시즌부터 타이틀리스트가 솔리드 코어를 적용한 프로V1을 출시했다. 이전까지는 코어에 실을 감던 와운드 볼이었다. 그해 개최된 인벤시스클래식에서는 무려 47명의 선수가 볼을 교체했다. 그 이후로 전 세계 볼 시장에서 프로V1, 프로V1x의 선두 질주는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볼만큼 모든 브랜드가 욕심내는 시장이 없다. 교체 주기가 몇 년 간격인 클럽과는 달리 볼은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새로운 테마와 기술력을 앞세운 신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에 솔리드코어 볼이 와운드 볼을 대체한 이후 미세한 진보만 있었다.

최근에는 볼도 피팅할 수 있고 골퍼와의 맞춤 세팅이 필요하다는 개념이 보편화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 PGA투어 대회에서 선수의 3분의 1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맞춤 볼을 사용한다. USGA가 승인한 골프볼 리스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시중에서 판매되지는 않지만 몇몇 톱 프로가 사용하는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스핀이나 타구감, 혹은 둘 모두에 있어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금 더 단단하거나 더 부드러운 코어, 맨틀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아마추어 골프 영역에서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아마추어 골퍼가 볼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기본 상식과 트렌드를 점검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펜타TP의 5층 레이어 구조(왼쪽)와 나이키의 레진 코어.


◇소프트 볼이 대세인가 =
올해는 ‘소프트(Soft)’가 볼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 가 올해 출시된 신제품 볼 모델의 순위를 발표한 핫리스트에서 캘러웨이의 크롬소프트 등 압축성(Compression, 혹은 경도)을 대폭 낮춘 볼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크롬소프트의 컴프레션은 무려 65일 정도로 말랑말랑하다. 한 때 볼 한 더즌의 포장지 색깔만으로도 컴프레션을 구분할 수 있었다. 파란색은 컴프레션 80으로 여성용, 빨간색은 90으로 남성용, 검은색은 100으로 프로 골퍼용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기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미국의 골프 연구소인 골프데이터테크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도 낮은 경도와 혁신적인 소재의 커버를 사용한 볼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부드러운 타구감이 더 이상 비거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요즘 나오는 소프트 볼은 스핀이 더 적게 걸리면서 더 높은 탄도를 내서 비거리가 더 난다. ‘말랑하면 숏 게임에 좋고, 딱딱하면 비거리가 는다’는 종전까지 공식이 무색해졌다.



◇스윙 스피드가 중요한가 =
지난해부터 브리지스톤, 던롭스릭슨, 캘러웨이골프 등의 브랜드는 볼피팅을 강조하면서 골퍼의 스윙 스피드에 따라 각기 다른 볼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리지스톤이 2006년부터 20만명이 넘는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속 105마일(mph) 이상의 스윙 스피드를 가진 골퍼는 2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얻었다. 브리지스톤의 조사에서는 시중에 나온 볼은 대부분 프로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브리지스톤은 볼 피팅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6종류로 신모델을 세분화했다. 또한 일반 골퍼들의 스윙 스피드에 맞춘 모델 ‘B330’ ‘e 시리즈’를 냈다. 캘러웨이도 스윙 스피드에 따라 모델을 3분해 ‘SR1~3’을 출시했다. SR1은 90마일 이하의 느린 스윙, SR2는 90~105마일의 빠른 스윙, SR3는 105마일 이상의 프로 스윙이다. 던롭의 ‘젝시오 XD-AERO’는 느린 스피드의 골퍼용이고, 88~108마일인 골퍼는 Z스타이며 스윙 스피드가 105마일 이상인 빠른 골퍼는 Z스타XV로 나눠져 있다.



◇다층 피스가 더 좋은가 =
연습장에서 주로 쓰는 볼은 단 한 개의 소재만으로 만든 원피스다. 2피스는 코어와 커버로 구성됐다. 저렴한데다 비거리도 뛰어나지만 스핀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3피스는 외피로 우레탄이나 아이오노머 소재의 커버를 입혀 스핀력을 높인 ‘프리미엄급’이다. 아예 이중 커버를 적용한 4피스는 드라이브 샷에서는 스핀량을 줄여 비거리를 늘리고, 숏게임에서는 스핀량을 더욱 높여 컨트롤을 높여준다고 홍보된다. 몇 년 전에는 5피스까지 등장했으나 지금은 잠잠하다. 테일러메이드가 2010년에 출시한 ‘펜타TP’와 3년 뒤에 업그레이드 되어 출시된 ‘리썰(Lethal)’, 캘러웨이골프가 2012년에 낸 ‘헥스 블랙투어’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클럽별로 볼에 전달되는 힘이 다른 점을 감안해 5개의 레이어가 각각의 샷에 대해 최고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나이키골프는 2012년부터 20X1을 시작으로 코어의 소재를 레진으로 한 볼을 매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세대 레진인 RZN를 냈다. 레진은 플라스틱 성분의 신소재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나이키에 따르면 코어 내부를 레진으로 하고 외부는 레진과 고무를 합성한 이중 코어 체제로 중심은 가볍고 외부로 갈수록 무겁게 만들어 관성모멘트(MOI)가 극대화됐다고 주장한다.



◇비싼 볼이 값어치 하나 =
저렴한 2피스보다는 3피스 이상의 멀티레이어에 우레탄 커버를 씌운 볼이 고루 좋은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웨지 샷을 할 때 소프트한 커버로 그린 주변에서 더 많은 스핀이 걸리지만, 티샷을 할 때는 단단한 설린 볼만큼 충분한 비거리를 만들어내는 특성을 보인다. 초보 골퍼의 경우 대개 ‘디스턴스’라는 이름이 붙은 2피스 볼을 써야 좋다. 멀티레이어 다층볼보다는 저렴하고, 비거리도 더 나간다. 로봇 테스트 결과 일반 골퍼의 스윙 스피드로 두 가지 유형의 볼을 테스트했는데 6야드 이내에서 2피스볼이 멀리 나갔다. 우레탄 커버의 3피스 이상에 비싼 볼의 위력은 숏게임에서 샷을 할 때 알 수 있는 스핀, 타구감, 그리고 컨트롤에서 나온다.



◇비거리용 볼도 있나 =
미국골프협회(USGA)과 영국왕립 골프협회(R&A)는 지름 42.67㎜ 이상, 무게 45.93g 이하를 공인구 규격으로 제한한다. 성능에서도 캐리가 초속 255피트 이하여야 하며 캐리와 런을 합친 총 비거리가 256m(280야드)+6%의 허용 오차를 넘지 못하도록 한계를 두고 있다. 골프볼은 여러 번의 규정 변동과 이에 따른 시행착오를 거쳤다. 심지어는 미국과 영국의 양대 협회가 서로 다른 규격의 볼을 허용했으나, 1974년 R&A가 USGA의 규격을 따르면서 하나로 통일되었다. 볼빅의 ‘뉴 마그마’는 공인구 규정에 비해 지름이 1㎜ 작고 무게가 1g가량 무겁다. 스윙 머신과 트랙맨 등을 이용한 거리 측정 결과 이 볼이 평균 251.6m를 기록해 시중에 출시된 제품보다 평균 20야드 더 긴 비거리를 보였다. 다른 조건은 충족하지만, 작고 무거워서 조금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눈으로 봐서는 거의 구분할 수 없다. ‘비공인’이지만 비거리를 고민하는 골퍼에게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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