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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마마보이 남친과의 갈등 극복] 아픈 만큼 성숙하도록 도와야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마마보이 남친과의 갈등 극복] 아픈 만큼 성숙하도록 도와야

일러스트:중앙포토
입사 3년차인 그녀는 28살, 뛰어난 미모와 깔끔한 일처리로 회사의 모든 총각들이 원하는 신부감이다. 그런데 그녀는 입사 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남자친구가 없었다. 몇 달 전 한 팀장으로부터 소개를 받아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상대는 외동아들인데, 5살 연상이라 나이가 좀 많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괜찮은 직장에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석사까지 받은 학력뿐 아니라, 부유한 가정환경 등 그 외의 모든 조건이 좋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소개받았다. 이후 주말마다 그를 만났다. 그는 그녀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도 그런 그가 싫지 않아 5개월 동안 거의 20번 이상 만났다.


 마마보이와 효자의 차이점은?
그런데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몇 번째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 그와 대화하다 보면, 내용 중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다. 효자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매번 듣다 보니 좀 지나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33세면 부모와는 독립된 생활을 해야 할 나이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항상 어머니를 염두에 두고 모든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모든 선택과 결정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혹시 마마보이가 아니냐고 한다. 이제 그와 정도 꽤 들었고, 그의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이 욕심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남자와의 결혼은 불행의 시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마보이와 효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마마보이란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남자다. 주체성이 없어, 엄마의 의견을 무조건 따른다. 책임지기 싫어하고, 엄마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며, 아이처럼 살려고 한다. 효자란 부모에게 잘 하는 남자다. 주체성을 가지고, 부모의 의견을 항상 존중한다. 책임감이 강하고, 부모를 잘 섬기며, 어른으로 살아간다. 어릴 때 마마보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마마보이라면 간단치 않다. 요즘 세상에 적당히 효자라면 문제가 없지만, 지극한 효자라면 만만치 않다.

이른바 ‘어른아이(Adult Children)’란 게 있다. 겉은 어른인데, 속이 아이다. 피터팬증후군이라 부른다. 피터팬처럼 어른이 되기 싫고, 영원한 아이로 살고 싶어 한다. 아이는 아이 같아야 하고, 어른은 어른 같아야 한다. 성숙이란 어른이 어른 같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아이가 어른 같으면 조숙이라 하고, 어른이 아이 같으면 미성숙이라 한다. 전자를 애어른이라 부르고, 후자를 어른아이라 부른다. 어른아이의 특징은 이렇다. ①나 중심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②부모나 가까운 사람에게 의존한다. ③인생의 특별한 목적과 의미가 없다.

마마보이는 대표적인 어른아이다. 응석받이, 치마폭 아이 등으로 불린다. 주로 극성엄마 밑에서 자란 경우다. 극성엄마의 원조는 맹자의 어머니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차례 집을 옮기고, 어머니가 그리워 돌아오면 매몰차게 돌려보냈다. 루즈벨트의 어머니도 극성엄마다. 아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학교 앞으로 집을 옮기고, 병든 아들 면회를 위해 사다리를 걸고 기숙사 방까지 침입했다. 한국의 치맛바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만든 성장동력이다. 한국에선 요즘도 엄마 뒷바라지 없이 자식이 성공하긴 어렵다. 엄마의 파워는 학교, 직장, 결혼, 육아까지 영향을 미친다. 마마보이와 마마걸이 양산되고 있다.

링컨은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얼굴은 살아온 과거의 체험을 반영한다. 공자는 나이 마흔이면 불혹이고, 나이 쉰이면 지천명이라고 했다. 불혹(不惑)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고,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소명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에릭슨은 인생의 과제로 청년기에 친밀감, 중년기에 생산성, 성숙기에 자아통합을 말했다. 청년기에 사랑을 통해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완성하고, 중년기에 돌봄을 통해서 가족과 사회에 공헌하고, 성숙기에 통합을 통해서 한 인간으로서의 충만함에 도달하는 것이다.
 외동에게 공 들이는 건 당연한 일
주체성이란 무엇인가? 내가 나의 주인공이란 마음의 상태다. 부처님이 외쳤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다. 남에게 의존을 하지 않는 것이고, 이는 자유와 독립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내가 하기 때문에 잘된 일도, 잘못된 결과도 나에게 원인이 있다. 매사 책임을 자각하여, 나 이외의 남을 탓하지 않는다.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남의 생각에 이끌리지 않는다. 외부의 힘이나 존재에 부림을 당하지 않고, 내가 모든 것을 부리는 인생의 주연이 되는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돌아가자. 결혼을 앞두고 그녀가 숙고해 볼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원(Resource) 활용이다. 마마보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그에겐 풍부한 자원이 있다. 잠재 가능성도 있다. 요즘 대부분이 외동아들이다. 누나나 여동생이 있다고 해도, 외동아들이긴 마찬가지다. 하나밖에 안 키우는데 어머니가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공들인 자식이 성공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클린턴은 의붓아버지 밑에서 컸다. 어머니의 과잉보호에서 자랐다. 오바마는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 어머니의 과도간섭에서 성장했다. 둘 다 미국 대통령이 됐다. 엄마 품에서 자란 경우, 의존적이고 의지력이 약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독립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나기도 한다. 엄마와의 친밀한 유대감이 성장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오히려 클린턴과 오바마처럼 강하고 자주적인 리더가 될 가능성도 크다.

둘째, 경계(Boundary) 설정이다. 그가 건강한 울타리를 세울 수 있도록 돕자. 응석받이는 어머니와 경계가 없다. 과잉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치마폭 아이도 어머니와 경계가 없다. 과도간섭을 받기 때문이다. 둘 다 어머니와의 지나친 애정과 집착을 특징으로 한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알고, 눈빛만 봐도 서로를 느낀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연인과 같고, 아들에게 어머니는 심리적 고향이다. 마마보이는 어머니와의 경계가 모호하고, 감정적으로 얽혀 있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 경계설정에 대한 인식과 훈련이 필수적이다. 사람관계는 너무 가까우면 불편하다. 우리는 사랑하던 사람과 잠시 떨어질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너무 멀어도 불편하다. 우리는 고독이 몰려올 때, 수첩을 뒤져 여기저기 연락하게 된다. 뜨거운 관계보다 서늘한 관계가 오히려 편안하다. 성숙한 인간관계의 비결은 거리 조절에 있다. 혼자 있는 듯이 함께 있고, 함께 있는 듯이 혼자 있는 것이다.

셋째, 성숙(Maturity)이다. 미성숙은 상대에게 아픔을 주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다. 성숙은 필연이다. 미성숙은 결국 성숙으로 나가야 한다. 서른이 넘어 성장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부모의 보호는 영원치 않고, 세상을 주연으로 살기엔 녹록하지 않다. 성숙은 주체성이다. 그녀도 그와 함께 성숙으로 나가야 한다. 인간의 성장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성숙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성숙은 체험을 통해서 온다. 아픈 만큼 성숙한 법이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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