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부다페스트의 우울한 ‘Z세대’

부다페스트의 우울한 ‘Z세대’

크로아티아에서 헝가리로 넘어온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타는 난민 행렬.
그들은 스스로 ‘Z세대’라 부른다. X세대와 Y세대 다음을 가리키기보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의 ‘제로’에서 따왔다. 18∼24세 연령층인 그들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주민의 55% 이상을 차지한다.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이지만 그들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들 대다수는 지난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래 최대 규모의 이주자가 몰려드는 난민 위기로 다른 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은 정부의 난민 지원 의지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부다페스트의 젊은이들은 그저 냉담할 뿐이다.

벤체 베케스(26)는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난민 위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6년 동안 헝가리의 젊은 세대는 정치·시민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헝가리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에서 18∼24세 중 투표에 참가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모든 연령층보다 낮다. 2009년 선거에서도 그들의 투표율은 비슷했다.

부다페스트의 젊은이들은 그런 정치 무관심이 현 정부를 향한 전반적인 반감과 불신,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베케스는 “나도 지금의 정부를 좋아하지 않지만 대안이 없다”며 “정치에 신경 쓰기보단 내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 젊은층의 투표율은 1960∼70년대 젊은 층의 정치 참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부다페스트 ‘Z세대’의 부모 다수는 공산주의 정권을 몰아내려고 투쟁했다. 결국 1989년 공산당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섰다. 헝가리 사회당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2010년 민족주의 정당 ‘헝가리 시민연대’를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이 총리에 취임하면서 정치 풍경이 달라졌다. 극우 정당들이 더 많은 권력을 쥐었다. ‘Z세대’의 부모가 투쟁과 희생을 통해 세운 사회주의 정부가 쫓겨나고 훨씬 보수적인 정당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5년 동안 부다페스트의 젊은이들은 정부 체제가 허물어지고 경기침체로 국가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실업률이 급상승했다.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 애쓰는 동안 정부는 갈수록 국수주의적으로 변했다.

헝가리 정부는 난민 수만 명의 유입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최근 헝가리는 난민 수천 명이 북유럽으로 가려고 세르비아에서 넘어오려 하자 국경을 폐쇄했다. 헝가리 정부는 망명을 신청하려는 난민을 도우려고 조금도 노력하지 않았다. 기차역에서 난민을 돕는 사람은 현지 구호단체뿐이었다. 그들은 정부와 아무런 관련 없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에 사는 사라 보르다(27)는 많은 젊은이가 소외감을 갖고 패배주의자가 됐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옹호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보다 일자리 찾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직자가 늘면서 우리 젊은 층은 난민 위기에 더 무관심해졌다.”

올해 초 헝가리의 젊은 층 실업률은 19.3%로 치솟았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숱하다. 극우 정당들은 더 많은 일자리와 경제 개혁을 약속하며 젊은 층의 실업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자 부다페스트 청년들의 회의주의는 갈수록 깊어만 간다. 레카 라드니츠(24)는 공무원을 두고 “그들이 하는 일을 보면 하나 같이 화만 난다”고 말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무능하다.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먼저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고 정부가 하는 말을 그냥 믿는 게 서글프다.”

헝가리가 지난 9월 15일 국경을 폐쇄했지만 먼저 유입된 난민이 수천 명에 이른다. 그들은 망명을 신청하거나 독일 또는 오스트리아로 건너갈 방법을 찾는다.

베케스는 “정부가 지금의 난민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난민 유입을 막아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강한 이미지를 내세워 국민의 환심을 사려 한다.”

부다페스트 주민은 난민을 돕기 위해 옷과 담요, 음식을 기부한다. 베케스는 자신도 부다페스트 켈레티 기차역의 난민에게 옷가지를 갖다 줬지만 또래 연령층의 대다수는 “이 모든 일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미 크게 좌절해 더는 신경 쓰려하지 않는다.”

- ERIN BANCO IBTIMES 기자 / 번역 이원기
 [박스기사] 난민 12만 명 분산 수용한다
터키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난민들. 그 여정에서 지금까지 2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U, 헝가리·루미니아·슬로바키아·체코의 반대에도 표결로 통과시켜지난 9월 22일 유럽연합(EU) 각료회의에서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표결을 통해 난민 12만 명을 28개 회원국에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올해 난민 80만 명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독일이 그 계획을 강력히 지지했다.

EU 각 회원국의 내무장관들은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회의에서 난민 수용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중앙·동유럽의 헝가리·루미니아·슬로바키아·체코의 반대를 누르고 그 계획을 통과시켰다(핀란드는 기권했다). EU는 트위터를 통해 “난민 12만 명을 분산 수용하는 결정을 회원국 대다수의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반대한 국가들도 난민을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난민 12만 명 분산 수용은 이전에 합의된 4만 명에서 크게 늘어났지만 시리아 난민만 수백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다. 12만 명 중 6만6000명은 올해 각 회원국에 분산 수용되며 나머지 5만4000명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체코 정부는 자국의 반대 의견이 묵살됐지만 그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반발했다. 유럽에는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리트레아 등 내전 중이거나 국민을 탄압하는 국가에서 탈출하는 대규모 난민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난민 2800명 이상이 유럽으로 건너가는 도중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최근 들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회원국들에 유럽연합 창설의 이상에 부응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EU 관리들은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지난 몇 주 동안 상호 비난과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되면서 EU의 동-서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 LYDIA TOMKIW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2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3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4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5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6‘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7“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8“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9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실시간 뉴스

1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2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3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4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5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