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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기억을 푸는 열쇠

갇힌 기억을 푸는 열쇠

시간과 장소의 정보가 기억 전체를 되살리는 틀을 제공한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킬 때 우리는 대개 시간과 장소로 시작한다. 신혼여행을 어디로 갔었던가? 태국 푸켓이었나 몰디브였나? 7월이었나 1월이었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OSU) 연구팀에 따르면 이처럼 시간과 장소의 기본 정보가 더 자세한 기억을 되살리는 열쇠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OSU 팀은 우리 뇌가 특정 경험의 ‘시간’과 ‘장소’를 어디에 저장하는지 확인했다. OSU 심리학자들은 각 경험이 시간과 장소 둘 다에서 얼마나 서로 멀리 떨어졌는지에 근거한 정보를 뇌의 전방 해마(측두엽의 안쪽에 위치하면서 학습·기억에 관여한다)에 저장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기억을 되살릴 때 그 부위의 뇌 활동 패턴이 얼마나 유사한지가 실제 사건 사이의 시공간적 폭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OSU의 심리학 교수로 이번 논문의 주 저자인 퍼 세더버그는 “기억에는 시간과 장소가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뉴스위크에 “전방 해마가 시간과 장소의 ‘핵심’을 저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 같이 작용한다. 일생에서 기억을 되짚어주는 ‘참고점’을 가리킨다. 세더버그 교수는 “인간은 경험의 핵심을 저장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마에 시간과 장소가 저장되면서 우리는 특정 기억의 더 자세한 부분에 접근할 수 있다. 첫날밤을 보낸 호텔방 구조가 어땠는지 돌이키려 할 때가 그 예다.

OSU의 세더버그 교수팀은 자원자 9명에게 특수 앱을 사용해 자동으로 사진 수천 장이 찍히는 특수 스마트폰을 지급해 목에 걸고 다니도록 했다. 1개월 동안 찍은 사진을 저장한 뒤 그 이미지들을 자원자에게 보여주면서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을 이용해 뇌 활동을 측정했다. 그 다음 각 사진의 배경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했다. 그 뇌 촬영 영상으로 전방 해마가 기억의 기본 배경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각 경험의 시간과 장소 차이가 클수록 해마에서 기억이 표현되는 거리가 더 멀리 나타났다.

세더버그 교수에 따르면 시간과 장소는 뇌의 참고점 역할을 한다. 그는 “시간과 장소가 경험의 객관적인 측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사건의 서술 기억(세더버그 교수는 ‘자서전적 기억’이라고 부른다)은 느낌이나 주관적인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특정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는 해마에 기록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이 전체 그림을 그리는 틀을 제공한다고 세더버그 교수는 말했다.

OSU 팀은 이 연구의 규모와 폭을 더 넓힐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계가 있었다. 자원자 전원이 19∼26세 여성이었다(남성은 모두 중간에 그만뒀다). 세더버그 교수는 더 큰 표본과 더 다양한 참가자(알츠하이머 환자 포함)에 초점을 맞춰 기억의 감퇴 과정을 구체적으로 연구할 생각이다. 그는 이번 연구가 미흡하지만 기억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JACK MARTINEZ NEWSWEE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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