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전자 발찌 이용료 월 300달러입니다’

‘전자 발찌 이용료 월 300달러입니다’

미국의 일부 지자체에선 전자감시 발찌로 수익을 올린다. 이 같은 관행은 많은 가난한 피고인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
모든 일의 발단은 교통위반이었다. 안토니오 그린에겐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는 시인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집 근처 멕시칸 레스토랑 타코 벨에서 엄마 차인 1994년형 크라이슬러 세브링이 고장 났을 때 수리센터로 직접 몰고 가기로 했다.

컬럼비아 북동쪽 약 50㎞ 지점, 고향 마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러고프에서 밤 10시 30분을 막 넘겼을 때 한 경찰관이 그의 차를 멈춰 세웠다. 교차로에서 회전 신호를 넣지 않았던 모양이다. 경찰관은 그린에게 수갑을 채워 카운티 감방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밤을 새운 뒤 모친이 약 2000달러의 보석금을 걸고 풀려났다. 석방 조건 중에 (돈을 내고) 전자 감시 발찌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건설 노동자로 실직 상태인 그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다섯 자녀를 둔 그는 월 900달러의 장애 수당으로 생활한다. “돈을 내라고요? 생전 들어보지 못한 말인데요.”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잘못 들은 건 아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리치랜드 카운티에선 보석 조건으로 발목 모니터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나 ‘오펜더 매니지먼트 서비스(OMS)’라는 영리법인으로부터 발찌를 임대해야 한다. OMS는 하루 9.25달러 다시 말해 월 약 300달러 외에 179.50달러의 설치비를 범법자에게 청구한다. ‘정보공개(Freedom of Information)’ 요청을 통해 입수한 카운티 당국 서류 내용이다. 범법자가 매주 청구되는 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또는 못하면) 다시 감방으로 가야 한다. “전자 감시를 착용하는 것보다 보호관찰(probation) 쪽이 더 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죄를 인정한다”고 리치랜드 카운티의 국선 변호인 잭 던컨은 말한다. “완전히 새로운 채무 감방이다.”

미국에서 감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곳은 리치랜드 카운티뿐이 아니다. 지난 10년 사이 비슷한 전자 감시 프로그램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졌다. 카운티와 주 정부 기록에 따르면 조지아·아칸소·콜로라도·워싱턴·펜실베이니아주 모두 요즘엔 민간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발찌 비용을 착용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주 당국이 피고인에 대한 감시 비용을 얼마나 자주 당사자에게 물리는지에 관한 체계적인 기록은 없다. 하지만 사법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00~2014년 전자감시 사용이 32%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이 실시한 조사에선 “하와이와 워싱턴 DC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전자감시 비용을 청구했다.” 한 업계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전자감시 대상자 수를 10만 명으로 잡는다. 그 수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빡빡한 정부 예산과 혼잡한 수감시설 문제에는 전자감시 장치가 실용적인 대안이라고 일부 검찰 당국은 말한다. “미국 사회의 범법자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알렉 카라카차니스 변호사도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법에 따른 동등한 사법(Equal Justice Under Law)’을 공동 설립한 그는 감시 프로그램에 비판적이다. “이들 기업 중 다수는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전환해 커져가는 감시·감독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OMS 같은 기업 덕분에 지자체 당국은 사실상 범법자 감시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카운티는 지출을 줄이고 회사는 돈을 버는 대신 그린 같은 사람들(그중 다수가 빈민)에게 그 부담을 강제로 떠넘긴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감시 프로그램의 외주 계약을 통해 돈을 절약할 뿐 아니라 거기서 이익도 챙긴다. 시애틀 북쪽 교외 주거지인 마운트레이크 테라스와 계약한 한 소규모 전자감시 기업은 ‘고객 당’ 5.75달러를 시 당국에 청구한다. 하지만 전자감시 장치를 착용하는 사람이 실제로 지자체 당국에 납부하는 돈은 하루 20달러다. 마운트레이크 테라스 카운티 기록에 따르면 지자체가 거기서 얻는 순수입이 연간 ‘대략 5만~6만 달러’에 달한다.

전자 발찌는 범법자를 추적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국 일부 지자체에선 그 비용을 착용자에게 물려 문제가 되고 있다.
OMS는 업계에서 비교적 소규모의 발찌 브로커다. 하지만 갈수록 첨단화하는 교도소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린 산업의 일부를 차지한다. OMS는 ‘새털라이트 트래킹 오브 피플(STOP)’로부터 추적 장비를 임대한다. STOP 모기업인 시큐러스 테크놀로지스(이하 시큐러스)는 기업가치 평가액이 10억 달러를 훨씬 넘는 교도소 기술 업체다. 시큐러스의 회계 기록에 따르면 2013년 STOP 인수 후 2014년 새 ‘범법자 감시 시스템’ 사업에서 26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다른 업체들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민간 교도소 업체인 GEO 그룹은 2011년 최대 전자 모니터 제공사인 ‘비헤이버럴 인코퍼레이티드’를 4억1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또 다른 대형 전자감시 서비스 제공업체인 옴니링크도 최근 3750만 달러에 팔려나갔다. “제1 원칙은 ‘돈을 좇아라’”라고 던컨 변호인은 말한다.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큰 돈을 벌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큰 돈이 걸려 있어 교도소 기술 업계는 로비스트들을 고용해 자신들의 금맥을 보호하면서 특히 주와 지방 차원에서 교도 당국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미국 최대 민간 교도 업체인 GEO 그룹은 지난해 250만 달러를 로비 활동에 지출했다. 그중에 전자감시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GEO는 “연방 차원 로비 예산이 어림잡아 30만 달러, 주와 지방 차원 예산이 얼추 220만 달러”라고 회사 문서에서 밝혔다. 현지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인정한다는 증거다.

