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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먼데이’에도 관광은 청신호

‘블랙 먼데이’에도 관광은 청신호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웃한 아시아를 넘어 멀리 유럽과 미국을 찾는 여행자들이 늘어났다. 파리의 패션 매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
근년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무시 못할 경제적 세력으로 떠올랐다. 일본·미국·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로 날아가 선탠하고 쇼핑하고 먹고 유적지를 돌면서 글로벌 경제에 수십 억 달러를 뿌린다.

그러나 6월 이후 중국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8월 하순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주가폭락이 중국인의 해외여행 패턴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따라서 문제는 앞으로 변화가 오느냐보다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이냐가 될 듯하다. 일부 지역과 업종은 주가폭락으로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내다본다.

“중국인의 관광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베이징대학 투자학과 제프리 토슨 교수가 말했다. “관광 목적지가 바뀌리라고 본다. 주가폭락 이후 파리 여행보다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태국 관광이 주목 받을 듯하다.” 중국인이 구입하는 명품 중 절반은 해외에 나갔을 때 산 제품들이다. 그것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토슨 교수가 덧붙였다.

올 상반기 중국인의 해외 여행은 6190만 건.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은 외국여행 때 통상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보다 씀씀이가 더 컸다. 블룸버그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해외에서 지출한 돈은 1648억 달러였다. 지난해 중국 부자들의 10대 관광지는 일본·미국·대만·뉴질랜드·태국·몰디브·호주·이탈리아·스위스·그리스였다. 여행사이트 트래블주(Travelzoo)의 자료를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 보도했다.

전반적으로 중국인의 세계 관광산업 기여도는 다른 어떤 나라 국민보다도 높다. 그리고 중국인 중산층은 관광산업 성장의 견인차로 종종 간주된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예전과 같은 통 큰 지출은 어려울지 모른다.

“중국 증산층이 여행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세계여행·관광협회의 홍보 책임자 애너베스 위지텐버그가 말했다. “주가하락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해도 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중상층 해외여행 늘어날 듯
그러나 중국 증시의 급락은 중국 여행자들의 행선지와 씀씀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입구.
그 영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여러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 중국 중산계급의 주식시장 투자 비중이 높지 않고 대신 부동산·현금 또는 그 밖의 형태로 자산을 보유했다면 최근 주가폭락으로 인한 타격이 다른 사람들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지난 8월 26일 시점에서 중국 주가는 6월 이후 43% 빠졌다. 그리고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토슨 교수는 “개인의 자금사정이 어떤지는 확실히 모른다”고 이메일로 답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는 같은 베이징대학의 조너선 웨첼 교수와 공동으로 중국 소비자에 관한 책을 펴냈다. 중국의 소비 지출 동향을 보여주는 더 정확한 지표는 사실상 가계소득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가계 소득은 현재 5조 달러를 웃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가 발표한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도시 가구 중 중상층의 비율이 14%에 불과했다. 중상층은 10만6000~22만9000위안(약 2000만~4200만원)의 연간소득을 올리는 그룹으로 정의된다. 2022년에는 중국 도시가구 중 중상층 비율이 54%까지 커진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세계 관광업계 입장에선 갈수록 글로벌해지는 자신들의 관심과 취향을 충족시킬 만한 재력을 가진 중국 인구 집단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도 2002년 해외여행 규제를 완화해 중국인이 나라 밖으로 나가기 쉽게 했다. 최근 홍콩과 마카오 같은 아시아 관광지는 매력을 잃은 듯하다. 그런 여행의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전체적인 여행 건수가 감소했다고 경제지 포브스가 보도했다.

해외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들이 이색 관광지를 방문한 뒤 사람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긴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심리적인 소득이 생긴다”고 상하이 접객 서비스 업체 ‘웰컴 차이니즈’의 자코포 세르톨리 사장이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유럽·중동·미국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다.”

경기둔화 속에서 중국인 여행자들이 가까운 관광지를 선택할지 또는 그래도 더 빡빡해진 예산으로 그냥 유럽 여행을 떠날지는 미지수다. “4성급 대신 3성급 호텔에 묵을 것”이라고 세르톨리 사장이 중국인 유럽 관광객을 가리켜 말했다.

또는 다른 식으로 지출을 줄일지도 모른다. “비행기에 오르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적으로 줄어든다고는 보지 않는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과 한국의 인천공항 면세점 쇼핑객 수만 감소할 듯하다”고 토슨 교수가 말했다.

또한 유럽 여행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규모와 호기심이 갈수록 커가는 중국 중산층에게 중동 관광의 인기가 상승 중이다. 올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소재 호텔들에 묵는 중국인 투숙객이 74% 증가했다고 ‘웰컴 차이니즈’는 전한다. 올 상반기 중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4만1000명이었다.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라고 HotelierMiddleEast.com이 전했다.

최근의 시장침체와는 상관 없이 13억 중국 인구는 여전히 미개척 시장이다. 한 추산에 따르면 중국인의 여권 보유 비율이 3%에 지나지 않는다. 관광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불안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을 만한 성장 잠재력을 의미한다.

전반적으로 중국인 관광수요는 앞으론 오르막길뿐이라고 세르톨리 사장이 말했다.

- ELIZABETH WHITMAN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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