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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구조조정’ 두산인프라코어 살아날까] 밥캣 인수 후 빚 눈덩이

[‘눈물의 구조조정’ 두산인프라코어 살아날까] 밥캣 인수 후 빚 눈덩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이드’에 오른 두산인프라코어 20대 명퇴 게시글.


summary |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눈물의 구조조정’ 후 살아날 수 있을까? 내년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 흑자전환, 나아지지 않아도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단 버티기 작전”이라며 “중국 시장 수요가 열릴 때까지 최대한 움츠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눈물의 구조조정’ 후 살아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죽지 않을 만큼’ 몸집을 줄였다. 내년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 흑자전환, 나아지지 않아도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 중장비와 엔진 등을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였다. 2013년 3695억원, 2014년 45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런 회사가 올해 업황 부진과 금융환경 악화 등으로 ‘긴급한 경영상의 위기’에 처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사람이 미래’가 아니라 ‘미래는 구조조정’이라는 비야냥거림도 듣고 있다. 왜 그렇게 됐을까?



밥캣 인수가 위기 진앙지
: 역시 빚이 문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미국 건설장비 기업 밥캣을 49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5조7600억원)에 인수했다. 자기자본은 10억 달러, 미국과 한국의 금융권에서 39억 달러의 빚을 냈다. 하지만 밥캣으로 재미를 보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건설 중장비 수요가 급감하면서 밥캣 인수는 두산그룹 전체에 골칫덩이가 됐다. 영업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도 이자 갚느라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금융비용(이자 등)은 2013년 5325억원, 2014년 5801억원이다. 이에 따라 부채총액은 2013년 7조 9325억원, 2014년엔 8조669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8조5657억원이다. 부채총액의 6% 이상을 매년 이자로 내며 빚을 내 빚을 갚는 지경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2016년 만기 회사채 규모는 4050억원이다. 부채에다 원금상환 압박까지 받게 될 처지다. 통상 기업들은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는 롤오버를 시도한다. 하지만 재무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새로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차입금 상환 어떻게
: 두산인프라코어는 빚부터 줄이기로 했다. 2012년 한국에선 처음으로 ‘영구채권(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을 발행해 5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부채비율을 떨어뜨렸다. 올해 7월엔 밥캣의 사전 기업공개로 7055억원을 확보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작기계 사업부를 매각해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 핵심사업부는 공작기계·건설기계·엔진으로 나뉜다. 이 중 공작기계 사업부는 전체 매출에 17%(2014년 기준)를 차지한다. 건설기계가 대부분인 74%, 엔진 사업부가 9%를 차지한다. 두산은 공작기계 사업부 지분 100%까지를 매물로 내놨다. 공작기계 사업부 경영권에 미련을 갖지 않는단 얘기다. 현재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등 8곳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매각가격은 1조5000억~2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인프라코어 순차입금 규모는 3조3000억~3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연결부채비율도 200% 이하로 떨어져 재무적 우려를 상당부분 덜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고정비용을 줄이고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경쟁사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 9월, 11월(기술·생산직) 등 총 3차례 퇴직프로그램을 실시해 각각 180명, 200명, 450명가량을 내보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2월 7일엔 희망퇴직 공고문을 내고 8~18일 동안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 고정비가 높 은 것은 2011~2012년 글로벌 건설경기를 좋게 보고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2012년 하반기부터 해외 시장이 25%나 줄고 건설기계 업황은 크게 나빠졌다. 중국 경기 침체가 직격탄이었다. 중국 시장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부채상환은커녕 조직 규모마저 부담이 됐다.



빚 잔치 그 이후
: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고정비가 경쟁사 대비 높은 상황은 구조조정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고정비를 낮추고 덩치 큰 사업에 주력하면 내년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회사 측은 올해 구조조정을 통해 매년 3000억원가량 고정비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용 절감으로 현재의 현금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거란 분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손익분기점을 상당히 낮춰 잡았다. 규모가 줄어든 데 맞춘 것이다. 본래 6800대이던 중국시장의 BP(판매대수 기준)를 4200대로 변경했다. 이는 올해 판매량 수준이다. 올해만큼만 유지하면 2016년에는 중국시장에서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공작기계가 내년 완전히 두산 로고를 떼면 남는 것은 건설기계와 엔진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엔진 사업부를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형 디젤엔진인 G2엔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엔진은 밥켓의 소형 건설기계에 전량 공급돼 생산량이 늘고 있다. 지게차 등으로 수요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9~10년에 걸쳐 개발된 차세대 전차엔진도 기대를 모은다. 국방부K2전차에 납품되는 엔진이다. K2전차는 수출이 예정돼 있어 이 엔진 수요가 늘 가능성이 크다. 건설기계는 중국이 관건이다. 2014년 기준 5조7000억원 매출의 건설기계는 소형(3조7000억원, 밥캣)과 중대형(2조원, 건설용 굴삭기)으로 나뉜다. 밥켓은 해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10%에 달해 비교적 짭짤하다.

문제는 중국 등 신흥국이 주요 수요처인 중대형 건설기계다. 특히 중국 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다. 일대일로로 중국 정부가 자금을 쏟아 붓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시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돼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사업을 펼 수도, 접을 수도 없는 처지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밥캣 제품 판매가 늘고 있고 엔진사업부도 타타대우 등으로부터 120억원 이상 수주하고 있어 전체 실적은 안정화 될 것”이라며 “공작기계 사업부가 비싸게 팔릴수록 두산인프라코어의 나머지 사업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작기계 매각 후 건설기계 부문에서 적자가 나면 구조조정 효과마저 볼 수 없게 된다”며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내년 나아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건설기계 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중국을 바라보며 와신상담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버티기 작전”이라며 “중국 시장 수요가 열릴 때까지 최대한 움츠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요가 늘지 않아도 이미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더 오래 버틸 수 있단 계산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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