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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리스 캐나다구스 회장

대니 리스 캐나다구스 회장

캐나다구스는 세계적인 명성의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다. 캐나다구스를 3대째 이어가고 있는 대니 리스 회장이 택한 것은 ‘메이드 인 캐나다’가 가진 전통과 진정성을 지키는 노력이었다.
대니 리스 캐나다구스 회장은 외할아버지 샘 틱이 1957년 창립한 회사 메트로스포츠웨어의 3대째 경영자다. 2001년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회사의 사명을 캐나다구스로 바꾸고 글로벌 성장을 주도했다.

잭 홀 박사 “극한용 장비가 어디 있지?”


동료 프랭크 해리스 “뉴욕까지는 불가능해 잭!”,


잭 홀 박사 “전에도 눈 속에서 그 정도로 걸어봤어.”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속 한 장면. 눈보라에 갇힌 아들을 구하러 뉴욕으로 떠나는 잭 홀 박사가 장비를 챙기며 나눈 대화다. 눈보라를 헤치며 걷는 그의 왼쪽 팔에 캐나다구스 마크가 뚜렷이 보인다. 실제로도 남극탐험대에 캐나다구스 패딩이 지급된다고 하니 과대광고는 아닌 셈이다.

캐나다구스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최근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서 리스(41) 캐나다구스 회장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리스 회장은 그의 외할아버지 샘 틱이 1957년 창립한 회사의 3대째 경영자로 사명을 캐나다구스로 바꾼 주인공이기도 하다. “투모로우 출연 배우에게 옷을 입힌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치켜세우자 리스 회장은 정색하고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특정 영화나 배우에게 (홍보의 목적으로 돈을 주고) 공식적으로 협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분들이 찾아와 요청해서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고는 “간혹 대여해준 적은 있다”고 웃었다.

영화 속 캐나다구스 얘기가 이어졌다. “1972년부터 군·경찰·산악 구조대 등을 위한 패딩 재킷을 만든 것이 산악인이나 극한 지역에서 촬영에 임하는 제작진에게 ‘입소문’을 타서 영화 속 배우들이 입고 나타난 것이 대략 10년 전쯤부터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캐나다구스는 지난 20여 년간 200개가 넘는 작품과 함께했다. ‘구스 피플’, 추위 속에서 촬영하는 구스 재킷을 입는 스태프란 뜻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앞서 본 영화 ‘투모로우’뿐만 아니라 ‘엑스맨’, ‘그레이’, ‘호빗’,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의 작품 속에서 캐나다구스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리스 회장은 영화 엑스맨이 개봉하고 난 뒤의 일화도 소개했다. “영화에서 미스틱 역할을 맡았던 슈퍼모델 출신 레베카 로메인이 캐나다구스를 입고 출연했다. 이 파카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미스틱 파카’라는 제품을 따로 출시할 정도였다.” 영화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덕분인지 이번에 리스 회장이 한국을 찾은 것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후원사가 된 캐나다구스는 이 밖에도 선댄스·베를린·토론토 등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를 후원하고 있다.
 캐나다구스 마케팅 비결은 ‘입소문’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캐나다구스 공장. 캐나다구스의 힘은 ‘제품력’에 있다.
영화가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구전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행해준 셈이다. 마케팅 내용은 다름 아닌 ‘제품력’이다. 리스 회장은 “캐나다구스의 근본적인 성공 요인은 제품의 품질에 있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는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Ask Anyone Who Knows)가 우리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다. 지금도 ‘입소문’이 중요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그는 기자에게 회사에 첫발을 내디뎠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이듬해인 1996년, 24살의 작가 지망생 리스 회장은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 아버지를 잠깐 돕기로 한다.

그는 “처음 맡은 일은 캐나다 북쪽에 취항한 노던 에어라인(Northern Airline)에 재킷을 팔려고 전화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였지만 여행경비를 벌 때까지만 일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그의 진로는 뒤바뀐다. 리스 회장은 “1년 동안 일하면서 직원들이 보여준 자부심과 확신을 잊을 수 없었다. 이런 제품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에 남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2001년이면 그의 나이 27살, 그가 캐나다구스 3대 CEO로 취임한 순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30여 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이제는 전 세계 51개국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캐나다에만 3개 공장, 총 1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가 됐다.

비결을 물었다. 리스 회장은 브랜드 마크 속 캐나다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품질’과 ‘스토리’를 꼽았다. 그가 택한 전략은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를 고수하는 것. “2000년대 많은 북미 패션 기업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 시설을 대거 이동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도 고민했지만 40~50년 이상 일한 우리 직원이 가진 열정과 기술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웠다. 많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스위스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리스 회장은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스토리를 강조했다. 그는 회사 철학인 ‘추위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라(Freeing People From Cold Weather)’를 소개했다. “캐나다를 떠올리면 눈과 추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 실제 캐나다의 겨울은 매섭고 길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40℃의 혹한도 일반적인 추위다. 이곳에서 사는 이들이 직접 만든다는 ‘진정성’을 알리고자 싶었다.”

그는 ‘메이드 인 캐나다’가 가진 힘을 다시금 강조하며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브랜드 자체가 주는 감동은 무엇일까를 수없이 생각했다. 만약 경영학을 전공했더라면 비용 절감에 치중했을지 모른다”며 다른 기업과 달리 캐나다 투자를 더 과감하게 실행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시장, 진출 2년 만에 120% 성장
하지만 리스 회장의 뚜렷한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캐나다구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일도 있었다. 캐나다구스가 캐나다 ‘구스(goose, 거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내부 충전재에 오리털을 사용한 것과 더불어 재료비가 훨씬 높은 거위털 패딩보다 비싸다는 문제 제기였다. 그는 “그것은 배합 기술과 재료의 질에서 비롯된 오해”라며 일축했다. “지난 60여 년간 거위·오리의 다운(솜털)과 페더(깃털)를 최적으로 배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털 얘기를 할 때는 설명이 더 길어졌다. “다운의 품질은 기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따뜻한 나라에서 자란 거위와 추운 지역에서 자란 오리를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보온 효과가 좋다”고 강조했다. 가격 논란에 대해서도 리스 회장은 “거위·오리로부터 다운을 채취할 때 절대 살아있는 채로 채취한 재료는 쓰지 않는다”며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캐나다구스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진출 첫해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출이 120% 가까이 뛰었다.

‘캐구(캐나다구스 줄임말)’ 열풍까지 일으키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심지어 한 홈쇼핑 채널은 인터넷을 통한 할인판매를 약속했다가 현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과문까지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인지 그는 지난 3월 캐나다구스의 한국 시장 유통을 맡은 코넥스솔루션과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연중 운영 매장을 열었다.

리스 회장은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이 전체 매출액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가 한국에 기대하고 있는 게 남다르다는 얘기다. “한국 소비자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제품 퀄리티에 민감한 트렌드 세터다. 그래서 한국 시장이 아시아 대표 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리스 회장은 짧지만 강하게 답했다. “캐나다구스는 전통성 있고 진정성(Authenticity)이 있는 ‘진짜(Real)’ 브랜드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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