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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플랜에이미디어 대표

조봉래 플랜에이미디어 대표

플랜에이미디어는 방송·영상 외주제작 업계에서 회사 이름보단 대표의 이름이 더 유명하다. 큰 기업보다 오래가는 기업을 꿈꾸는 조봉래 대표를 만났다.
영상 외주제작기업 플랜에이미디어는 포브스에 주로 등장했던 화려한 덩치의 기업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방송·영상 외주 제작 업계에서는 회사 이름보단 대표의 이름이 더 유명하다. 조봉래 대표. 업계에선 ‘신뢰맨’으로 통하는 그를 목동 플랜에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채널보다 콘텐트가 더욱 중시되는 요즘, 콘텐트 외주제작 환경도 알아볼 겸 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듣기 위해서다.

사무실은 카페처럼 꾸며졌다. 아기자기한 공간에 열댓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테리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기자의 칭찬에 직원들은 “사장님 작품이에요”라고 답했다. 섬세한 사람일까? 회사에 죽치고 앉아 직원들을 들들 볶아대는 사람인가?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조 대표를 만나기에 앞서 잠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분이에요.” 회의실에 들어선 두 명의 직원이 입이라도 맞춘 듯 같은 말을 했다. “사장님이 밖에서 열심히 비즈니스 하시니까 우린 그에 발맞춰 나가요.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정말 좋은 직원을 둔걸까? 사장의 열정이 직원들에게 전이된 걸까? 때마침 조봉래 대표가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안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돈보다는 일 잘한다는 말 듣고 싶어
자리에 앉은 조 대표는 플랜에이미디어를 설립하기 이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의 말이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때 아버지, 어머니를 차례로 여의고 고아가 됐습니다. 대학을 가고 싶은데 4년 동안 학비를 충당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2년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제 꿈은 개그맨이었어요. 계속해서 낙방하더군요. 계속 도전할 여유가 없었어요. 일을 찾았고 호텔리어가 됐습니다. 사람 만나는 게 좋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외주제작업체 일을 하게 됐죠.”

말을 마친 조 대표가 회의실을 둘러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40세가 되면 나만의 사업장을 가지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예쁜 카페 같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전 참 운 좋은 사람이에요.” 사무실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처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왜 회사를 다니나’라는 회의감이 들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 대표가 말하다 말고 잠시 천정을 올려다봤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업 초창기를 되짚어 보는 듯했다. “맨 처음, 창문 없는 사무실이었죠. 집사람이 만삭일 때 페인트칠 같이 하면서 마련했어요. 창문이 없어서 한 면을 하늘색을 칠하고 바라봤어요. 생각해보면 집사람이 가장 큰 후원자에요. 지금도.” 조 대표는 그 이후 회사의 좋은 일이나 성과를 거둘 때면 늘 “집사람의 헌신 덕분”이라고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조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9년 간 외주 제작사에서 근무했다. 사실 호텔리어를 그만두고 곧바로 영상제작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후 “체계적인 회사에서 일을 배우라”는 지인의 말에 다시 직장인이 됐다. 그리고 6년 전 다시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회사 이야기를 하면 마치 20대 청년이 된 듯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열정이 넘쳤다. “우리나라 관공서 안 다녀본 곳 없어요. 바쁜 담당자들이 절 만나줄 리 있겠습니까? 거절 당해도 계속 다니다 보니 요령이 생기더군요. 금요일 오후에 식사하고 들어오는, 기분이 좋은 때에 찾아가서 일단 명함 드리고 인사하고 회사 소개하는데 5분을 안 넘겨요. 그러다 보면 됩니다. 될 때까지 하면 되더라고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하는 일마다 다 잘 되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고비가 있는 법이다. 조 대표 역시 “고비 없는 회사는 없다”면서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이번에 일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 그러다 보면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했다. 돈이 없어 은행을 돌아다녀도 직원들 월급 밀린 적 없다는 그다. 고스란히 빚을 지더라도 직원을 내보내는 일 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첫 PT, 대기업을 눌렀다
돈. 조봉래 대표는 돈 때문에 2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일을 잘 해내는 것’이라니.

“ 처음엔 돈이 목표였어요. 사업 2년 차가 되는 해 12월에 통장잔고를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월급쟁이가 몇십 년 일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 있더군요. 그런데 그 좋은 기분이 하루가 안 간다는 게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예전에 일했던 직원들을 한둘씩 불러 모으고 회사가 인재들로 들어차니 한결 나아지더군요. 그때 알게 됐습니다. 함께 일하는 기쁨을 말입니다.” 그래서일까. 플랜에이미디어는 사업 6년 동안 한 번도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다. 그는 “신뢰를 쌓다 보면 매출도 쌓입니다. 돈은 다음을 보장하지 못하지만 사람과의 신뢰는 다음을 기약하더군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플랜에이미디어는 올해부터 비즈니스 영역에 홍보대행 업무를 추가했다. 전문대학협의회의 홍보를 맡게 된 것이다. 입찰 업체 선정 과정을 이야기하는 조 대표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CJ나 플레인 글로벌과 같은 홍보업계 대기업이 참여한 PT에서 한판 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 대표가 직접 PT를 한 건 처음이란다. “큰 회사는 체계적이고 이미 많은 준비가 됐다는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목숨 걸고 일합니다. 모든 일이 목숨 건다고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각오가 PT나 입찰에선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힘이더라고요.” 그는 입찰심사위원들의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PT에 들어가기 전에 영상을 준비했다. 그가 발품을 팔아 시민들과 전문대생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영상엔 전문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변화상을 담았고 이를 어떻게 바꿔갈 지 전략도 표현해냈다. “저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명언 ‘해봤어?’를 늘 떠올립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큰 기업은 아니더라도 오래 가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힘주어 말하는 조 대표의 얼굴에 겸손과 함께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조봉래 대표가 갑자기 술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정리하면 ‘나는 술을 못 마신다. 그래도 술자리에서 유쾌하게 분위기를 띄운다’는 것이다. 그는 “개그맨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끼는 여전히 유효하다. 술자리뿐 아니라 누구를 만나더라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꿈을 현실에 접목했더니 잘되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삶의 원칙을 몇 가지 들려줬다. “내가 먼저 행복해지자고 다짐합니다. 좋은 것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전이시키고 싶어요. 포브스를 통해 꾸준히 도전해서 자신의 것을 이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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