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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송금 ‘미션 임파서블’

해외 송금 ‘미션 임파서블’

비트코인은 통화와 결제 시스템을 결합해 국가통화를 완전히 우회하며 단일 시스템으로 만든다. 은행 시스템도 완전히 우회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아주 실제 같은 장면이 나온다. 악당이 10억 달러 정도의 거금을 송금한다. 휴대 단말기를 손에 들고 버튼을 클릭한다. 막대 그림에 진척도가 표시된다. 불과 몇 초만에 송금이 완료돼 땡 하는 신호음이 들린다. 끝! 와, 대단하다.

분명 돈 많고 힘 있고 연줄 좋은 사람들의 금전거래 방식인 듯하다.

실제론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 중 최고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3분간 숨을 참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이착륙하는 비행기 옆구리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불가능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구불구불한 모로코 도로를 시속 190여㎞의 속도로 질주하면서 사고를 내지 않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기존 송금 서비스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영화 관객들은 그렇게 신속한 송금이 가능하리라고 거의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실생활에서 우리의 송금 기술은 1950년대와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처럼 하려면 딱 한 가지, 2009년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분산된 거래장부에 기초해 운영되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통화다. 그 외에는 여러 영업일 동안 기다리고, 높은 수수료를 물거나 또는 제3의 서비스와 (신용 기반의)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국가통화를 이용해 즉시 10억 달러를 송금하는 방법은 없다. 100만 달러도 안 된다. 수천 달러를 송금하는 데는 좋고 나쁜 방법들이 있지만 모두 돈이 들고, 신뢰 관계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1달러라도 개인들끼리 송금하는 방법은 없다(물론 직접 화폐를 건네는 방법은 예외다).
 국가통화의 송금 방법은 제한적
현실 세계에서 해외송금 기술은 1950년대에 머물러 있다. 여러 영업일 동안 기다리고, 높은 수수료를 물거나 또는 제3의 서비스와 (신용 기반의)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송금 방법을 살펴보자. 자동자금결제센터(Automated Clearing House, ACH)를 통해 연간 총 250억 건에 40조 달러의 거래가 이뤄진다. 신용카드에 비해 갈수록 선호도가 높아진다. 깔끔해 보이고 일단 확인된 계정을 갖고 있으면 신용 관계 없이도 된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다. 최소 하루, 길게는 주말을 빼고 4일까지 걸린다. 목요일에 송금할 경우 다음 화요일까지 돈이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수수료도 1~3%로 높은 편이다. 크지 않은 듯하지만 100만 달러 송금 수수료가 번듯한 자동차 한 대 값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ACH는 가장 보편적이고 직접적이고 신뢰할 만한 최첨단의 방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히 나을 것도 없다. 전신 송금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웨스턴 유니언(1851년에 설립된 송금업체)이나 머니그램(1940년에 설립된 ‘트래블러스 익스프레스’의 새 이름)을 이용하는 케케묵은 방법이다. 대단히 빠르기는 해도 상당히 고가의 서비스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은 장점과 단점이 교차한다. 잔액이 있거나 은행 계좌에 직접 연결됐을 경우엔 수수료가 없다. 하지만 1만 달러의 거래 한도가 있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사용할 경우 수수료가 3%에 달한다. 그리고 결제에 3~4 영업일이 걸리기도 한다. 다만 계좌에 잔액이 있을 경우 즉시 송금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다. 페이팔 잔액이 페이팔을 벗어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3~4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와 상관없이 이 서비스로 해외 송금할 경우에는 수수료가 천정부지로 뛴다.

다른 서비스들은 이 같은 면에서 발전을 보인다. 구글 월렛이 최고로 손꼽힌다. 은행 계좌에 연결돼 있을 때는 송금이 빠르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며칠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송금액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한 주 동안 5만 달러 이상의 송금은 거의 불가능하다.

스퀘어 캐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서비스는 절대적으로 직불카드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수수료가 없어서 좋지만 계정이 인증될 때까지 30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송금액이 1000달러로 제한된다.

페이스북에도 제한된 금액을 송금할 수 있는 근사한 새 앱이 있다. 훌륭하고 기대를 모으는 앱이다. 단지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돈을 보내는 데 보통 3~4일이 걸린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신용카드, 직불카드 또는 그 밖의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문제의 해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서비스가 많다. 2008년 그런 서비스를 표방하며 출범한 드월라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회사도 페이팔 등의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비합리적인 규제 시스템의 벽에 부닥쳤다. 그런 규제 시스템에선 모든 형태의 ‘고객확인 규칙’(know your customer rules, 금융거래 시 은행 등이 고객의 재무상태를 숙지해야 하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따라서 정부의 명령에 따라서만 이동하는 통화를 가진 고도의 규제를 받는 금융 시스템 속을 헤쳐 나가야 한다.

또 하나 큰 결함이 있다. 이들 신뢰 받는 제3자가 거래 자금을 반환, 동결 또는 압류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10억 달러를 송금할 경우 압류, 동결 또는 반환 위험은 막대하며 수개월 동안 지속되기 쉽다.

이 같은 환경에선 혁신이 어렵다 해도 놀랍지 않다. 인터페이스를 더 멋들어지게 만들고, 접근성을 더 높이고, 서비스를 더 친절하게 할 순 있다. 모두 바람직한 발전이다.

그러나 결국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때는 항상 똑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신뢰, 수수료, 대기 시간, 송금 한도, 그리고 해외송금에 따르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문제의 근원은 저마다 약간씩 다르다. 그러나 모두 하나의 기이한 현실로 귀착된다. 요즘 세상이라면 지극히 정상일 법한 일, 다시 말해 즉각적인 자금이체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우리의 통화·결제 시스템이 따라올 수 있을까? 절박한 문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여러 가지 중대한 새 혁신을 통해 현재 시스템을 혁파한다. 통화와 결제 시스템을 결합해 국가통화를 완전히 우회하며 단일 시스템으로 만든다. 은행 시스템도 완전히 우회한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니터되는 오픈소스(원천 기술 개방형) 장부 시스템을 통해서다. 신뢰, 신용 또는 ID도 필요 없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비트코인만 갖고 있으면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이 전 세계 누구에게든 송금이 가능하다.

거래는 거의 즉각적으로 처리된다. 결제에는 몇 분이 걸릴 수 있다. 이는 주식시장의 결제 시간 1~3일, 수표나 전신 송금의 3~5영업일, 그리고 신용카드 거래의 60~90일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암호통화 송금과 관련된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8100만 달러를 송금하는 데 든 비용이 0.40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기존 결제 시스템과 국가통화를 이용해 똑같이 거래할 때는 240만 달러 정도가 든다.

이는 비트코인의 큰 장점이지만 더 큰 혁신의 한 가지 기능에 불과하다. 암호통화는 각종 정보를 통합하고, 분류하고, 이동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이 같은 기술의 잠재적인 응용 방안은 생각만 해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통화만으로도 의미심장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이 기술의 효과는 증권을 비롯한 온갖 형태의 계약으로도 확산됐다.

오늘날 비트코인을 둘러싼 언론 보도는 온통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의 도산 후유증 관련 내용뿐이다. 마운트 곡스는 이 분야에 일찍이 뛰어들었지만 경영이 부실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6년 전 출범한 이래 오랫동안 잇따른 타격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검증되고 살아남고 발전한 혁신의 모습이 보인다.

비트코인은 실현된 ‘미션 임파서블’이다. 마침내 통화를 21세기로 끌어들인 혁신이다.

- JEFFREY A. TUCKER / 번역 차진우



[ 필자 제프리 A 터커는 경제교육재단의 저명한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경제교육재단 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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