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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부치는 은막의 시’ 10편]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섬뜩하고

[‘비에 부치는 은막의 시’ 10편]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섬뜩하고

축축하고 쌀쌀하고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득 뒤덮은 날엔 따뜻한 담요를 뒤집어 쓰고 따끈한 차나 핫초콜릿을 마시며 비 오는 장면이 압권인 영화를 보는 게 제격이 아닐까? [노트북]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랑은 비를 타고]와 같은 영화 속에서 내리는 비는 낭만적일 수도 있다. [매그놀리아]에서처럼 상징적이기도 하며, [트루먼 쇼]에서처럼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쥬라기공원]처럼 섬뜩하기도 하며, [보우핑거]처럼 때론 기이하기까지 하다. ‘비에 부치는 은막의 시’로 뉴스위크가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이 뮤지컬 영화에서 진 켈리는 여주인공을 집에 데려다 주고 키스한 뒤 빗속의 물 웅덩이에서 철벅거리며 춤추고 노래한다. “난 빗속에서 노래하네. 비를 맞으며 그냥 노래하네. 아주 멋진 느낌으로 난 다시 행복을 찾았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장 발랄한 비 장면이다. “난 구름을 보며 웃음짓네. 하늘은 잔뜩 흐려 어둡지만 내 마음 속엔 태양이 빛나네. 이제 난 사랑할거네.”
 노트북(2004)
빗속의 키스는 영화에선 매우 흔하다. 그러나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철 맥애덤스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장대 빗속에서 나누는 키스는 차원이 다르다.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낸 뒤 다시 만나 낯섦과 반가움의 교차하는 가운데 빗속에서 나누는 애절한 키스는 그 진부한 기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트루먼 쇼(1998)
짐 캐리가 연기한 트루먼 버뱅크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자신의 세계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유명한 장면에서 갑자기 비가 마치 스폿라이트처럼 자신의 머리 위에서만 내리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사는 세계가 쇼로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계의 시청자가 30년 넘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니!
 금지된 사랑(1989)
존 쿠삭과 이온 스카이가 주연한 로맨틱 청춘 코미디다. 고교 졸업반 학생인 로이드 도블러(쿠삭)는 학교의 ‘킹카’ 다이앤 코트(스카이)에게 차인 뒤 빗속에서 공중전화로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보우핑거(1999)
이 영화에선 실제로 비 내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처비 레인(Chubby Rain, ‘통통한 비’라는 뜻)’이라는 공상과학영화를 만들어 개봉한다. “외계인은 빗방울 속에 들어가 지구로 내려온다. 그래서 비가 통통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이 클래식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은 홀리 고라이틀리라는 자유분방하게 쾌락을 추구하는 뉴욕의 장난꾸러기 여인으로 나온다. 그녀와 남자 주인공(조지 페파드)이 비가 퍼붓는 뉴욕의 거리에서 아끼던 고양이를 찾아 헤매며 애틋하게 사랑을 확인한다.
 매그놀리아(1999)
상처 입은 영혼들의 고통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비는 자주 내리지만 가장 유명한 장면에선 개구리 비가 짙은 안개와 함께 떨어진다.
 블레이드 러너(1982)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 로이 배티(럿거 하우어)는 빗속에서 죽어가며 이렇게 말한다. “난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지. 오리온좌 주변에서 불타는 돌격함과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기둥도 봤지.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빗 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쇼생크 탈출(1994)
팀 로빈스가 연기하는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20년을 보낸다. 폭풍우 속에서 탈옥에 성공한 듀프레인은 몸을 정화하듯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보며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기억하는 명장면이다.
 쥬라기 공원(1993)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으로 유전자 복제로 공룡을 부활시켜 만든 테마파크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간이 공룡들의 습격을 받는다. 정전으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룡의 육중한 발걸음으로 차 속의 물컵이 불길하게 흔들린다. 비가 차창을 타고 흘러내리며 암울함과 파멸의 느낌을 더한다. 잘못된 환상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이기심과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영화다.

- 스태브 지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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