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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세대를 위한 변명

‘헬조선’ 세대를 위한 변명

요즘 국가적 화두가 바로 실업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대책으로 거론되는 게 취업과 창업인데,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마치 중국 음식점에 가서 짜장면을 시키느냐 짬뽕을 주문하느냐라는 선택의 문제처럼 들릴 때가 많아 경영자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얼마 전 유력 인사가 “청년실업이 극심한 상황에서 해법은 채용이 아닌 창업”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든다.

과연 요즘 젊은이들에게 취업과 창업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일까? 개인적인 의견으론 창업은 결코 취업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돼서도 곤란하다고 본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축복이 될 수 없고, 검증없이 내몰린 창업은 또 다른 아픔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취업이 어렵다고 청년들을 청사진 없이 창업전선으로 내모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은 세계 어느 나라든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이 심한 고통을 느끼는 건 급격한 고령화 시대로의 전이 과정과 맞물려서가 아닌가 싶다. 정년 연장과 채용 규모 확대에 따른 대책으로 제시된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해 ‘아빠 봉급을 깎아 나를 채용한다구요?’라는 자극적 문구까지 등장하지 않았는가?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여러 표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을 ‘88만원 세대’라고 칭하더니, 언제부턴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 나아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도 포기한 ‘5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것도 끝이 아니란다. 만사를 ‘다 포기한다’는 ‘n포 세대’라고 칭하더니 ‘청년실신’이라고까지 한다. 이렇게 좌절한 청춘들은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해 ‘헬(hell)조선’이라고도 한다. 정부 스스로도 ‘취업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노동력’이라는 사실상 실업자 수가 30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특히 청년층 노동인구의 감소 속에 시간제와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하다 보니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미생]의 장그래 같은 청춘들이 흔한 존재가 됐다.

한 번 되짚어볼 대목이 있다. 사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근본 원인은 성장 둔화와 경쟁력 상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문제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은 미래를 어둡게 보고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교육해야 하는 신입사원보다는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경력이라도 쌓자는 심정으로 비정규직의 문을 두드리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나 역시 묘책을 제시하지 못해 안타깝다. 다만,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을 다시 돌아보고, 좁은 이 땅을 박차고 나가 성장할 수 있게 젊은이들을 설득하고 북돋아줘야 하지 않을까?

취업과 창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신의 한 수’는 없다. 평생직장은 없고 평생직업만 있을 뿐이듯. 그러면 고용은 누가 하는가? 바로 기업이다. 그럼 기본은 무엇인가? 당연히 기업이 사람을 많이 채용할 수 있게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게 더딘 것 같지만 최선의 정책이다.

-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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