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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부동산 경매] 서울 강북, 중소형을 노려라

[들썩이는 부동산 경매] 서울 강북, 중소형을 노려라

올 상반기 법원경매 시장은 한여름 폭염만큼이나 뜨거웠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황세인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상반기 평균 낙찰률은 38.2%로 2001년 이후 상·하반기 평균 중 가장 높았다. 상반기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1.2%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약 0.4%포인트 증가했다. 2009년 하반기(71.6%) 이후 최고치다.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해 하반기 대비 0.3명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인 4.3명을 기록했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상반기 낙찰총액은 약 7조4600억원으로 2012년 하반기 7조2341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6844억,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8904억원 감소한 수치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경매 낙찰물건 총수가 감소하면서 낙찰총액도 크게 줄었으며 이런 여파로 경매법원의 경매물건을 처리하는 경매계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낙찰물건 총수가 감소한 건 부동산 거래 활성화로 경매 건수 자체가 준 영향이다.
 전세난·저금리에 투자자 몰려
실제 상반기 경매진행건수는 8만346건, 낙찰건수는 3만6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경매진행건수는 약 2만4858건, 낙찰건수는 6650건 줄었다.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채무 불이행으로 경매 처분되기 전 일반 매매 시장에서 부동산을 매각해 채무를 해결했다는 얘기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금과 이자 상환에 부담이 덜해진 영향도 있다.

상반기 법원경매 시장이 이처럼 뜨거웠던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저울질하며 경매시장으로 몰린 게 주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입찰 법정에 나가보면 아이를 안은 30대 여성, 신혼집을 구하려는 30대 초반 남성 등 실수요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법원경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자들을 법원경매 시장에 몰리게 했다.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에 대해선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엔 서울·수도권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셋값과 집값이 모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축소 대책이 나왔지만 전셋값이 치솟고 있어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하반기 법원경매 시장에선 어떤 지역, 어떤 물건이 인기를 끌까. 상반기엔 대체로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등을 관할하는 서울북부지방법원, 경기 일산신도시와 파주시 등을 담당하는 고양지원, 수원지방법원 수요가 많았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김포시, 하남시도 경매 인기 지역이었다. 아파트는 중소형에 투자자가 몰렸다.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에선 응찰자가 30명 넘게 몰린 아파트는 66곳이었는데, 이 가운데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61건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7건, 인천 16건, 경기도 33건이었다. 상대적으로 서울에 비해 경기·인천에 중소형 주택 비중이 큰 것이 이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지속되는 전세난이 올 가을 이사철에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할 때 입지 좋은 중소형 주택에 응찰자가 몰리는 현상은 적어도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치권과 재매각물건 등 권리분석이 까다로워 그동안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특수물건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고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물건은 보통 유치권과 법정지상권, 위반건축물, 재매각사건, 토지별도등기가 된 물건을 말한다. 이런 특수물건 낙찰가율은 7월 말 70.8%로 지난해 같은 기간(62.7%)보다 8.1%포인트 늘었다. 특수물건 낙찰가율이 70%를 웃돈 것은 2008년 7월(70.4%) 이후 약 7년 만이다.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해 7월 3.6명에서 7월 4.1명으로 0.5명이 늘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진 셈이다.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특수물건의 경우 예전에는 아예 제쳐뒀던 물건으로 유치권만 걸려 있어도 입찰을 피했었다”며 “하지만 최근 경매 물건 자체가 적고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일반 물건의 낙찰가율이 높은 탓에 특수물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수물건 중 가장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유치권이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할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공사업자가 공사대금을 요구하며 건물을 점유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은 사람들이 입찰을 꺼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물건보다는 낙찰가율이 낮게 형성된다. 유치권이 걸려 있는 감정가 2억5000만원의 경기 수원의 전용면적 88.62㎡ 주상복합의 경우 지난 5월 유찰되며 최저 입찰가가 30% 떨어졌다. 하지만 7월 초 재입찰 결과 감정가의 94.04%에 달하는 2억3510만원에 낙찰됐다. 법원 현황조사 결과 유치권을 주장하는 점유자나 게시문 등 어떠한 표식도 일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치권이 성립되기 힘들다. 실제 이점을 노리고 허위로 유치권을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에서는 실제 유치권이 성립되는 경우를 10% 내외로 보고 있다. 경매 전문인 정충진 변호사는 “유치권이 걸려 있는 물건의 경우 현장을 방문해서 유치권 성립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유치권이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 등의 표식이 없다면 대부분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수물건에 대한 관심도 커져
특수물건이 됐든 일반 물건이 됐든 경매 투자에 나설 때는 피해야 할 게 있다. 바로 고가 낙찰이다. 경매 투자의 목적은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것이지, 최근의 아파트 청약시장처럼 무조건 낙찰하고 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은 투자자간 경쟁이 치열해 시중에 나와 있는 급매물보다 비싸게 낙찰하는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경매시장에선 낙찰가율이 95%를 넘으면 사실상 경매의 이점이 없다. 경매는 기존 주택 구입과 달리 낙찰 후 점유자를 내보내는 인도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덥석 낙찰받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입찰 전 권리 분석은 기본이다. 감정가가 낮더라도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흠이 많은 물건은 투자가치가 떨어진다. 등기부등본 확인을 통해 전세권·근저당권·압류가 소멸됐는지 등을 따져보고 추가 부담 위험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한다면 대지지분과 추가 분담금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경매로 나오는 아파트 중에는 가끔 대지권이 빠진 채 건물만 경매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경매 입찰에 참가하려면 최저 경매가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현금이나 수표로 준비해 둬야 한다.

- 황정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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