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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어디로 | 미국] 금리 3~4차례 ‘점진적 인상’ 유력

[세계 경제는 어디로 | 미국] 금리 3~4차례 ‘점진적 인상’ 유력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12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15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9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자, 7년간 이어진 제로금리 시대의 폐막이다. 이로써 세계 경제를 ‘불확실의 늪’에 가뒀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 논란은 속도의 문제로 바뀌었다. ‘언제 늑대(기준금리 인상)가 나타날까’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출몰할까’가 최대 관심사다. 2016년 연준은 얼마나 금리를 올릴까? 10월과 12월에 공개된 FOMC 성명서에 힌트가 담겨 있다.

‘앞으로 인상 경로에 대해서는, 일단 기준금리를 올린 뒤에는 완화정책을 서서히 제거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FOMC 의원들은) 대체로 동의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경제 모멘텀이 약화하고 물가가 예상대로 오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또한 통화정책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부정적 충격을 견뎌낼 정도로 경제 여건이 탄탄한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10월 FOMC 보고서)

‘10월 회의 이후 나온 정보는 경제활동이 점진적 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가계 지출과 기업 고정 투자는 최근 몇 개월 동안 견고하게 증가하고 있고, 주택 분야는 더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순수출은 약한 모습이다…(중략)…현재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위원회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 상황과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할 것이다. 위원회는 경제 상황이 연방기금 이자를 점진적으로 올리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연방기금 이자는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머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자율의 움직임은 경제 전망에 달려 있을 것이다.’ (12월 FOMC 보고서)
 2016년 말 美 기준금리 0.75~1.25% 전망
이를 2016년 미국 경제 전망과 묶어 해석해 보자. 내년 미국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은 2016년 미국 경제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2.8% 사이다. 예측이 맞는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소비와 직결된 고용시장 개선이 미국 경제를 이끌 전망이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은 완전 고용 목표(실업률 5%)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좋다. 물론 하방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외 선진국은 강력한 경기 회복 조짐이 없고, 중국과 신흥국의 경기 둔화 역시 미국의 나홀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한 가파르게 오른 달러화 가치가 2~4분기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미국 수출 증가율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는 2016년에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강세폭은 2015년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추가 강세가 시장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역시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낮추고, 가계 소비성향을 보수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경로와 속도다. 과거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인하기에 폭주기관차처럼 한 방향으로 내달렸던 전력이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선 세 차례 금리 인상기가 있었다. 가장 최근의 금리 인상기는 2004년 7월부터 2007년 8월까지다. 이때 연준은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1%에서 5.25%로 올렸다. FOMC 정례회의는 1년에 8회 열리는데,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린 셈이다. 하락기 때도 마찬가지다. 연준은 2001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30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6.5%에서 1%로 대폭 낮췄다. 또한 2007년 9월 5.25%였던 금리를 2008년 12월까지 제로금리로 낮춘 바 있다.

이번에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까. 현재로서는 아닐 듯하다. 10월 FOMC 회의록에 나타났듯이, 미 연준위원들은 금리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인상 후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경기 회복과 펀더멘털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도 읽히지 않는다. 이런 인식은 첫 금리 인상 이후 추가 인상의 폭과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FOMC 회의록에는 ‘참가자들은 (금리 인상) 정책 적용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금리 정상화 과정을 시작하면 앞으로 (금리 인상) 정책의 궤적은 얕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는 표현이 나온다. 재닛 옐런 의장 역시 12월 16일(현지시간)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후 인상은)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7일 공개된 연준 금리 전망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1.25~1.5%다. 2017년 말 전망치는 2.25~2.5%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 17명이 예상하는 금리 전망치를 무기명으로 적은 표를 말한다.

시장 컨센서스 역시 ‘점진적(modest) 인상’에 모인다. 또한 금리 인상이 급격한 시장 긴축이나 신흥국 자본 유출, 달러화 강세 강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미국이 과감하게 금리를 올리기엔 부담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계 경제가 반등에 실패하고, 미국 경기 회복이 주춤하면 미 연준이 한두 차례 금리를 올린 후, 다시 제로금리 상태로 내릴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유가가 급등해 수입물가가 오르거나 부동산 시장이 폭등할 경우다. 결론적으로,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내년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2~4차례에 걸쳐 올라 0.75~1.25% 사이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흥국 자본 유출 부작용이 한국으로 전이될 우려
한국 정부와 다수의 경제전문가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하지만, 취약한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경우 우리나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거시경제 건전성을 강화하고, 통화스왑 확대 등 국제 공조 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율정책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환율 급변동에 대비해 다양한 환 헤지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통화당국은 섣부른 금리 동반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한국은행이 즉각 인상할 이유는 없다. 양국 간 금리차와 외국인 투자금 유출 상황, 수출과 내수시장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가계는 부채 축소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의외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금리 인상기는 중국·신흥국 성장 둔화 속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 유례없던 통화완화 정책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전 금리 인상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 사례를 보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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