로비 활동이 일상화됐지만 교도소 사업의 적법성(또는 모범 사례)에 관해 카운티나 주 당국에 방향을 제시하는 주 또는 연방 가이드라인은 거의 없다. 형법학자 제임스 킬고어는 “관련 기업들이 전자감시의 법적 실태에 관해 명확한 검토를 원치 않는 듯하다”고 말한다. 전자 감시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OMS 같은 기업들이 마음대로 요금을 부를 수 있는 재량권이 더 커진다고 킬고어는 말한다.

리치랜드 카운티의 전자감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아직은 어떤 법적인 시비도 없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감시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단순히 비윤리적인 차원을 뛰어넘는 문제라고 여러 변호사가 지적한다. 카라카차니스 변호사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시비를 가린다면 당장 폐지될 것이다.” 메릴랜드의 싱크탱크 ‘공판 전 사법 연구소(Pretrial Justice Institute)’의 체리스 버딘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범법자 감독 조건의 비용을 당사자에게 물리는 것은 위헌이고 불법이다.”

OMS의 대변인이자 로비스트인 로버트 스튜어트는 그 장치의 합법성에 관해 논평을 거부했다(그것은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린 같은 피고인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발찌 착용에 그들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원치 않으면 ‘착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거부 의사를 밝히면 감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를 떠나 그 장치 덕분에 많은 사람이 더 안전하게 지낸다고 지지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특히 전자감시의 정당성을 논하기에는 빈약한 주장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킬고어는 “당국자들이 전자감시 장치 착용자를 어떻게든 통제하지 않겠냐는 첨단기술 맹신이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 기술이 종종 경범죄 위반자에 많이 사용된다는 데 큰 원인이 있다. 그 전자감시 프로그램은 그린이 체포되기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시작됐다. 그 뒤로 리치랜드 카운티의 판사들은 수백 회나 그것을 보석 조건으로 내걸었다. 법원서류와 국선 변호인들에 따르면 사소한 교통위반이나 낮은 등급의 경범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런 난리법석을 피웠다”고 던컨 변호사가 말했다. “통제를 벗어났다.”

그린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당초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를 당했다. 그리고 가정폭력과 풍기문란으로 체포된 기록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가족을 부양하려 날품을 팔기도 했지만 전자 발찌 비용 때문에 빚의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빈털터리가 됐다”고 말했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월 초 담당 변호사 윌리엄 콕스 3세가 그린의 전자 모니터를 벗겨주려고 보석 변경 신청을 했을 때 법원은 그 사건이 6월 8일 기각됐다고 통보했다. 다시 말해 두 달 동안 전자 발찌를 부착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의뢰인은 사법 시스템의 갈라진 틈새로 빠져나간 셈”이라고 콕스 변호사가 말했다.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 ERIC MARKOWITZ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KB는 다르다”…실버타운 대중화 꿈꾸는 평창 카운티

2CJ올리브네트웍스, hy 논산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구축

3롯데칠성음료, 투명 맥주 패키지로 국무총리상 수상

4미국 1020세대, 오리온 ‘꼬북칩’에 푹 빠진 이유

5‘美 상장 임박’ 네이버웹툰, 해외 생태계 안착…‘국경 넘은 작품’ 60% 증가

6‘웰다잉 시대’ 상조업 두드리는 생보사…하지만 2년째 답보, 왜?

710만전자·20만닉스 간다더니 ‘뚝’…“반도체 비중 줄여야할까?”

8女 평균수명 ‘90세’ 넘었다…보험사들 새 먹거리는 ‘요양사업’

9LGD가 해냈다…‘주사율·해상도 조절’ 세계 첫 OLED 패널 양산

실시간 뉴스

1“KB는 다르다”…실버타운 대중화 꿈꾸는 평창 카운티

2CJ올리브네트웍스, hy 논산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구축

3롯데칠성음료, 투명 맥주 패키지로 국무총리상 수상

4미국 1020세대, 오리온 ‘꼬북칩’에 푹 빠진 이유

5‘美 상장 임박’ 네이버웹툰, 해외 생태계 안착…‘국경 넘은 작품’ 60%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