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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머니볼’

황금알을 낳는 ‘머니볼’

원가를 절감하고 직원의 실적을 향상시키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빅 데이터 분석법을 이용하는 기업과 경영자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프로 스포츠계는 ‘머니볼’ 전략이 팀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오래 전에 깨달았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호구’에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오른 시카고 컵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기업계에선 비교적 새로운 트렌드다. 원가를 절감하고, 직원의 실적을 향상시키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색다른 데이터 분석법을 이용하는 기업과 경영자가 갈수록 늘어난다.

‘머니볼’은 야구계에선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의 빅데이터 분석법)’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첨단 통계를 이용해 그라운드에서의 성적을 더 정확히 측정하고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한다. 이 개념은 2003년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가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팀의 빌리 빈 단장이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팀을 어떻게 만년 우승후보로 탈바꿈시켰는지 기록한 책이다. 홈런 같은 전통적인 성공의 척도보다는 출루율(on-base percentage) 같은 통계를 이용했다. 그 뒤로 미국 프로농구(NBA)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스포츠 리그뿐 아니라 국제 축구와 테니스에도 첨단통계분석이 확산됐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는 기업이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신규고객 창출에 활용할 수 있는 통계가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는 고객의 ‘클릭 비율’과 이메일 개봉률 같은 데이터 집합을 분석해 마케팅을 개선하고 어떤 제품의 재고를 확충할지 결정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8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 비영리 교사양성기관)’ 같은 단체는 첨단 측정기법을 적용해 영순위 채용 후보를 골라내는 반면, 의료업계는 실시간 바이오 데이터를 이용해 환자 모니터 방법을 개선한다.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한하다. 기업들은 산더미 같은 정보의 처리 방법을 아직도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다.

미시건대학 로스 비즈니스 스쿨 마케팅·통계학과 프레드 파인버그 교수는 “이제 데이터 부족보다 ‘너무 많은 데이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데이터는 정보가 아니다. 관건은 정보가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들어올 때는 2~3일 이상 저장해 둘 수도 없다는 점이다. 무엇을 남겨둬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축구·테니스로 확산돼
모든 종류의 데이터가 어느 때보다 더 풍부해졌다. 경영자는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리서치 결과를 적용할 수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우 2002년 팀 전체 연봉은 메이저 리그 전체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빈 단장은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스콧 해터버그 같은 선수를 찾는 방법을 택했다. 헐값 연봉으로 그라운드에서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이른바 ‘가성비’ 좋은 선수다.

NBA에선 휴스턴 로케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통계 기반 방식의 도입에 앞장서 경기 운영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각 팀은 전통적인 2점짜리 점프슛을 줄이고 3점슛과 레이업슛 비율을 높였다. 대규모의 데이터 집합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 분석에서 더 효율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하는 경기력을 갖춘 선수들은 소득 잠재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머니볼’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테니스 선수들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코트 위에서의 움직임을 효율화한다. 그리고 범실(unforced errors) 같은 기본적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 경기 중의 약점을 찾아낸다. 축구에선 세이버메트릭스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경기운영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데이터 분석법은 채용과정의 필수 요소
데이터 분석이 잠재적으로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다목적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기업들이 깨닫는 데는 불과 몇 년 걸리지 않았다. 기업이 유망한 인재를 선발하고, 직원의 작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높은 가치가 입증된 직원을 잡아두려 애쓰면서 ‘머니볼’ 개념은 이제 채용과정에 필수 요소가 됐다.

기업들은 인터넷 구직 게시판과 이력서를 분석해 우수한 직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속성을 공유한 인재를 찾는다. 예컨대 한 회계법인은 특정 학교 출신 또는 특정 외국어 구사능력이 있는 지원자가 생산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야구 팀이 출루율 높은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과 같은 식이다. 통계 분석 결과 경쟁사가 더 많은 연봉으로 직원을 빼돌리고 있을 경우 보수와 특혜 체계를 뜯어고쳐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

투자금융 업체 골드만삭스와 크레딧 스위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선두주자들, 그리고 ‘티치 포 아메리카’ 같은 비영리단체 등은 이 같은 직원 분석 시스템을 도입한 조직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시리우스 XM 라디오 ‘워튼 머니볼’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펜실베이니아대학 워튼 비즈니스 스쿨 경영·정보·결정학과 케이드 매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직원의 성공을 예고하는 요인을 더 잘 파악하려 노력하는 조직이 많다”며 “전통적인 서류면접·인터뷰 방식으로는 알 수 없는 점이 많다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은 첨단 측정기법을 활용해 공급망에서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아마존 같은 업체들은 제품평, 검색기록, 구매 이력을 분석한다. 개인 고객의 취향에 맞게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개편해 나갈 수 있다.

