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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중국 돼지고기 시장

군침 도는 중국 돼지고기 시장

중국의 인구는 미국의 4배 정도지만 그들이 소비하는 돼지고기 양은 미국의 6배를 넘는다.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항의 한 창고. 관리자인 보니 제라이가 대형 냉동고를 돌아보기 위해 창고를 지나간다. 오전 10시인데도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하다. 매일 동트기 전에 직원들이 도착해 창고 앞에 궤도차를 끌어다 놓고 지게차를 움직여 수백 상자의 돼지고기를 하역한다. 새벽녘에 이 상자들을 커다란 컨테이너로 옮겨 중국행 대형 화물선에 싣는다. 매일 돼지고기 상자가 늘고 있다.

중국의 인구와 소득이 불어나면서 중국 소비자의 수입 돼지고기 수요도 증가한다. 요즘 미국 돈육 생산업자들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 애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돼지고기 수요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양돈업자들은 새로운 시장 개발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복병이 그들의 중국 시장 진출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 새로운 수입 규제와 중국 내 물류 인프라 미비가 맞물렸다.

중국 내 식육 수요가 증가한다. 1960년대 중국인이 섭취하는 음식 중 달걀·닭고기·유제품·식육·생선 칼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지금은 식육과 육가공품의 칼로리가 19%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가 으뜸이다. 중국의 인구는 13억7000만 명으로 미국의 약 4배다. 하지만 중국인이 소비하는 돼지고기 양은 미국의 6배를 넘는다. 지난해 총 5700만t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중국은 2008년 돼지고기 순수입국이 됐다.

중국의 식육시장은 오랫동안 “생고기 시장(hot market)”이었다고 미국 양돈협회 크리스 호지스 회장이 말했다. 중국 소비자는 거리를 따라 늘어선 가판대에서 막 잡아 판매하는 돼지고기를 구입해 그날 저녁 식탁에 올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인의 삶이 갈수록 바빠지고 도시화하면서(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160개) 식육 공급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가공육과 냉동육으로 바뀌어갔다.

지난 5년 사이 중국에서 이들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목축 농가들이 그 기회를 포착하기 시작했다고 호지스 회장은 말한다. 연초 이후 9월까지 미국의 대(對) 중국 돼지고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살코기(muscle meats, 돼지고기 등심·목살 같은 고급육) 수출은 22% 증가했다. 그는 “도시 지역의 돼지고기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미국 돼지고기 생산자들에게는 경사”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돈육 생산업체 중국 기업이 인수
보니 제라이는 미국 타코마항의 물류 업계에서 17년 동안 일했으며 지금은 PCC 로지스틱스의 창고를 관리한다.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한 해 동안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돼지고기의 절반 정도를 중국인이 먹어 치운다. 중국은 소비하는 돼지고기의 약 97%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나라들이 중국 시장의 한 귀퉁이에 비집고 들어설 작은 틈새가 열렸다. 미국 육류수출협회 조 슐레 대외협력 부장의 설명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요가 공급을 약간 초과한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의 양돈 업계는 오랫동안 소규모 농가로 이뤄졌다. 최근 들어 대규모의 기업형 양돈장으로 대체됐다. 아직 이 같은 전환기에 있으며 새 양돈시설의 생산량이 중국인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소비자가 가판대에서 생고기를 사는 대신 슈퍼마켓에서 가공육과 냉동육을 구입하는 비율도 갈수록 증가한다. 이런 제품들은 장거리 운송도 쉽다. 미시건 주립대학 자원경제학자 데이비드 오르테가가 최근 베이징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7%는 전통시장에서, 39%는 슈퍼마켓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했다. 15년 전에는 슈퍼마켓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도 소비자가 수입육을 찾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오르테가 교수가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선 중국인 외식 고객은 현지에서 잡은 생고기의 신선한 맛을 선호하면서도 미국산 식육이 더 안전하다고 여겼다.

이미 중국의 수요로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이 증가했다. 오르테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생산자들의 대(對) 중국 돈육 제품 수출액이 4억2900만 달러, 2012년에는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시장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 선이다.

호지스 회장은 중국시장의 잠재력이 훨씬 더 크다고 여긴다. 미국 양돈협회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와 안전우려에 대한 시장 분석에 착수했다. 미국 양돈농가들의 냉동육·가공육 판매 확대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스미스필드 팜스는 세계 최대 돈육 생산업체다. 2013년 중국의 WH 그룹이 인수했다. 중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오늘날 제라이 매니저의 창고를 거쳐가는 박스 중 상당수가 스미스필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화물이다. 호지스 회장은 “스미스필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미국 돈육 생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다”고 말했다.

