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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파이를 둘러싼 기싸움

사이버 스파이를 둘러싼 기싸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베이징 중난하이로 초청했다.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랄한 훈계로 막을 내렸다.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홍콩의 민주화운동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며 중국 관영 미디어의 반미정서 증가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일축했다. 아울러 미국 외신 특파원들의 중국 비자 갱신 거부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공산당 정부에 비판적이었다며 그런 행동은 중국의 국내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였다. 그는 “호랑이 목의 방울은 단 사람이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자해지라는 뜻이었다.

그런 모습은 미중 관계의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양국은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으며, 기후변화부터 테러퇴치까지 다양한 이슈에서 협력한다. 그러나 양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권리 주장이나 이념적 자만심으로 서로 대치한다.

양국 정상이 오는 9월 말 워싱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실용주의와 호전성의 혼합이 여전히 그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두 지도자는 합의한 사항을 장황하게 나열할 것이다. 이란 핵합의와 중국의 경제구조 개혁 필요성 등이다. 그러나 양국의 견해차가 큰 주요 사안에선 거의 진전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또 시진핑 주석이 최근 중국의 주식시장 폭락에 어설프게 대응했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그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잃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프 베이더는 “이번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가 사이버스파이 행위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수 년 동안 미국 기업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해 지적 재산을 훔치고 그 기밀을 중국 기업에 넘겼다.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지낸 키스 알렉산더는 이런 사이버 범죄로 “사상 최대의 부가 이전됐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연간 약 25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다는 이야기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6월 미국 인사관리처가 해킹당해 전·현직 연방정부 공무원 22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건에서 ‘주 용의 대상’으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다.

미국의 정보 관리들에 따르면 그런 정부 대 정부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는 미국도 참여하는 정당한 게임이다. 그러나 중국의 기업 비밀 절도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런 행위는 스파이계의 불문율 위반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한 컴퓨터 보안업체는 상하이의 이 건물을 중국 해킹부대 본부로 추정했다(중국 당국은 부인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강력히 부인한다. 미국에서 탈취한 기업 비밀을 중국 기업에 넘기는 것은 정부의 사이버 스파이가 아니라 민간 해커들이며 최근 중국은 그런 범죄자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관리들은 상업 첩보도 정부 스파이의 유효한 표적이라고 주장한다. 미 국무부에서 사이버 스파이 전문 전직 관리 제임스 루이스는 “2년 전 중국 측과 대화할 때 그런 주장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들은 ‘당신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싶겠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의 해킹에 신물이 난 일부 미국 법집행·정보 관리들은 시진핑 주석의 방미 전에 미국 기업에 사이버 공격을 가한 중국인과 기업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악관 사이버 안보 정책 담당 국장을 지낸 로버트 크나케는 “정상회담 직전에 양국 관계에서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중국 정부는 ‘해킹이 대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중국 기업의 해외 경쟁과 국제 투자 유치, 계약 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할지 모른다. 적어도 그게 우리의 바람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징벌적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석가도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는 시기를 불문하고 제재를 가하면 중국이 공격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을 해킹한 중국 장교 5명이 미국에서 기소되자 중국 정부는 사이버 안보 문제를 다루는 실무 협의단을 철수시켰다.

중국이 제재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확실하지만 보복의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공방전은 글로벌 시장이 중국의 미래를 갈수록 우려하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에 중대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는 양국간에 새로 조성되는 긴장이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결과를 손상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세계의 양대 경제대국이 경제 난타전을 지양하겠다는 다짐을 말한다.

중국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시진핑 주석의 방미 첫 일정으로 오는 9월 23일 시애틀에서 포럼을 개최한다. 중국 방미단은 애플·페이스북·구글·IBM 등 미국의 주요 기술업체 대표들을 초청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시장인 중국에서의 사업을 논의한다. 중국은 현재 페이스북과 구글의 중국 사업을 금하지만 그런 정책이 변경되리라는 기대로 그 업체들은 초청에 응하지 않기가 어렵다. 미국 관리들은 그 포럼으로 상업적 사이버 스파이 행위에 관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압력을 가할 능력이 손상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일부 전문가는 사이버 스파이 행위 논란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일종의 타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무엇을 바라는지만이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 가지 제시 가능한 양보는 중국 해안에서 미국의 전자 정찰 비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기업 해킹을 완전히 중단시킬 수 없다면 미국이 대안으로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는 분명치 않다.

그동안 미국 국방부의 사이버전사들은 중국을 상대로 전투를 준비 중이다. 최근 창설된 미국 사이버 사령부를 지휘하는 마이클 S 로저스 제독은 지난 9월 8일 성명서를 통해 ‘지적 재산과 개인 정보’는 외국의 사이버 스파이로 부터 보호해야 할 미국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선언했다. 미군과 미국 상무부가 고객인 컴퓨터 보안업체 피델리스 사이버시큐리티의 최고보안책임자 저스틴 하비는 “미국 국방부가 그렇게 선언한 것은 중국 해커단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워싱턴에서 만나면 그런 강경 발언은 나오지 않을 듯하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훈계나 질타에 참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경제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미국 상품의 최대 수입국이며 미국 수출의 3위 시장이고 갈수록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떠맡는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국빈을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대할 가능성이 크다.

- JONATHAN BRODER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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