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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생활용품 살까 빌릴까] 꾸준한 사후관리 중요하면 렌털이 유리

[가전·생활용품 살까 빌릴까] 꾸준한 사후관리 중요하면 렌털이 유리

가전제품에도 유행이 있다. 1990년대 주부들 사이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 주스를 만드는 녹즙기가 유행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공기청정기나 제습기, 탄산수 제조기 등 다양한 ‘신상 가전’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있지만 ‘반짝 인기’에 그친 제품도 적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전의 성능과 디자인이 진화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옷처럼 유행에 맞춰 그때그때 사고 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적게는 수십 만원부터 많게는 수백 만원에 이르는 제품을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고장이라도 나면 사후서비스(A/S)를 신청해 고치고 고쳐 대개 한번 장만한 가전은 10년 가까이 쓰는 게 일반적이다. 큰 마음 먹고 신상품으로 바꾼다 해도 쓰던 가전을 버리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가전을 검색하면 상위 연관검색어에 오르는 단어가 바로 ‘무료수거’다. 가전 유행의 주기가 더욱 짧아지면서 5000~1만2000원에 이르는 폐가전제품 수수료를 낼 일도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해 버려지는 가전제품은 약 58만대, 수거 수수료는 46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선택은 있다. 구매하는 대신 대여하는 것이다. 아직도 빌릴 수 있는 가전이 정수기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제는 공기청정기나 음식물처리기는 물론 매트리스와 안마의자까지 빌릴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생활가전 렌털 시장 규모만 따져도 4조원이 넘는다. 최근 대형 유통 업체가 앞다퉈 렌털사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자가 제품과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가전렌털을 이용하는 것이 이익일까. 우선 가전렌털의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정수기를 살펴보자. 청호나이스의 이과수 얼음정수기의 경우 판매가가 213만4000원이다. 렌털가는 월 4만900~4만4900원이다. 월 임대료는 초기에 렌털등록비를 얼마나 더 부담하느냐와 사용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정수기를 렌털하는 주된 이유는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 저장탱크나 취수구 등은 일반 가정에서 청결하게 관리하기 까다롭다. 이 회사는 특정 제품을 렌털할 경우 2개월에 한번 필터 교체와 점검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의무사용기간 36개월 전에 해약하면 위약수수료가 붙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고가 제품일수록 위약금도 많아
고가 제품일수록 렌털 계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간에 해지하거나 사용자의 부주의로 고장이 날 경우 물어내야 할 금액이 만만치 않다. 최근 인기를 끄는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의 경우 올 들어 3분기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생활가전 렌털 업계에서 정수기 이외 품목으로 연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기업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판매 방식을 기존 일시불 위주에서 렌털로 바꿔 가격저항을 낮춘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 대표 제품의 가격은 430만원이다. 대여 방식으로 구매할 경우 월 11만9500원을 부담하면 된다. 의무사용기간은 39개월로 다소 긴 편이다. 약정기간 중에는 무상으로 A/S를 받을 수 있고, 39개월 후에는 소유권이 구매자로 완전히 이전된다.

고가 제품인 만큼 중간에 해지할 경우 적지 않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설치일로부터 18개월 미만일 때와 18개월 이후로 나눠 남은 사용일수만큼 계산한다. 약정서에 따르면 39개월 약정인 제품을 1년만 대여한 후 반납하려면 약 96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2년 후 기기를 반납한다면 약 18만원을 내고 해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기간이 얼마든 제품을 다시 업체 측에 돌려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안마의자의 경우 유행을 타지 않고, 고장이 나지 않는 한 관리가 어렵지 않아 렌털보다는 구매를 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 초기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매달 내는 대여료가 밀리면 연체료를 내야 하고, 약정기간이 길어 위험부담이 크다.

침대 매트리스는 정수기와 마찬가지로 사후관리가 중요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매트리스 청소와 교체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워 렌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코웨이에서 파는 퀸 사이즈 매트리스의 판매가는 165만원이다. 일시불로 구입할 경우 1년간 무상 케어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제품을 렌털하면 매달 3만2900원(6년 약정)의 대여료를 내야 한다. 의무 사용기간은 없지만 소비자가 선택하는 약정기간은 존재한다. 다른 렌털 제품과 마찬가지로 약정기간 내 해약 때 위약금이 발생한다. 6년으로 약정할 경우 매트리스 가격은 약 236만원으로, 일시불보다 약 7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그러나 이 가격에는 4개월에 한번씩 받을 수 있는 케어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매트리스는 일반 가정에선 세탁이 어렵고, 스프링 등이 마모되는 소모품이다. 침대는 한번 사면 일반적으로 부서지지 않는 한 사용하지만 매트리스의 기능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1년째 매트리스를 렌털하는 정혜경(33)씨는 “지난해 결혼 당시 한꺼번에 혼수품을 장만하느라 여유가 없어 매트리스는 렌털을 선택했다”며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워 빌려쓰기로 했지만 케어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새 제품처럼 쓸 수 있어 애초에 대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웰빙가전 늘면서 가전렌털 시장 커져
가전렌털 시장이 커진 것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며 과거보다 갖춰야 할 ‘웰빙가전’이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공기청정기·음식물처리기·비데·안마의자·매트리스 등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던 제품이 이제 일상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단순히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워 가전렌털을 택한다면 말리고 싶다.

핸드폰 2년 약정기간도 답답한 소비자에게 3년이 훌쩍 넘는 의무사용기간이 족쇄가 될 수 있다. 매달 나가는 몇 만원은 푼돈이지만 여러 제품을 대여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매일 사용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제품의 수명과 직결되는 제품이라면 렌털을, 유행에 무관하고 가끔 사용하는 제품이면 구매를 권한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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