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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의 제왕 노린다

사물인터넷의 제왕 노린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의 IFA 2015에서 선보인 슬립센스. 수면 상태를 측정, 분석하고, 숙면을 도와주는 최첨단 사물인터넷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 동안 유럽 시장에서 고전했다. 또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이 세계적으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삼성은 그런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지만 결코 두려워하진 않는다. 앞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 분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이다.

지난해 삼성은 스마트홈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하면서 그런 비전을 개략적으로 제시했다. 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선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인간 중심의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할 것”이라고 추상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9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5에서 삼성은 마침내 사물인터넷의 제왕이 되려는 노력의 뼈대에 살을 붙였다. 가장 눈길 끈 기기가 슬립센스(SleepSense)였다.

슬립센스는 삼성이 개발한 사물인터넷 기기 중 최신 제품으로 우리의 수면 상태를 측정·분석해 숙면을 도와주는 기기다. ‘개인용 수면 컨설턴트’로 불리는 슬립센스는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수면 보고서와 전문가 조언을 제공한다.

슬립센스는 매트리스 아래에 둘 수 있도록 설계됐고 앱을 통해 삼성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된다. 삼성은 슬립센스의 수면 패턴 측정 정확도가 97%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같은 나이의 평균과 비교한 데이터도 보여준다.

슬립센스는 수면 시간, 수면의 질,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 깨는 횟수, 침대에서 일어나는 빈도, 급속안구운동(REM) 수면 시간, 수면 중 숙면의 비율 등을 근거로 수면 점수를 계산한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은 신진대사 부문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교수인 크리스토스 만트조로스 박사와 손잡고 사용자의 생활방식, 영양, 운동을 바탕으로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한 맞춤형 전문 조언을 제공한다. 이 조언은 수면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앱을 통해 제공된다.

만트조로스 박사는 IFA 2015에서 음식과 음료, 운동과 함께 수면의 질이 대사 조절의 가장 중요한 요인에 꼽힌다고 말했다. “대다수 사람은 수면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 모른다. 하지만 진화하는 기술이 우리의 전문지식을 실제적인 혜택으로 전환해줄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스마트싱스 허브에는 강력한 프로세서와 로컬 앱 엔진, 백업 배터리가 탑재됐다
삼성은 시연을 통해 모든 기기가 연결된 미래의 일부를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예를 들어 슬립센스는 삼성의 사물인터넷 스마트싱스(SmartThings) 생태계를 통해 에어컨, 전등, TV 등과 연결돼 잠들면 자동으로 전원을 꺼주고, 적합한 숙면 환경을 위해 온도를 조절해주고 잠에서 깨면 커튼을 열어준다. 또 스마트싱스 앱은 슬립센스와 온도조절기, 보안 카메라, 전등을 제어한다.

깊은 잠에서 자명종 소리에 깨면 오랫동안 피곤하다. 슬립센스는 알람 설정 시간 바로 전이나 후에 얕은 잠을 잘 때만 깨워준다.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은 아이나 노인 등 가족의 수면을 추적해 그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해준다.

이처럼 모든 기기가 서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삼성은 차세대 스마트싱스 허브를 발표했다. 클라우드에 연결할 필요가 없고 10시간 수명의 배터리도 제공한다. 정전돼도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싱스 허브는 다양한 스마트싱스 센서·스위치·카메라와 연결된다. 사물인터넷의 보편화에 핵심이 될 호환성도 확보했다. 수십개 업체의 200개 장치를 연결할 수 있도록 오픈됐다.

아울러 BMW와 제휴해 스마트홈 기기에서 차의 대시 보드로 직접 알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과도 같은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은 사물인터넷의 핵심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할 생각이다. 또 본격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서비스’와 ‘디바이스’ 양쪽에서 개방성을 추구한다.

스마트싱스 허브는 스마트홈 서비스 플랫폼으로 파트너십과 생태계를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스마트 가전은 제품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 파트너들과 협력해 가전 사용자 편의성과 사용성 확대에 기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IFA에서 ‘일상생활에 녹아든 사물인터넷’을 주제로 소비자 삶과 융화되는 사물인터넷의 비전과 제품을 공개했다.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 사장은 IFA에서 “사물인터넷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킬 거대한 조류”라며 “플랫폼을 개방하고 업계를 넘어 협업하며 기술보다 인간을 항상 중심에 놓는 것이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가전 오픈 플랫폼 추진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가전 외에도 사무실, 자동차 등과 B2B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소비자의 삶 어디에서나 사물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물인터넷 경험이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 도시와 스마트 국가 개념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비전도 밝혔다. 건설·유통·헬스케어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와도 협업을 추진해 가정 사물인터넷 기기와 서비스를 지역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존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1조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이 ‘스마트 홈’이다. 집안의 기기와 장치를 서로 연결해 더 효율적인 생활 공간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업계 분석업체 콘텍스트의 소매 담당 이사 애덤 사이먼은 “최근 영국·프랑스·독일의 소비자가 스마트 홈 기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46%가 3∼5년 안에 스마트 홈에서 살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집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게 준비된 상태였다. 예를 들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자동으로 난방기와 전등을 켜고 집에 들어가면 바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이 과연 삼성의 미래를 보장해 줄까? 지난 5년 동안 유럽에서만 가전제품 5억3000만 대를 팔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은 연결된 미래의 유토피아 비전을 실현하기에 가장 유리한 회사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 DAVID GILBERT IBTIMES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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