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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부정행위, 엄벌로 다스려야

대학생의 부정행위, 엄벌로 다스려야

리포트 작성 대행은 표절보다 더 심각한 문제임에도 학생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문적 표절이 단순히 조잡한 ‘복사해 붙여 넣기’를 하거나 친구가 먼저 작성한 같은 주제의 리포트 중 많은 부분을 베껴 넣어 과제물을 작성하는 수준은 오래 전에 지났다. 요즘엔 학생들이 인터넷에 널려 있는 논문 또는 리포트 대행 서비스를 찾아가 완성된 리포트를 구입해 자기 이름으로 제출할 수 있다.

이들 음성적인 사업이 단시일 내에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논문 작성 대행 서비스는 법으로 쉽게 단속하거나 폐쇄할 수 없다. 여기에는 더 까다로운 문제가 작용한다. 이들 서비스를 아무 거리낌 없이 이용하려는 학생이 놀랄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성행하는 최근의 이 같은 부정행위를 통제하려면 기존 학계의 지대한 노력과 대학 사회에서 정직성 지키기 운동의 재개가 필요하다.

2010년 11월 미국 ‘고등교육 신문(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에 게재된 한 기사로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익명의 기고자가 대학생들의 학술 연구 보고서를 연간 5000쪽 이상 대리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대학생 고객들을 대신해 씨름했던 많은 과제들 중에는 도덕성 문제도 있었다.

그와 같은 관행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된다. 지난 6월 체코에서 표절 주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한 발표자는 호주의 몇몇 학부 과정생 중 무려 22%가 인터넷에서 리포트를 구입하거나 그럴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리포트 대행 서비스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이트에선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한 리포트를 5000건 보유하는데 한 달 조회 수가 200만 건을 기록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사이트에선 의뢰자가 리포트 작성 대행자를 온라인 상에서 인터뷰할 수 있다. 논문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 교수에게 작성을 맡긴다고 주장하는 사이트도 있다.

단속과 입법규제가 어려워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리포트 대행 업체는 미국에 적을 두고 있을지 모르지만 ‘공급자’ 즉 대필자는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뉴욕·나이지리아 라고스·영국 런던·케냐 나이로비·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등 세계 어느 도시의 대학생이든 그들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쉬운 해결책은 없다
업체와 작성 대행자가 모두 실체 없는 그림자라면 리포트 대행 서비스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 답은 대학생 자신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에게 있을 가능성이 크다.

리포트 대행 서비스 스토리로 학계에 충격을 던진 익명의 기고가는 기사에서 어떤 유형의 학생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대행료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했다. 기고 당시 그가 올리는 소득은 대략 6만6000달러에 달했다. 그의 고객은 크게 3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영어가 제2 외국어인 학생, 공부 못하는 학생, 게으르고 돈 많은 학생이었다. 그는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교육 시스템이 낳은 절망·비참·무능 덕분에 내가 잘 먹고 산다.”

그가 그렇게 우습게 여기는 시스템의 교육자들이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을 속속들이 알아 리포트에서 비정상적인 패턴을 찾아낼 수 있어야 이상적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500명을 넘는 대규모 학부 과정에서 그만한 수준의 관심은 불가능하다. 대학원 수준에 올라가야 학급 규모가 줄어 학생들의 학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기회가 커진다.

교육자들은 또한 평가방법을 주도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대행 서비스에 리포트와 논문 작성을 맡기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안 또한 규모가 작은 대학원생과 논문 방어(심사위원 앞에서 하는 논문의 변론)에서 실효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이것이 빈틈없는 방법도 아니다.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서 대행 보고서 내용을 숙지해 질문에 답할 경우 부정행위가 발각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넘어갈 수도 있다.

학술회의에선 학생들이 리포트를 작성할 때 대학이 제공한 특정 양식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언제 연구가 실시되고 언제 문서에 통합됐는지 추적할 수 있는 양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처방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학계 단독으로 표절에 대처하라고 촉구하는 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제반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교육자 자신도 똑같은 부정행위의 죄책감을 갖고 있거나, 표절 조사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해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눈감아 줄지도 모른다.

제재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환경에서 부정행위가 성행한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그러나 어쩌면 바로 여기에 표절과 리포트 대행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해법이 있을 수도 있다.

대학의 존재 의의는 사회의 사상적 리더십과 도덕적 발전을 이끄는 데 있다. 그런 만큼 학자들은 타의 모범이 되고 학계 내에 윤리적 행동을 장려해야 한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자들에겐 무관용 엄벌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정행위의 함정에 관해 광범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학술 보고서 작성법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대학에는 정직함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상아탑의 토대를 이루는 이 같은 가치에 관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유지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또한 제도적 윤리 책임을 배양해야 한다.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실제로 조사하고, 그런 부정행위를 신고하고 대처하는 데 대한 학계의 저항을 타파하고,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강경 대처해야 한다.

제대로만 된다면 제도적 가치관이 내면화해 표준 관행으로 정착될 것이다. 그런 문화를 구축하려면 대학 차원에서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 ADELE THOMAS / 번역 차진우

[ 필자 아델 토마스는 요하네스버그대학 경영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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