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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송 같은 팝송

CM송 같은 팝송

케이난의 곡 ‘Wavin’ Flag’의 리믹스 버전은 코카콜라의 대대적인 홍보작업 덕분에 십여 개 국가에서 인기차트 정상을 차지했다(왼쪽). 싱어송라이터 듀오 니코 & 빈즈는 지난여름 네스티의 오디오 로고가 포함된 곡을 발표했다.
지난여름 유럽에 갔다가 우연히 노래 한 곡을 들었는데 희한하게 귀에 익거나 아이스 티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진다면 착각이 아니다. 싱어송라이터 듀오 니코 & 빈즈의 ‘Fresh Idea’라는 노래일 것이다. 네스티가 돈 주고 산 그 노래에는 자체 제작한 4음 멜로디가 들어 있다. 네스티가 자사의 모든 광고에 삽입하며 브랜드 정체성의 일부로 간주하는 멜로디다.

마케팅 업체들이 밴드·뮤지션과 손잡는 트렌드가 뜨고 있다. 커머셜 광고에 가수의 노래를 사용하거나 그들의 투어공연을 후원하는 방법뿐이 아니다. 팝송에 브랜드의 ‘오디오 로고’를 직접 삽입하는 방법이 추가했다. ‘Fresh Idea’는 그런 트렌드의 일환이다. 오디오 로고는 브랜드의 커머셜 광고에 들어가는 4 또는 5음의 멜로디로 기업들이 수십 년 전부터 사용해왔다(알기 쉽게 TV 방송 특유의 ‘딩 동 댕’ 소리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음악업계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 새로운 수익창출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오디오 로고는 뮤지션에게 금맥을 찾아줄 잠재력을 갖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TV 커머셜보다 훨씬 낫다”고 ‘Fresh Idea’의 산파 역할을 한 에이전시 데비언트 벤처스의 창업자 우무트 오자이딘리가 말했다. “광고 효과 면에서 음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네스티로선 분명 잘한 투자였다. 지난 7월 곡의 발표 이후 유튜브에서 7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네스티가 인터넷에 올린 다른 어떤 콘텐트보다 몇십 배나 많은 수치다. 니코&빈즈의 매니저들이 미국에서 그 곡의 발표를 검토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원래 네스티는 유럽 광고 캠페인용으로만 ‘Fresh Idea’를 원했다.

니코&빈즈는 유명 스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명 가수도 아니다. 지난해 히트 앨범 ‘Am I Wrong’은 미국에서 200만 장이 팔렸고 음악 차트 4위까지 올랐다. 캐나다·영국·뉴질랜드 차트의 정상에도 올랐다.

오디오 로고 삽입곡의 발표는 이들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기업 브랜드, 상업주의, 자본주의를 조롱하던 뮤지션들이 브랜드의 요소들을 자신들의 음악 DNA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삽입하게 됐을까?

두 가지 변화의 산물이었다. 첫째 변화는 기업 측면에서 일어났다. 브랜드 정체성에 음악적 측면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기업 경영자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고 변화는 유럽에서 먼저 뿌리 내렸다. 어떤 사운드를 기업 브랜드로 삼을지에 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몇몇 광고 대행사들이 기업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운드 특성을 이용한 브랜드 이미지화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았을 땐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다”고 오디오 브랜드 이미지화 에이전시 시지엠 선의 창업자 미셸 부몽딜이 말했다.

지난 9월로 창사 20주년을 맞은 시지엠 선의 고객은 자동차 제조사 푸조, 대형 철도회사 SNCF, 프랑스 오픈 등이다. 그렇다. 고객 중 절반 가까이가 B2B 다시 말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기업이다. 사운드 브랜딩 업체 ‘맨 메이드 뮤직’의 창업자 조엘 베커먼에 따르면 세계 시가총액 상위 브랜드 중 절반이 사운드 전략을 갖고 있다.

또 한편에선 음반 업계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었다. 파일 공유 기술의 등장으로 실물 음반의 소유가 점차 줄면서 그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음반업계가 크게 위축됐다. 20세기의 절정기에 비해 41% 이상 쪼그라들었다.

그에 따라 시장이 침체되면서 뮤지션과 매니저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줄어든 수입을 메울 방법뿐 아니라 적잖은 돈이 드는 홍보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파트너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엔 음반 업체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니코&빈즈가 소속된 아톰 팩토리의 매니저인 줄리어스 어빙 3세가 말했다. “따라서 다른 소득원을 찾아야 한다.”

