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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부는 자사주 매입 열풍

세계에 부는 자사주 매입 열풍

팀 쿡 애플 CEO(가운데)는 최근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자사주 매입(buyback)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 참에 외국 기업들도 마치 재방송처럼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다. 중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8월 12일 실망스런 실적 발표를 4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으로 떠받쳤다. 한편 덴마크의 해운 대기업 머스크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상황에서 13일 1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런 계획들은 올해 미국에서 발표된 초대형 자사주 매입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애플과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각각 500억 달러, 홈데포가 180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해외에서도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얼마나 거셀까?

세계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는 미국과 “차원이 다르다”고 윌리엄 라조닉 교수가 말했다. 매사추세츠대학(로웰) 경제학과에서 주주 보상을 연구하는 학자다.

유럽의 자사주 매입 활동은 2007년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자사주 매입이 지난해 반등했지만 아직 미국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IB타임스와 ‘S&P 캐피털 IQ’가 집계한 데이터 내용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인 이유에서나 자사주 매입의 제왕은 변함없이 미국이다. 절대적인 면에서 미국의 자사주 매입 빈도와 규모는 다른 나라들을 크게 앞선다. 1998~2010년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방침은 거의 1만1000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동안 다른 나라들이 실시한 매입은 모두 합쳐 9000건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들은 2004년 이후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약 7조 달러를 지출했다.

그렇다고 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목표가 크게 다르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테오 베르마엘렌 교수는 말한다. 인시아드 비즈니스 스쿨의 재무학 교수이자 그 통계를 집계한 조사 논문의 공동 작성자다. “자사주 매입의 동기는 대개 비슷하다. 그들이 주주이익에 두는 심리적 중요성”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다시 말해 잉여 자금이 있으면 낭비하는 것보다 돌려주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주가가 반짝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을 목청 높여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월스트리트에서 예의 주시하는 주당순이익(EPS) 같은 척도도 높여준다. 미국의 경우처럼 자사주를 매입한 다국적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그들의 수익률 벤치마크를 크게 뛰어넘는다.

유럽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현금을 분배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전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허용됐다. 미국에선 1982년부터 합법화됐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특히 자사주 매입을 기피하는 원인은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구조에 있다고 라조닉 교수가 말했다. 예컨대 독일에선 대기업 이사회에 근로자가 참여한다. 이 같은 요인으로 기업 전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은 단순히 주가를 떠받치려고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는다”고 라조닉 교수가 설명했다. “이 같은 관행을 억제하는 일단의 사회적 규범이 있다.”

아시아에선 지난해 자사주 매입이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도 자사주 매입 규모면에선 미국에 뒤떨어진다. 유일한 예외는 일본이다. 미국 말고는 자사주 매입에서 세계 선두로 올라섰다. 도쿄의 노무라 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의 자사주 매입 활동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유럽도 곧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난 3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련의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증권을 인수해 투자를 촉진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에선 경제에 자금이 수혈되면 일련의 자사주 매입이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다.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기회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보상하라고 기업 경영자들에게 권고했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선 기록적으로 싼 차입 자금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비싼 주주 자금을 축소할 기회’라고 그들의 전략 보고서는 진단했다. ‘남아도는 현금이나 차입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라.

미국의 자사주 매입 트렌드가 해외에서 자리 잡는 추세는 미국에서 그와 같은 관행이 정치 문제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스톡옵션을 통해 보수를 받는 경영자들은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를 띄우려는 욕구를 갖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나 근로자 임금 인상이 희생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자사주 매입을 격차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규제 조치를 제안했다.

- OWEN DAVIS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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