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자동차의 미래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미래는 수소 연료전지?

지난 2월 캐나다 토론토의 국제 오토쇼에 전시된 현대차의 투싼 연료전지차 모델(왼쪽).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의 시판 행사에 전시된 도요타 미라이 연료전지차.
도요타 렉서스 인터내셔널의 대표 후쿠이치 도쿠오는 지난 10월 말 도쿄 모터쇼에서 새로운 컨셉트카 LF-FC를 선보이며 “우리는 ‘수소 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LF-FC는 전시장의 형광등 아래 반짝이는 수많은 고급 스포츠카 중 하나였지만 눈길을 끈 것은 날렵한 외관이 아니라 수소를 전기로 전환해 동력을 제공하는 연료전지였다. 유해한 가스를 배출하는 휘발유 엔진과 달리 연료전지는 수증기만 배출한다.

도쿄 모터쇼에서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미래를 홍보한 브랜드는 렉서스만이 아니었다. 도요타는 지역사회의 전력공급망과 연결할 수 있는 연료전지차 FCV 플러스를,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소와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비전 도쿄 미니밴을 내놓았다. 혼다는 내년 시판 예정인 클래리티 퓨얼 셀을 선보였다. 또 도요타는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수소 연료전지차 미라이(일본어로 ‘미래’를 뜻한다)를 전시했다. 미라이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시한 데 이어 지난 10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연료전지를 향한 열정은 공상과학적인 매력을 뛰어넘는다. 환경운동가들은 석유 의존의 중단을 촉구하고 세계 지도자들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나온 ‘2100년 탈(脫)화석연료’ 선언을 시행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의 자동차를 대량으로 개조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테슬라 모델S, 쉐보레 볼트, 니산 리프 같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초기 대안으로 주목 받았지만 도요타와 혼다 등 여러 제조사는 연료전지차가 자동차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본다. 휘발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대신 수소를 채운 탱크 하나로 48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도요타는 일본에서 첫 생산한 미라이 400대에 1500건의 주문이 밀려 인도 대기 기간이 2∼3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연료전지차를 몰려면 수소연료 보급소 부근에 살아야 한다. 현재로선 보급소가 거의 없다. 미국에는 15곳뿐이다(캘리포니아주에 13개, 코네티컷·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각각 1개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4개의 보급소에서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나머지는 소규모의 실험용 연료전지차를 위해 여러 제조사가 운영해 사용하려면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다.

앞으로 연료 보급소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는 수소저장 네트워크와 시스템 개발에 예산 수억 달러를 책정했다. 내년 말까지 캘리포니아주에 46개 보급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수소 연료전지 기술이 생존 가능토록 하는데 필요한 100개소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

다른 주들도 연료전지차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코네티컷·매릴랜드·매사추세츠·뉴욕·오리건·로드아일랜드·버몬트의 주지사들은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자동차를 더 많이 사용토록 권장하는 동시에 2025년까지 충분한 연료 보급소 기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혼다와 도요타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의 신생업체 퍼스트엘리먼트 퓨얼에 연료 보급소 건설 비용으로 각각 1380만 달러와 730만 달러를 지원했다. 도요타는 뉴욕-보스턴 구간에도 12개 보급소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북미 도요타의 첨단기술그룹 책임자 크레이그 스콧은 “만약 보급소가 예상대로 건설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연료 보급소 설치가 더 시급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에 일본의 ‘수소 사회’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연료전지차를 구입하는 국민에게 최대 2만5000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도 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까지 수소연료 보급소 100곳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2월 현재 개설된 보급소는 28개소에 불과하다. 향후 6개월 동안 53곳이 추가로 완공될 예정이다.

다른 신기술처럼 연료전지차도 가격으로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최저 가격이 약 7만 달러인 전기차 테슬라 모델S보다는 싸지만 일본 같은 보조금이 없다면 연료전지 차는 가격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도요타 미라이의 미국 판매가는 최저 5만8325달러(현지 판매소 인도 비용 포함)다. 혼다는 클래리티 퓨얼 셀의 가격이 일본에서 약 6 만3000달러로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판매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더 많은 차를 생산하면 부품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현재로선 상당히 비싼 편이다.

도요타는 미라이의 미국 판매용으로 약 1000대를 할당했으며, 2017년 말까지 3000대 인도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외 미국 동북부 5개주에서도 미라이를 판매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그 지역의 연료 보급소는 코네티컷주에 1개밖에 없다. 혼다는 일본에서 클래리티 퓨얼 셀 200대 판매를 첫 목표로 세웠지만 미국 시판 일정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한편 현대차는 장기 포석의 일환으로 지난해 투싼 SUV 수소 연료전지차(연료 탱크 하나로 426㎞ 주행 가능)를 남캘리포니아에서 수십 명 고객을 대상으로 장기 임대를 시작했다. 현대차 대변인은 “향후 시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대량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소 연료전지차 개발과 생산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결정은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나라의 접근법과 상당히 다르다. 테슬라 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는 연료전지를 ‘바보 전지’라고 조롱하며 실제 수요 창출이 불가능한 판촉 책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연료전지 지지파는 전기차에 회의적이다. 도요타의 가토 미쓰히사 연구개발(R&D) 담당 수석부사장은 “전기차는 비싸고 육중하며 충전 시간이 길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잠시 테슬라와의 제휴로 전기차 RAV4 SUV를 생산했지만 판매 실적이 실망스러웠다. 현재 도요타는 연료전지 특허 5600건 이상을 다른 업체에 개방해 연료전지차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그에 따라 연료 보급소가 많이 들어서면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는 네트워크 효과를 노린다.

경쟁업체들은 도요타와 혼다를 관망하는 중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자체 연료전지차를 개발 중이며 닛산과 다임러 AG(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는 디자인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닛산 CEO 카를로스 곤은 새로운 연료전지차가 2020년이면 시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주 사우스필드 소재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IHS 오토모티브의 분석가 데빈 린지는 “연료전지 차는 언제나 5년 뒤에 나온다는 농담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당겨진 듯하다”고 말했다.

- JACLYN TROP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2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3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4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5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

6佛 발레오, 자율차 핵심부품 대구공장 준공식 개최

7정부, 경북지역 민간투자 지원방안 내놔

8‘직원 희망퇴직’ 논란 의식했나…정용진, SNS 댓글 모두 감췄다

9시작부터 ‘삐그덕’…정신아 체제서 ‘카카오 쇄신’ 가능?

실시간 뉴스

1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2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3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4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5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