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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빚 잔치’는 끝났다

이제 ‘빚 잔치’는 끝났다

9년여 만의 금리인상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이제 앞으로 이어질 금리 인상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2월 16일(미국 현지시각)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통화정책의 시대를 마감하며 금융시장에 경제가 회복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 중앙은행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 금리를 7년간 유지돼온 제로 수준에서 0.25%포인트 끌어올렸다. 새 기준금리는 0.25%~0.5% 사이에서 변동하게 된다. 기준금리는 상업은행들이 FRB로부터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율이다. 래퍼티 캐피털 마케츠의 리처드 X 보비 증권 분석가는 “태풍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민감한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수단일 뿐 아니라 FRB로서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FRB는 7년 전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금리를 끌어내리는 비상조치를 취한 이후 오늘날까지 전례 없는 현미경 관찰의 대상이 돼왔다.

보비 분석가는 15일 한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FRB가 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FRB는 “각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플레를 견제하면서 고용을 극대화해야 하는 FRB로선 차입이 지나치게 증가하거나 소비자 물가가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경제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금리를 정한다.

9년여 만의 금리인상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이제 앞으로 이어질 금리 인상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부분 완만한 인상을 예상한다. 이달 초 재닛 옐런 FRB 의장도 그런 신호를 보냈다. 토대를 이루는 ‘중립적인’ 금리(경제를 가속화하지도 늦추지도 않는 금리)가 “시간을 두고 아주 점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예측 단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케이시 보스티안시치 미국 거시 투자 서비스 팀장은 2016년 두 차례 FRB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해 연말에는 FRB의 중간 추정치인 1.38%보다 약간 낮은 0.88%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FRB는 경제에 대한 기대를 표명할 때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지난 15일 보스티안시치 팀장은 말했다. 큰폭의 인상은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키는 한편 경제에 관해 낙관을 표명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시장의 금리 예상이 너무 크게 벗어나기를 원치 않는다”고 보스티안시치 팀장이 말했다. 선물시장이 내다보는 금리인상 속도는 FRB의 예상보다 크게 느리다고 그는 설명한다.
 “경기 회복세에 찬물 끼얹을 수도”
미지수는 후속 금리인상률뿐이 아니다. FRB는 3조 달러를 웃도는 과잉 자산을 보유한다. 주택구입비용 부담을 덜어주려고 수년 간에 걸쳐 실시한 경기부양성 채권 매입의 결과다. 때가 되면 그 남아도는 자산을 털어내고 수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국채와 모기지 담보 증권을 시장이 소화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부터 정말로 시작”이라고 보비 팀장은 말했다.

16일의 금리인상 발표를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FRB 당국자들이 여러 달 전부터 시사해 왔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이달 초 의회 증언에서 12월의 인상을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묘사했다. “FRB 역사상 이보다 더 분명하게 예고된 정책변화는 없었다”고 뉴욕대학 경제학과 킴 쇼엔홀츠 교수는 말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FRB가 말하는 이른바 사전 유도에서 기인한다. 시장에 임박한 정책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려는 시도다. 이번 경우 FRB의 예고 덕분에 투자자들이 “시장 예측의 측면에서 상당히 잘 준비가 됐다”고 펜 뮤추얼 자산운용사의 마크 헤펜스톨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 오래 뜸 들인 탓에 비판론자들에게도 FRB에 반론할 기회가 주어졌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 목소리를 높이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금리를 올리기에는 인플레 율이 너무 낮고 노동시장이 너무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근로자의 임금 상승은 특히 보잘것없었다. 그리고 조지타운대학의 최근 조사에선 미국 경제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의 수준에 비해 여전히 600만 개의 일자리가 부족한 형편이다.

정치인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짐 코니어스 하원의원(민주·미시건)은 15일자 신문 기고문에서 FRB에 인상을 연기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미국의 고용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고 코니어스 의원은 썼다. FRB의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어 경제가 준비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경제를 둔화시켜 곤혹스런 전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FRB가 연방금리를 제로금리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갑작스런 불경기가 찾아올 때 손쓸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방금리는 금융기관 간 대출 비용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매 차입 비용에 반영된다.

미국 통화정책의 역사를 돌아보면 1980년대 초에는 기준금리가 무려 20%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16일의 인상은 비교적 작은 편이다. 그렇다고 이번 금리인상의 역사적인 의미가 줄어드는 건 결코 아니다. 헤펜스톨 대표는 “FRB가 9년여 동안 긴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야말로 정말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저리융자의 효과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FRB의 정책이 불경기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FRB는 경제위기 중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쇼엔헬츠 교수는 말했다. 통화정책의 효과만 따로 떼어내 말하기는 어렵지만 FRB가 “제2의 대공황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FRB는 2010년 부실은행들에 대한 논란 많은 긴급 융자 프로그램을 마감하면서 미국 통화 역사상 유례 없는 시기의 토대를 닦았다. 초저금리와 대규모 자산매입을 결합해 불경기에 주저앉은 경제에 3조 달러의 현금을 수혈했다.

“가치 있는 조치였다. 필시 경제의 체질 강화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쇼엔홀츠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통화공급 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가장 먼저 말할 사람들도 중앙은행 당국자들이다.”

FRB의 연구원들의 추산에 따르면 초저금리 정책은 소비자에게 고액 구매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고 기업들이 대출받기 쉽게 만들어 실업률을 1.2%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 OWEN DAVIS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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