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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맥시마] 강하면서 부드러운 스포츠 세단

[닛산 맥시마] 강하면서 부드러운 스포츠 세단

사진:닛산코리아 제공
‘일본·가솔린·대형·세단’. 어쩌면 최악의 조합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잘 안 팔릴 것 같은 요소만 죄다 모았다. 닛산이 작심하고 출시한 스포츠 세단 맥시마의 카테고리다. 독일·디젤·소형·SUV가 장악한 국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 것 같지 않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가솔린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과를 보자. 비슷한 이유로 도요타가 ‘아발론’을 냈고, 현대차는 ‘아슬란’을 출시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두 차 모두 성적이 신통찮았다.
 대형 가솔린 세단의 무덤에 뛰어들어
고급스러우면서도 직관적 조작이 가능하도록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
맥시마는 다를까? 개인적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스포츠 세단’이라 명명했듯 탁월한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 탄탄한 초반 가속성능에 시속 150km가 훌쩍 넘는 속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독일 디젤차의 퍼포먼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페달에 살짝 힘을 주면 앞서가는 차의 뒤꽁무니가 금세 눈앞에 와 있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으면 부드럽게 속도를 제어하며 멈춰 선다.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을 논외로 하고, L당 10km가 안 되는 낮은 연비를 감안해도 맥시마는 매력적인 차다. 그만큼 잘 달리고 잘 선다. 4370만원에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의 차를 몰 수 있다.

모든 자동차 브랜드는 정숙하면서도 잘 달리는 차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을 한다. 주로 일본차 브랜드가 정숙함을 택하고, 독일차 브랜드가 퍼포먼스를 택한다. 닛산은 끝까지 두 가지 모두를 잡겠다고 고집을 피운 브랜드다. 솔직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잘 달리면서 부드러움을 챙기려다 어색한 서스팬션이 만들어지곤 했다. 닛산이나 인피니티 계열을 차를 타다가 울렁거리는 불쾌감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약점이라 생각했던 닛산의 고집이 맥시마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닛산이 추구하는 강함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된 차다.

맥시마는 날렵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날씬하게 잘 빠졌다. 적당한 볼륨의 옆 라인과 C필러 이후에 뒤쪽으로 떨어지는 선이 아름답다. 닛산 특유의 물결 모양 보닛도 잘 어우러졌다. 다만, 뒤에서 봤을 때는 약간 펑퍼짐해 보이는 엉덩이가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실내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대부분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했고, 나무 느낌이 나는 부분도 잘 섞었다. 기어는 가죽 소재로 잘 쌓여 있다. 닛산 자동차 최초로 D컷 스티어링휠을 적용했고, 운전석으로 살짝 기울여진 센터페시아 역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느낌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체적인 버튼이나 조작의 직관성도 훌륭한 편이다. 내장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는 국산 중대형 차량과 비교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풀 옵션급 편의사양
3500cc급 넉넉한 배기량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이 닛산의 CVT 변속기와 조합돼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차는 6기통 3498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닛산이 자랑하는 CVT 무단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최대출력 303마력에 최대토크는 36.1kg·m이다. 3000cc 이상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만큼 넉넉한 출력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토크가 인상적이다. 실제 주행에서는 수치 이상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주행모드는 노멀과 스포츠 두 가지인데, 노멀에서도 충분한 주행성능을 뽐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 페달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핸들은 견고함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4900mm의 긴 차체를 제법 훌륭하게 제어했다. 시속 150km에 가까운 속도에서도 풍절음이나 노면 진동을 완벽에 가깝게 차단해, 정숙성에서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연비는 역시 아쉽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L당 9.8km인데, 차를 조금 거칠게 몰자 L당 7km 후반대로 떨어졌다. 3500cc 배기량의 대형 차량이라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맥시마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임엔 분명하다.

닛산코리아는 맥시마 ‘플래티넘’ 한 가지 모델만 국내에 들여왔다. 거의 풀 옵션에 가까운 모델이다. 4370만원의 가격에 웬만한 편의장치는 모두 포함돼 있다. 주차 때 필요한 전후방 카메라와 어라운드뷰 기능, 내비게이션, 전동식 시트, 쿨&히트 시트가 포함됐다. 전방 충돌위험이 감지됐을 때, 차선 변경 때 사각지대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위험을 알려준다. 대형차에 속하는 만큼 앞뒤 좌석에도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맥시마와 비슷한 세그먼트로는 현대 아슬란과 쉐보레 임팔라가 있다. 이 차들에 맥시마의 모든 옵션을 장착하면 4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의 독일 소형차들이 위치했다. “월 40대의 맥시마를 팔겠다”는 닛산코리아 관계자의 말에 “그거보다는 더 팔릴 것 같은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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