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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파워 피플로 본 골프산업 트렌드] 체인화·위탁경영 바람 거세

[골프계 파워 피플로 본 골프산업 트렌드] 체인화·위탁경영 바람 거세

미국에 220여개가 넘는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 체인인 클럽코프의 에릭 아펠트 CEO. / 사진:중앙포토
600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지구촌 골퍼 중에 올해 가장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골프계는 어떤 이들이 움직일까? 해마다 가을이면 골프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을 평가하는 미국의 골프산업 계간지 [골프Inc]의 최근호에 나온 ‘2015년 골프계 파워 피플’을 참고로 세계 골프산업의 동향을 살펴본다.

2015년 세계 최고의 부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이고 그의 재산은 지난 1년 동안 32억 달러 증가한 792억 달러(약 87조2200억 원)라고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골프장은 한 곳도 없다.
 미국 골프장 220곳 보유한 클럽코프
미국의 골프장 체인인 클럽코프의 에릭 아펠트 CEO가 골프계에서는 최고의 파워맨이다. 클럽코프는 미국에 220여개가 넘는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댈러스의 골프장 운영 체인으로 시작한 클럽코프는 지난해 8월 애틀랜타 기반의 골프장 운영 체인 세콰이어골프를 인수하면서 50곳의 코스를 추가로 획득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을 운영 대행하는 곳은 트룬골프지만, 소유 차원에서는 클럽코프가 세계 제일이다.

클럽코프는 지난 2013년 기업 공개를 통해 급성장했다. 미국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 랠리가 이어지자 전격 기업공개를 했다. 이를 통해 2억5200만 달러(약 2773억원)란 넉넉한 투자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골프장 인수에 본격 나섰다. 2013년 세계 골프계의 파워맨 1위는 팀 핀쳄 PGA투어 커미셔너였고, 에릭 아펠트는 5위에 불과했으나 골프장을 마구 사들이는 아펠트가 지난해부터 2년째 선두다. 올해도 클럽코프의 주가는 30%나 올랐고, 가입한 골프 회원만 23%가 늘어난 18만5000명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골프장의 회원권 개념에 편의성이 더해가고 있다. 기업이 소유한 회원권 즉, 법인 회원권 매매도 활발하다. 미국에서 골프장은 옛날처럼 ‘동네 사랑방’이나 배타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다. 홈페이지조차 없던 전통 클럽들도 이제는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고 골프장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골프산업 경기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고, 새로 지어지는 골프장보다 문 닫는 골프장이 늘면서 생긴 변화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젊은층이 점차 골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공동 소유하던 종전 회원제 골프장의 운영도 기업화·체인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서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는 기업이 클럽 코프다. 클럽코프는 2008년에 무려 4억 달러(약 4389억원) 이상을 골프장 인수에 쏟아부었다. 아펠트는 “골퍼들이 회원권을 보유하는 개념과 인식을 좀 더 일상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57년 설립된 클럽코프는 미국 25개주에 걸쳐 골프장뿐만 아니라 스포츠클럽, 비즈니스클럽, 대학동창회, 스타디움클럽 등으로 형태를 넓혔다. 클럽코프는 골프뿐만 아니라 각 지역별 커뮤니티를 다각적으로 연계하며 무려 37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에릭 아펠트의 뒤를 이은 세계 골프계 파워맨 2위는 세계의 가장 큰 골프장 운영 대행사인 트룬골프의 다나 가마니 회장이다. 트룬골프의 무대는 전 세계다. 미국에서는 34개주, 전 세계로는 29개국에서 골프장을 운영한다. 200여개의 리조트와 골프장을 모두 합치면 18홀 코스로 238개소에 이른다. 트룬은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신흥시장이나 골프장이 적은 지역에 진출해 고급 골프장을 설립하거나, 운영 대행을 맡으면서 시장을 열었고, 신생 코스들을 트룬이 운영하던 기존 체인과 연계하는 사업 방식을 택하면서 시장을 키웠다.

가마니 회장은 1990년에 트룬골프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골프장 업계의 서비스와 운영은 호텔 업계보다 30~40년 뒤떨어져 있었다. 가마니는 개별적으로 영업하던 골프장을 사들이거나 운영난에 처한 골프장을 위탁 운영하면서 체인으로 엮어 규모의 경제를 창출했다. 필요한 비품을 공동 구매하고, 시스템을 효율화한 골프장 토털 아웃소싱 사업을 성공시켰다. 호텔처럼 ‘트룬’ 브랜드가 붙은 골프장을 이용하면 그린피 할인 혜택을 주거나 멤버십인 트룬카드를 만드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해 해외 신흥시장에서는 ‘트룬골프=고급 골프장’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도 성공했다.

그가 골프장들을 체인화하자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도 뒤를 따랐다. 스타우드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유럽의 골프 리조트를 사들였고, 골드먼삭스는 2000년대 초반 일본 경제의 버블이 꺼질 무렵 진출해 헐값에 나온 골프장을 사들이고 되팔았다. 오늘날 해외 골프장의 인수·합병 매뉴얼 북은 트룬골프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룬은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3곳, 중국 1곳, 말레이시아 3곳, 몰디브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한 곳씩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700GC, 알펜시아G&CC와 함께 반얀트리클럽&스파서울을 운영한다. 지구촌 골프산업계는 이처럼 많은 자본이 코스 운영 대행사로 몰리고 있다. 미국 중심의 골프장 위탁 운영사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업계 선두인 클럽코프, 트룬골프 외에도 빌리 캐스퍼골프, 센추리골프, 아시스에쿼티파트너 등이 모두 운영 체인이다. 올해 파워 랭킹 7위에 오른 블레이크 워커(아시스에쿼티), 9위의 스티브 스키너(캠퍼스포츠), 10위의 짐 힌클리(센추리골프) 역시 골프장 체인을 끄는 파워 리더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 개별 골프장은 골퍼가 줄면서 운영난이 고민이지만 이들을 인수하고 운영하는 사업은 활황을 누리고 있다.
 유럽·아시아에선 블루그린 돋보여
유럽과 아시아도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는 골프장 위탁 운영 프랜차이즈인 블루그린이 활발한 영업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두샤(杜夏) 퍼시픽링크스인터내셔널(PLI) CEO가 미국, 캐나다, 중국을 연계하는 환태평양 골프장 체인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3국에 골프장 15개를 보유한 그는 파워 피플 랭킹 16위로 아시아에서는 최고 순위에 올라 있다. 한국에서도 골프장 너덧 개를 사려고 모색 중이다.

지난해까지 세계 랭킹 10위였던 중국의 켄추 미션힐스 회장은 올해는 20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부패 척결무드로 인해 활동이 제한된 탓이다. 일본은 골프 운영 체인인 아코디아와 PGM이 100여개 이상씩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류스케 카마타 아코디아골프 CEO는 파워 랭킹 27위에 올랐다. 한국의 골프 시장은 아직 대형 골프 체인에 점령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체인화와 위탁 운영의 추세는 결코 멀지 않았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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