PCC 로지스틱스 창고에선 1년에 수천 개의 컨테이너에 냉동육·가공육을 가득 실어 아시아로 보낸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미국 업계에 아무리 어필하더라도, 또는 중국 소비자가 아무리 미국 식육의 안전성을 믿더라도 걸림돌이 있다. 중국인 가정에 다량의 식육을 공급하려는 미국 양돈농가와 식품업체들의 원대한 계획을 가로막는 물류의 어려움이다.

자신이 관리하는 PCC 로지스틱스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제라이 매니저는 중국으로 돼지고기 보내기가 최근 몇 달 사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전에는 손상되거나 찌그러진 박스도 제품이 멀쩡하면 받아줬다. 기업들은 또한 화물이 바뀔 경우 종종 ‘대체’ 증명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지난 3월부터 돈육제품에 대한 ‘대체’ 증명서를 금지했다. 요즘 그들은 각 화물이 원래 상태대로 도착해야 하고 각 화물의 관련 서류도 처음 검사 받았을 때와 똑같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제라이 매니저는 스미스필드 푸드 등 10여 개 고객사를 도와 연간 3000~4000개의 계육·돈육 컨테이너 화물을 아시아로 발송한다. 중국 당국은 최근 그녀 고객의 화물 하나에 불합격 조치를 내렸다. 해당 업체가 제출한 미국 농무부 수출위생증명서에서 회사명 뒤에 ‘Co.’가 누락됐다는 이유였다. 화물이 퇴짜 맞아 태평양을 건너 되돌아온 것은 그녀가 17년간 물류 분야에 종사하면서 불과 세 번째 겪은 일이었다.

제라이 매니저는 “요건이 아주 엄격해져 모두가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 각 화물의 서류와 라벨 사이에 오류가 생길 수 있는 수백 가지 사항을 3중으로 확인한다.

규칙이 왜 갑자기 그렇게 엄격해졌는지 그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산 돈육 수입의 물결을 억제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의심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전에도 중국이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다. 대다수 미국 양돈 농가에서 사용하는 베타 작용제 사료 첨가물에 대한 오랜 금지조치가 미국 돼지고기의 수출증가를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런 금지조치를 비롯한 까다로운 조건들로 인해 미국 납품업체들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중국으로 돼지고기 납품 자격을 갖춘 미국 가공공장이 10여 곳도 안 된다고 슐레 대외협력 부장은 말한다. 최근 자격을 갖춘 7개 미국 공장이 더 가동을 시작했다.

또한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수입품 검사 기준을 높게 유지해 왔다. 중국이 그들을 따라잡으려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제라이 매니저는 추측한다. 중국의 포괄적인 식품안전법이 지난 10월 새로 발효됐다. 주로 중국의 국내 공급 개선 문제를 다룬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국민이 소비하는 제품에서 다른 나라와 똑같이 우수한 품질을 요구한다. 우리는 2류 국가가 아니다’는 요지”라고 제라이 매니저가 말했다. 그녀의 직원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포장한 돼지고기가 중국에 도착한 뒤에도 또 다른 걸림돌이 남아 있다. 식육은 냉동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냉동 트럭과 창고 인프라가 소비자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한다.

‘프리퍼드 냉동차 서비스(Preferred Freezer Services)’의 팀 매클레런 국제개발 담당 상무는 상하이에 있는 자신의 회사에서 그런 문제를 직접 목격한다. 6년 전 중국의 냉동공급 체인의 확장을 시작한 초창기 미국 기업 중 하나다.

회사의 트럭 기사들은 아직도 종종 시내로 배달할 때 대형 트럭에서 소형 트럭 또는 3륜 스쿠터로 화물을 옮겨 싣는다. 그리고 트럭이 빈 채로 창고로 돌아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화물 받침대(pallets)도 구하기 어렵고 일꾼들이 거의 짐을 옮긴다. 그는 중국의 기존 인프라를 1960년대와 70년대의 미국에 비유한다. 매클레런 상무는 “온갖 건물과 인프라가 눈길을 끌지만 식품운반은 30년 뒤져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기차와 고층빌딩 짓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른 생산업체들도 중국의 늘어나는 식육 수요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려 열을 올린다. 하지만 모두 중국 공급망에 남아 있는 구멍들에 대처해야 한다. 매클레런 상무가 지난 10월 만났던 메인주 주지사는 바다가재 홍보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목축업자들은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조치를 중국이 해제해주기 바란다.

현재로선 중국의 수요(그리고 미국 돈육 생산자 입장에서 시장 잠재력)는 확대일로를 걸을 전망이라고 매클레런 상무는 말한다. “계속 증가할 것이다. 분명 엄청난 시장이다.”

- AMY NORDRUM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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