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재규어 콤팩트 세단 XE] 독일차 대항마의 ‘아름다운 고성능’

[재규어 콤팩트 세단 XE] 독일차 대항마의 ‘아름다운 고성능’

세계 자동차 시장에 1990년대 격변이 일어났다. 폴크스바겐과 더불어 평생 대중차로 머물 줄 알았던 독일 아우디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급부상했고, 일본 도요타가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신흥 세력의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시장을 뺏긴 게 재규어와 캐딜락이다. 재규어는 1950년대부터 영국 귀족의 전용차로 유명했다. 긴 선으로 대표되는 우아한 디자인과 레이싱의 전통을 되살린 고성능으로 독일차와 차별화했다. 특히 재규어는 창업자 윌리엄 라이온스 경의 이름을 딴 ‘라이온스 라인’이라는 독특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켜왔다. XJ 모델에 사용된 네 개의 원형 헤드라이트와 우아한 보닛 곡선은 멀리서 봐도 재규어임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이 됐다. 영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는 고급 세단의 스타일을 이끈 개성적인 디자인과 수작업의 장인정신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규어는 ‘모방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떤 것도 따라하지 않는다(A Copy of Nothing)’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금껏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뒷좌석이 다소 불편할지라도, 실내 크기가 경쟁차보다 작더라도 재규어만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지켜온 것이다. ‘아름다운 고성능(Beautiful Fast Car)’을 브랜드 컨셉트로 내세운다.
 어떤 것도 따라하지 않는다
재규어는 1922년 창업 이래 수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1990년대에는 포드그룹이, 2010년부터는 인도 타타그룹이 재규어를 인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2009년에는 엔트리 모델인 콤팩트 세단(자동차 분류에서 D세그먼트) X타입을 단종했다. 라인업도 대형 XJ, 중형 XF, 스포츠카 라인업으로 축소됐다. 이와 달리 경쟁사인 독일 프리미엄 3사인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는 콤팩트 세단을 내세워 급속히 시장을 확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라인업 확장 전략은 더 저렴한 차를 내놓아 당장 판매대수를 늘리는 데 국한하지 않는다. 30대는 물론 20대까지 고객 연령층을 낮춰 미래의 수요를 늘리려는 의도가 더 크다. 일찍 고급차를 맛본 젊은 세대는 다음에 구입할 차로 평범한 대중차를 선택할 여지가 줄어든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일찍 확보하려는 게 이들 프리미엄 브랜드가 콤팩트 세단에 집중하는 이유다. 시장 크기만 해도 독일 프리미엄 3사의 D세그먼트 모델인 3시리즈·A4·C 클래스는 연간 140만대 넘게 팔린다. 이 시장에서 5%만 재규어 XE가 점유해도 무려 7만대가 된다. 재규어 판매량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지난해 재규어 판매대수는 8만1570대다.

이런 고민 끝에 재규어가 내놓은 콤팩트 세단이 바로 XE다. 지난 8월 말 재규어코리아 주최로 열린 시승회에서 XE를 타고 동해안 지역에서 200㎞를 달리면서 성능을 테스트했다. 재규어 XE는 2014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컨셉트 카로 데뷔했다. 양산차는 10월 파리모터쇼에서 나왔다. 엔진은 두 가지다. 직분사 가솔린 터보와 디젤이다. XE를 통해 첫 선을 보인 4기통 2.0L 인제니움 디젤은 재규어가 라인업 확장과 다운사이징 추세를 반영해 개발한 저배기량 고출력 엔진이다. 출력뿐 아니라 좋은 연비와 친환경이 특징이다. 무려 180마력에 43.9㎏·m(1750∼2500rpm)의 토크가 나온다. XE의 공인 연비는 14.5㎞/L가 나온다. 역대 재규어 모델 가운데 최고치다. 8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0→시속 100km 가속 7.8초, 최고시속은 228km를 낸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센터콘솔에서 우아하게 솟아오르는 로터리 드라이브 셀렉터를 갖췄다. 기어 단수가 촘촘하게 나눠져 있지만 변속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낮고 뒤로 물러나 앉는 느낌의 운전석은 기능적이면서도 깔끔하다. 볼륨감 넘치는 센터콘솔이 어우러져 비행기 조종석과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조합해 시각적으로 익숙하고 편안하다. 차체의 75%는 알루미늄 소재다. 앞뒤 50:50의 이상적인 무게비가 가능하게 설계했다. 재규어코리아 측은 “중요 부위에 초고강도 강철을 보강해 역대 재규어 모델 가운데 차체가 가장 견고하다”고 강조한다. XE의 차체는 이르면 한국에 내년 초 선보일 중형 세단 XF에 길이와 폭을 늘려 그대로 사용했다. 그만큼 강성이 뛰어나다. 서스펜션 역시 XE는 경쟁 모델을 능가한다. 스포츠카 못지않은 날카롭고 유연한 조향 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블 위시본 방식의 전륜 서스펜션을 달았다. 후륜에는 동급 최초로 인테그럴 링크를 적용했다. 인테그럴 링크는 제작비가 비싸 그동안 중대형 세단에 주로 쓰인 최고급 서스펜션이다.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서스펜션의 수평 및 수직 강성을 이상적으로 조합해주는 게 특징이다.

재규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ASPC(All Surface Progress Control)도 XE를 통해 선보였다. 눈 덮인 도로, 빙판, 젖은 노면 등에서 차가 스스로 구동바퀴의 접지력을 유지시키는 시스템이다. 뒷바퀴굴림 세단의 취약점을 보완한 일종의 저속 크루즈 컨트롤 장비다. 랜드로버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인 터레인 리스폰스를 기초로 개발됐다. 시속 3.6~30km 사이에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켜면 ASPC가 활성화된다. 운전자는 원하는 속도를 설정하고 스티어링 휠 조작에만 집중하면 된다.
 효율 높은 4기통 디젤 선보여
V6 3.0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이 달린 XE S모델은 최고 성능을 낸다. 최고 340마력/6500r p m, 최대토크 45.9kg·m/4500rpm을 낸다. XE S는 0→시속 100km 가속 5.1초로 스포츠카 수준으로 확실한 스포츠 세단이다. XE는 세단이지만 클래식카 E-타입에서 최신형 F-타입까지 이어지는 재규어의 스포츠카 디자인 유전자가 그대로 반영됐다. 루프를 타고 넘어가는 단순한 곡선이 돋보인다. 공기저항계수(Cd)가 0.26에 불과하다. 재규어 모델 가운데 가장 낮다.

2.0L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에 28.6kg·m/1750∼4000rpm을 낸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가솔린 2.0L 터보 모델이 XE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약 6.9초로 디젤 모델보다 1초 정도 빠르다. 유가가 폭등하지 않는 이상 연비를 이유로 가솔린 XE의 매력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 같다. 가격은 디젤 모델이 4760만~5510만원, 2.0L 가솔린 터보는 4800만원, 3.0L V6 모델은 6900만원이다.

- 김태진 전문기자 kim.taejin@joins.com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2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3‘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4“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5“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6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7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8‘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9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

실시간 뉴스

1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2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3‘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4“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5“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