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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세이셸] 지상의 마지막 낙원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세이셸] 지상의 마지막 낙원

세이셸에서 세 번째로 큰 섬 라디그(La Digue)에 있는 그랑앙스(Grand Anse).
미국 CNN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여행가들이 극찬한 ‘지구에 남은 마지막 낙원’, 윌리엄 윈저 영국 왕세손 부부가 택한 신혼여행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이 고른 휴양지…. 그곳은 수식어부터가 길고 화려했다.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공화국(Republic of Seychelles) 얘기다. 수려한 자연 경관이 온전히 남은 이 나라를 찾으려면 굳은 결심부터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이셸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보통 인천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을 경유해 가면 총 14시간가량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물가가 비싸고 섬 사이를 비행기나 배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도 적잖게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가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아름답다. ‘만일 정말로 천국이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서툰 솜씨로 섬 안의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화보 같은 풍경이 찍힌다. 세이셸은 115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33곳이 무인도다. 나머지 82개 섬에 사는 나라 전체 인구는 10만명이 채 안 된다. 그중 80% 이상이 가장 큰 섬인 마에(Mahe)에 산다. 두 번째로 큰 섬이 프랄린(Praslin)이다. 여기서 배를 타고 조금 더 이동하면 세 번째로 큰 라디그(La Digue)가 있다. 이 세 곳을 숙식 해결의 거점으로 정하고 여행하면 편리하다. 자연 경관 등 볼거리가 가장 풍부한 섬들이기도 하다.
한 소년이 야자수 '코코드메르(Coco de Mer)'의 암나무 열매를 들고 있다.(왼쪽) - 사진:뉴시스 / 바다 위를 보석처럼 수놓은 크고 작은 섬을 둘러보는 것도 세이셸 여행의 묘미다. -사진:이창균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앙스라지오
세이셸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자이언트거북은 육지에 살며 보통 150~200년을 산다. / 사진:이창균 기자
사진이나 영상으로 소개된 세이셸의 그림 같은 해변을 만끽하려면 마에보다 프랄린을 우선 가보자. 섬 크기는 마에에 못 미치지만 사람이 덜 사는 만큼 천혜의 자연 경관이 잘 간직된 곳이다. 가장 유명한 해변 앙스라지오(Anse Lazio)와 앙스조르주테(Anse Georgette)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특히 앙스라지오는 세계 유수의 언론이 극찬한 대로 ‘현존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 칭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절경 하나로 기네스북에 오른 해변이다.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 사슴의 맑고 고운 눈망울만큼이나 투명하고 은은한 에메랄드빛 바다, 세이셸 특유의 화강암이 어우러져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오직 세이셸에서만 볼 수 있는 천국 같은 풍경이다. 해수욕으로 즐거워진 몸을 이끌고 해변을 걷다가 바위 아래 모래밭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볼거리에 비해 먹거리는 비교적 빈약한 세이셸이지만 앙스라지오 인근 레스토랑들은 수준급의 해산물 요리를 제공한다. 당일 잡은 싱싱한 문어와 게, 새우 등을 맛볼 수 있다. 먹거리에 관심 많은 여행자라면 찾을 만하다.

프랄린의 볼거리라면 발레드메(Vallee de Mai)국립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는 약 1억5000만년 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국의 한 탐험가는 처음 이곳을 발견하고서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이 이곳이라 생각했을 정도란다. 1 국립공원 안에는 원시림 곳곳을 탐험하는 산책 코스가 마련돼 1~3시간 정도 걸으면서 볼 수 있다. 세이셸의 상징과 같은 야자수 ‘코코드메르(Coco de Mer)’ 6000여 그루가 여행자를 반긴다. 무엇보다 이 나무의 열매가 재밌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암나무 열매가 여성의 엉덩이를, 수나무 열매가 남성의 성기를 각각 닮아서다. 국립공원 초입부에 전시된 열매를 들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프랄린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 다음으로 크고 작은 인근 섬을 둘러볼 차례다. 라디그는 세이셸을 찾은 여행자가 꼭 둘러봐야 할 필수 코스다. 세이셸에는 41개의 화강암질 섬이 있는데 라디그가 해변과 어우러진 화강암으로 가장 절경을 이뤘다. 햇볕이 시시각각 다르게 내리쬐면서 때론 분홍빛, 때론 잿빛으로 화강암들이 다르게 보이게 한다. 프랄린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 라디그에 도착하면 우선 자전거를 빌리도록 하자. 자전거로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 만에 섬 전체를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해변으로는 그랑앙스(Grand Anse)와 앙스수스다정(Anse Source d’Ardent)이 유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따라 달리며 풍광을 만끽하다보면 라디그 곳곳에 사는 반가운 동물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세이셸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자이언트거북이다. 육지에 사는데, 몸길이 1~1.5m, 몸무게 400~500kg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이들은 보통 150년~200년을 산다고 하니 여행자의 조상(祖上)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해서 가까이에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도 묵묵히 대해준다.
 여행자를 반기는 독특한 동식물
세이셸 제2의 섬 프랄린(Praslin)의 발레드메(Vallee de Mai)국립공원에는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다.
쿠쟁(Causin)과 큐리에(Curieuse)도 추천하고픈 섬이다. 프랄린에서 2km가량 떨어진 작은 섬 쿠쟁은 ‘세이셸의 야생박물관’이라 불린다. 자연보호구역 안에 원시 자연과 생태계가 그야말로 살아 숨을 쉰다. 각종 희귀한 새들이 제집처럼 섬을 드나들며 여행자의 발걸음을 맞는다.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쿠쟁에 가려면 가기 전에 온몸에 모기약을 바르거나 뿌려야만 한다. 놀라우리만치 무시무시한 모기떼가 들러붙는다. 해상국립공원이 있는 큐리에에서도 트레킹을 하면서 독특한 생물들을 볼 수 있다. 모두 세이셸이 아니고서는 경험하기 힘든 볼거리이니 놓치지 말자. 이들 섬에 가려면 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현지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편하다.

마에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도’라 일컬어지는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Victoria)를 가보자. 현지인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야시장이 볼 만하다. 레볼루션애비뉴(Revolution Avenue)와 퀸시스트리트(Quincy Street) 주변에 늘어선 갤러리에서는 이색적인 공예품을 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난 도로를 통해 섬 곳곳을 누비면서 마에 제일의 해변인 보발롱비치(Beau Vallon Beach) 등을 즐긴다면 금상첨화다. 평소 조금 더 활동적인 여행을 꿈꾸던 여행자라면 마에와 그 주변 섬들에서 레포츠를 즐겨보자.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요트를 빌릴 수 있지만 요트만이 답은 아니다. 현지 업체들을 통해 장비를 빌린 다음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 낚시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마에에서 가볼 만한 인근 섬으로 세흐프(Cerf)가 있다. 150여 종의 예쁜 열대어들이 이 섬 주위에 서식해 상기의 레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세이셸은 관광업이 사실상 제1의 산업인 나라답게 국민 대부분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화폐도 세이셸루피(SCR) 외에 유로화를 같이 써 여행할 때 어려움이 없다. 치안은 좋은 편이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리조트를 숙소로 정했다면 새벽녘에 도둑이 들 수 있으니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어두운 밤에 섬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피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하지 않고 가도 된다. 기타 유용한 정보는 세이셸관광청(www.visitseychelles.kr)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프랄린·마에(세이셸)=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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