대다수 온라인 쇼핑 업체는 결제가 끝난 뒤 ‘추천 제품’을 제안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고객의 더 많은 지출을 유도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클릭 비율’과 ‘수신거부(opt-out)’ 비율 또는 고객이 얼마나 많이 이메일 구독을 해지하는지 같은 통계도 직원들이 폭넓게 활용한다. 특정 고객이 책과 비디오 게임을 많이 구입할 경우 아마존은 어떤 제품이 더 많은 매출을 가져올지 계산해 그에 맞게 이메일 리스트를 수정한다고 한 직원이 2012년 경제지 포천에 말했다.

매사추세츠공대 슬로운 경영대학원 강사이자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벤 라이언 실즈는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데이터에 입각한 의사결정 방식이 정착된 회사”라고 밝혔다.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구매기록을 바탕으로 축적한 다량의 소비자 행동 관련 정보 덕분이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분석은 마케팅과 광고의 관점에서 상당한 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 구글은 처음부터 첨단분석 기법을 채택했다. 실시간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재적 파트너가 그들의 제품을 언제 어떻게 광고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구글처럼 많은 웹 트래픽을 생성하는 회사의 경우엔 표적 광고의 잠재력이 엄청나다.

언젠가 구글은 지역 주민의 증상 관련 온라인 검색을 토대로 어떤 지역에서 계절적 독감이 가장 많이 유행하는지를 측정했다. 그리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조사하기도 전에 독감 발생 지역을 알아냈다고 미시건대학의 파인버그 교수가 말했다. 그와 같은 정보는 일반 소매점에서 감기약을 판매하는 회사에는 대단히 유용할 수 있다.

“탁월한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는 구글이 단연 세계 최고”라고 파인버그 교수가 말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신제품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그리고 무엇을 찾고 있는지 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첨단 데이터 분석법의 부상은 의료계에도 가시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의사의 환자 진료방식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전자의무기록(EMRS) 방식으로 전환하는 의료기관이 갈수록 늘어난다. 환자의 진료기록과 특이사항을 읽기 쉬운 디지털 포맷으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발전이 “건강의료 업계의 운영방식에 혁명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MIT의 실즈 강사가 말했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업체도 관심 가져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는 고객의 ‘클릭 비율’과 이메일 개봉률 같은 데이터 집합을 분석해 마케팅을 개선하고 어떤 제품의 재고를 확충할지 결정한다.
핏비트(신체활동 측정 기기) 같은 착용형 기술이 심박수로부터 수면 패턴에 이르기까지 각종 실시간 건강 데이터를 이용자와 의사에게 제공한다. 의사들은 요즘 검진센터에서 몇 시간에 걸친 검사 또는 입원을 하지 않고도 상시적으로 건강 통계를 모니터할 수 있다. 미국 프로농구 팀의 팀 닥터가 선수들의 건강과 휴식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건 착용형 기술 덕분이라고 안드레 이궈달라 선수는 말했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팀의 슈팅 가드이자 2015 NBA 파이널(챔피언십 시리즈)의 MVP다.

최신 데이터 분석 기법이 많은 기업의 경영방식에 혁명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종종 결함이 있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통계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수많은 정보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어떻게 탈바꿈시킬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한 경영자가 많다. 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보통 선제적인 마케팅 실험을 실시한다. 그저 쇼핑 데이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해결책이 저절로 등장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또한 잘못 해석하기도 쉽다. 그에 따라 일부 기업은 엉뚱한 전략을 도입하거나 잘못된 논리를 따르다가 자원을 낭비하기도 한다. 분석가들이 종종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잘못 해석한다고 일리노이주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데이터분석 프로그램의 조엘 샤피로 소장이 말했다. 예컨대 의류 업체의 경우 판매점으로부터 이메일을 많이 받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추론하기 쉽지만 그런 고객이 이메일 리스트에 올라 있는 건 단순히 과거에 제품을 구입한 기록 때문일 수도 있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리서치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꿔놓으면서 소규모 업체도 같은 전략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통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업 지도자가 ‘머니볼’ 방식에 대해 현실 감각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샤피로 소장은 “데이터 분석과 분석기법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분석기법이 대단한 위력을 지녔지만 다소 과대 평가됐다고 본다. 분석기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는 모든 IT 신생 벤처와 투자 그룹들은 ‘머니볼’을 동원해 경쟁에서 이기려 애쓸 것이다.

- THOMAS BARRABI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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