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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상호보완적 관계가 답이다

미국과 중국, 상호보완적 관계가 답이다

2013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양국 사이의 현안을 논의했다. 오는 9월 방미에선 남중국해 분쟁 등 안보 분야의 구체적인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은 G2로 불린다. 경제와 안보 같은 세계의 주요 이슈를 이끌어 가는 영향력 있는 두 나라라는 의미다. 흔히 G2의 경제 통합이 양국 사이의 치열한 안보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를 일컫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그러나 직설적으로 말해 상황은 그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갈수록 통합되지만 안보는 서로 다른 길로 간다. 따라서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방문할 때 양국은 그 문제를 에두르지 말고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현재 아시아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은 ‘경제’와 ‘안보’의 충돌이다. 아시아는 2가지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권 아시아’에선 중국과 미국을 포함하는 역동적인 국가들이 서로 교역하고 상호 투자하며 갈수록 함께 혁신을 이뤄가는 추세다. 번창하는 21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권역이다. 이 경제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세계경제의 구심점이 됐다.

그러나 ‘안보권 아시아’에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나라 중 다수가 갈수록 치열한 경쟁과 군비증강, 상충되는 안보 개념으로 얽혀 서로 지쳐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역의 담론은 ‘아시아의 세기(Asian century)’가 아니라 ‘두 아시아 이야기(Tale of Two Asias)’를 닮았다. 경제와 안보가 나란히 가지 않고 서로 충돌한다.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바로 그런 역학적 충돌의 최전선에 위치한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상태다. 양국 무역 규모가 거의 6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자산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과거엔 미미했지만 지금은 540억 달러를 넘어섰고 앞으로 더 증가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동시에 안보 측면에선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다.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보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선택과 정책, 그리고 사이버공간과 관련된 긴장이 대표적인 문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중대한 문제 4가지가 있다. 이런 문제가 안보 측면의 긴장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양측이 이익을 공유하는 부분에서도 협력과 조율을 어렵게 만든다.

첫째,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안보 개념이 상충된다. 그 결과 양국은 각각 딴소리를 한다. 예를 들어 남중국해의 경우 중국은 해상 권리를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 규범과 법을 내세운다. 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제법의 중요한 측면을 서로 달리 해석한다. 미국 정부의 눈에는 중국이 국제법보다 국익이 먼저인 것처럼 행동한다.

둘째, 양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에서도 속성상 과도하게 일반화된 이야기만 한다. ‘평화’ ‘안정’ ‘안보’ ‘도발 자제’ 등

셋째, 양국은 서로 상대방의 정책이 표면상 ‘공유하는’ 이익을 해친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에서 미국은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 국제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면서도 실제로는 북한을 그런 제재에서 보호해준다고 지적한다. 양국이 함께 ‘안정’과 ‘안보’를 거듭 공약한 중앙아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2006∼2007년 미국 국무부 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로 일할 때 중국 관리들은 정치 개혁을 도모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공동의 이익을 손상하며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 불안정을 가져온다고 계속 주장했다.

넷째, 미국과 중국은 ‘추상적인’ 공동의 이익을 ‘구체적인’ 상호보완적 이익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세부적으로 상충되는 이익이 협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은 10년 이상 미국과 핵심 이익을 공유했다. 양국은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집단을 보호·양성하거나 수출하지 않는 안정된 국가로 거듭나기를 원했고 그 목표를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양국의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이 자국의 서부 변방에 나토군이 장기 주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중국과 미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우선 양국은 신속히 경제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 특히 상호 투자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고 당장 안보 경쟁이 완화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경제협력으로 마련된 견실한 틀 안에서 안보 문제를 다룰 기회가 생긴다.

예를 들어 양자투자협정을 한층 강화하고 사이버공간의 문제에서 가시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 그 문제는 양국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들고 부차적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을 어렵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 공유하는 전략적 이익의 추상적인 부분에서 구체적인 실적을 내야 한다. 합동 프로젝트와 공동 조치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행동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에서 마약제조 단속 노력을 보라. 중국은 해당국과의 양자 관계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회원이다)를 활용하지만 미국은 대부분 해당국의 안보 지원과 역량 강화를 통해서만 일을 추진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이 합동 캠페인을 벌일 필요는 없다. 역점 부분에서 협력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각자 별도로 활동하면서 상호보완적 역량을 키우는 것만으로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야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숨에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은 접어두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과의 안보 협력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나 좀 더 주변적인 문제부터 협력을 모색하면 양국은 서서히 좀 더 중요한 전략적 이슈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안보정책 분야에서의 협력보다는 국제적인 경제 정책을 조율하기가 더 쉽다. 기존의 국제 금융기관들과 중국 주도로 새로 출범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이의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한 가지 용이한 방법이다. 양측 모두 다자간 협력이라는 명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관계 발전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EVAN A. FEIGENBAUM / 번역 이원기

[ 필자 에번 A 페이건바움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아시아 프로그램 비상근 위원이다. 미국 국무부의 남아시아·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이 기사는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차이나파일’에 처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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