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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살리려다 관광업 죽인다

치안 살리려다 관광업 죽인다

2015년 12월 2일 롭 도커티(23)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부의 월스트리트에 있었다. 가랑비 속에서 스마트폰과 기념품 백을 들고 남쪽을 향해 섰다. “우리는 일요일(11월 29일)에 도착했다.” 양친과 함께 맨해튼을 관광 중인 영국인 도커티가 증권거래소와 인근에 우뚝 솟은 크리스마스트리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자유의 여신상, 월드트레이드센터, 9·11 추모관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미국의 무비자 정책에 따라 도커티 가족 같은 외국인이 매달 수백만 명씩 도착한다. 주로 일단의 유럽 국가 국민이다. 하지만 요즘 비자 면제 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에 요즘 경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 공격 이후 민주·공화 양당으로부터 요즘 미국의 치안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 받았다. 그러나 관광 당국자와 국내 치안 전문가들은 그 프로그램을 개혁하는 쪽으로만 너무 쏠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럴 경우 9·11 테러 공격 후 10년과 같은 경기 침체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현재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관광산업이 당시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 경제가 6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50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증발했다.

도커티 가족이 방문한 곳들은 1인당 최소 3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 도커티는 숙박료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이 묵은 타임스 스퀘어의 호텔은 1박에 수백 달러는 보통이다.

“2000~2009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미국에선 성장률이 떨어졌다”고 미국여행협회 패트리샤 로하스-웅가 정부 협력 담당 부사장은 말했다. “우리는 그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간주한다.”

사전 승인된 38개국 국민은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으면 관광비자를 신청하지 않고도 최대 90일 동안 미국을 합법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미국은 그 나라들과 계약 맺고 국경을 넘나드는 비행기 승객에 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상호 데이터 공유에 합의했다. 이 같은 출입국 절차 간소화에 따른 안전 문제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신속한 이동과 즉흥 여행을 가능케 한다. 매일 25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해 미국인 일자리 9개 중 대략 1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그 뒤로 미국행 국제 관광이 다시 살아났다.

11·13 파리 테러 이후 미국 국회의원들은 서방 여권을 가진 이슬람 무장대원이 미국 땅에서 그와 비슷한 테러를 벌이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장·단기 체류 목적의 미국 입국자에 대한 심사가 적절한지 재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하원 공화당 의원과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ESTA를 개정해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테러리스트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의원들이 거론한 조치는 여러가지다. 해당 프로그램 폐지부터 비자 신청, 그리고 지문 같은 여행자 생체정보 검사 확대 실시 등이다.

11·13 파리 테러 이후 미국 정치인들은 전자여행허가를 강화해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테러리스트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파리 테러는 프랑스와 벨기에 국적자들이 일으켰다”며 “그들이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행기로 미국에도 입국할 수 있었다는 의미”라고 프로그램 개혁 법안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밝혔다. “훈련 받고 전투에 참가하려 중동으로 건너가는 외국 국적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분실·도난 여권 4500만 개가 암시장에서 유통된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프로그램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ESTA를 이용하는 미국 방문자는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최소 72시간 전에 온라인에 여권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권의 여행 서류에 전자 생체정보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 뒤 미국 세관·국경경비국은 비행기 이륙 전까지 그 데이터를 범죄 데이터베이스, 테러범 감시 단체 및 리스트와 대조한다.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미국을 찾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고 더 철저히 검증하는 방안도 제기됐다”고 뉴욕 주립대학(올배니)의 정치학과 레이 코슬로스키 부교수는 말했다. “9·11 테러 후에도 그 방안이 검토됐지만 의회에서 그 프로그램 폐지에 따르는 비용을 따져본 뒤 없던 일이 됐다.”

미국 정부회계원(GAO)은 2002년 보고서에서 그 프로그램 폐지에 따르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비자 신청 건수 증가와 추가적인 생체 데이터 수집을 처리할 미국 국무부 인력 충원에 드는 초기 비용이 7억3900만~12억8000만 달러, 그리고 그 뒤로는 연간 5억2200만~8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증가하는 글로벌 테러 위협에 맞서기 위해 ESTA 강화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테러와 관련된 납치범 19명 모두 직접 면담 심사가 필요한 비자로 미국에 들어왔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원래 주어진 기간 이상 미국에 체류하며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론 갈수록 국토 안전 위협의 예방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 뒤 ESTA를 강화해 신규 비자에 모두 여행자의 생체 데이터가 담긴 마이크로칩을 부착해 위조를 못하도록 했다. 국회의원들은 그런 조치로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그들이 후원하는 개인들이 제기하는 위협의 증가에 대처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우려한다.

안전 강화를 마음먹는다면 언제든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말했다. 예를 들어 개인의 동태를 추적해 시리아 같은 위험 지역에 누가 들어가고 나가는지, 어디서 극단주의 훈련을 받은 뒤 서방 여권을 들고 귀국할 수 있는지의 정보를 각국 정부가 공유할 수 있다면 치안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결정은 경제나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비교해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고 안보 전문가와 관광업 관계자들은 말한다.

뉴욕주립대학(올배니) 국가 안보대비연구소 릭 매튜스 소장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글로벌 경제’라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독일에 있는 기업이 회사 관계자를 미국에 파견해 건물 부지를 살펴보거나 사업상 협상해야 할 경우 별 어려움 없이 미국으로 건너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업은 기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정확히 몇 일에 입국할지 4~5개월 전에 미리 정하기는 어렵다. 뭔가를 확인하러 짧은 여행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도커티 가족의 경우 즉흥 여행은 아니었지만 공항에서의 보안수준이 적절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절차와 보안검사가 빠르고 질서정연하면서도 철저했다고 평했다. 그리고 관광객에게 비자 등을 신청하도록 요구하면 아주 성가신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 상당히 짜증 났을 것이다. 지금 정도의 보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CLARK MINDOCK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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