마케팅 업계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광고 대행사와 제품 브랜드들은 수십 년 동안 대중음악계의 대스타와 그들의 노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그랬던 팝 스타들이 갑자기 식품·음료, 라이선싱 기회(synchronization opportunities, 다른 매체에 곡의 사용권 제공), 심지어 순회공연 중 묵을 곳까지 선뜻 받아들였다. 제품광고 출연을 통한 뮤지션들의 정확한 수입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곡을 커머셜·영화·TV에 삽입하는 라이선싱 계약 수입액은 집계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라이선싱 수입은 총 3억5000만 달러로 증가세다.

어빙 3세 매니저는 오늘날 새 아티스트나 새 음반을 후원하는 브랜드 파트너의 확보는 있으면 좋은 덤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랜드 로고에 해당하는 사운드를 곡의 멜로디에 넣는 데는 약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7년 더블민트 검 광고의 일환으로 인기 가수 크리스 브라운과 작곡가 팀이 ‘Forever’를 발표했다. 2년 뒤 씨 로 그린, 자넬 모네, 그리고 패트릭 스텀프가 ‘Open Happiness’를 작곡했다. 동명의 코카콜라 광고를 위해 만든 곡이다.

다음 해 우무트 오자이딘리 창업자가 선보인 ‘Wavin’ Flag’는 필시 이 같은 관행의 가장 성공적인 버전이다. 원래 2009년 소말리아계 캐나다인 랩가수 케이난이 발표한 곡이다. 소말리아의 자유에 대한 지지를 노래했다. 당시 코카콜라의 음악 책임자였던 오자이딘리는 코카콜라의 오디오 로고를 넣어 그 곡의 리믹스 버전을 제작하기로 했다. 오디오 로고는 전 세계에 방송되는 모든 코카콜라 광고에 들어 가는 5음의 멜로디를 말한다.

‘Wavin’ Flag’는 그해 코카콜라 월드컵 마케팅의 핵심을 이뤘다. 그 곡은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쳤다. 17개국에서 음악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곡이 방송 전파를 탈 때는 광고 캠페인에 훨씬 더 큰 아우라를 더해준다”고 오자이딘리 창업자가 말했다.

그것은 또한 코카콜라의 모든 관계자를 흥분시켰다. “50만 명이 브랜드 멜로디를 흥얼거릴 때는 마약 같은 효과를 낸다.”

마약이든 아니든 브랜드가 얻는 이익은 뮤지션 쪽보다 훨씬 더 불분명하다. “핵심성과지표(KPIs)를 토대로 가능성 있는 곡을 골라야 한다”고 오자이딘리 창업자가 말했다. KPI는 광고 캠페인의 효과를 평가하는 척도를 가리키는 업계 용어다. “커머셜의 호감도를 높이고, 더 큰 관심을 유발한다.”

뮤지션 입장에선 이점이 훨씬 더 뚜렷하다. 곡을 만든 대가를 받을 뿐 아니라 기업이 통상적으로 마케팅뿐 아니라 제작비용까지 부담한다. 니코&빈즈가 하와이 현지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Fresh Idea’ 뮤직 비디오가 대표적이다. 케이난의 경우 세계적인 투어의 주축을 이뤄 30여 개국의 청중 앞에 서게 됐다.

유럽의 마케터들은 이 전략을 선호한다. 미국에선 크리스 브라운의 ‘Forever’ 외에는 알려진 브랜드 멜로디가 삽입된 곡을 발표한 브랜드나 뮤지션은 거의 없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유럽 쪽이 이런 노래를 더 많이 내놓는 편”이라고 어빙 매니저가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미디어 캘린더에는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노래를 내놓아 그만큼 재미를 볼 만한 기회가 충분히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말 큰 행사들이 있다”며 미식축구의 슈퍼볼이나 미국 프로농구 결승전 같은 행사를 가능한 광고 타깃으로 꼽는다.

브랜드 업체가 왜 그런 광고를 원할까? “사람들에게 뭔가 느낌을 주고자 하는 브랜드에게는 음악이 지름길”이라고 오자이딘리 창업자가 말했다.

- MAX WILLENS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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