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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두 자녀 정책’에 들썩이는 국내 영유아산업] 중국의 ‘둘째’가 한국 먹여 살릴까?

[中 ‘두 자녀 정책’에 들썩이는 국내 영유아산업] 중국의 ‘둘째’가 한국 먹여 살릴까?

중국의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이 지난 1월 1일 시작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한 인구계획생육법 수정안을 심의·통과시켰다. 35년 간 유지된 ‘한 자녀 정책’이 사라지면서 국내외 영유아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저출산 영향으로 침체에 빠진 국내 업체들도 중국 공략을 모색하고 있다. 몇몇 분유·기저귀·아동복·장난감 업체는 이미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고, 현지 업체와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중국의 ‘둘째’들이 한국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 줄까.
사진:중앙포토
중국 정부가 35년 간 고수한 ‘한 자녀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중국은 물론 한국·미국·유럽·일본의 분유·유아용품·아동복 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출산율 증가로 영유아산업이 살아나 중국의 내수가 기지개를 켜면,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잇따랐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이번 조치로 해마다 500만명 정도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영·유아용품 업체엔 새로운 수요가 생긴 셈이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2018년이 되면 중국의 영·유아산업이 2015년보다 58% 커진 3조196억 위안(약 54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중국의 두 자녀 정책 도입에 따른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 유망 품목은 영·유아 제품과 농식품”이라며 “구매력이 높은 바링허우(1980년대 생) 세대가 부모 세대에 진입한 만큼 한국의 고품질 분유·카시트 등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중국 영·유아시장 규모 543조원
중국 영·유아제품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건 조제분유다. 중국의 분유시장 규모는 약 700억 위안(약 1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중국 분유 시장은 수입 의존도가 높다. 2008년 멜라닌분유 파동 이후 자국 유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다. 2008년 이후 분유수입은 연평균 35.8% 증가했고, 현재 중국 분유시장에서는 외국 브랜드가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조제분유 중국 수출도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1% 늘었다. 국내 업체의 중국 분유시장 점유율은 5% 정도다.

중국 수출이 활발한 국내 분유 업체는 남양유업·매일유업이다. 국내 분유 시장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은 2011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분유 수출액은 첫해 약 500만 달러(약 59억 8000만원)에서 2014년 약 2000만 달러(약 239억4000만원)로 꾸준히 증가했다. 남양유업은 현지 기업과 합작해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 대신, 현지에서 중간 도매상 역할을 하는 ‘경소상’을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중국은 외국 업체가 직접 시장에 진출해 소매상 및 유통 업체에 직접 물품을 공급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중간 공급자인 경소상을 최대한 확보해 진열 물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경소상은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업체와 거래를 하는 경향이 강해 이들과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부 수익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중국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중국 지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2007년 중국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다. 고급화 전략으로 현지인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매일유업의 중국 수출액은 2011년 630만 달러(약 75억4000만원)에서 2014년 3100만 달러(약 371억7000만원)로 증가했다. 또한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28일 중국 1위 유아식 업체인 비잉메이트와 조인트 벤처 설립 협약(JVA)을 했다. 중국 내 특수분유 브랜드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특수분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매일유업이 특수분유 생산을 맡고, 비잉메이트는 중국 내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한다.
 분유·기저귀 대 중국 수출액 급증
국내 분유 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통해 원유 재고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출시 등 다양화 전략으로 매출 둔화를 보완하고 있지만, 소비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분유 재고량은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분유 재고량(2만2309t)은 낙농진흥회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4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량이 넘쳐도 유제품 업체는 값을 내리지 못한다. 원유 가격을 생산 원가와 연동해 자동으로 결정하는 ‘원유 가격 연동제’ 때문이다. 낙농가와 우유 업계는 2013년 원유 가격을 둘러싼 대립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유제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제품 시장은 저출산과 소비 감소로 우유가 남아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나마 중국 두 자녀 정책으로 분유 소비가 늘어나 국내 공급 과잉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유 다음으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난 영유아 제품은 기저귀다. 중국 기저귀 시장은 2013년 264억 위안(약 4조7000억원) 규모다. 소득수준 향상과 종이 기저귀 사용이 늘면서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저귀 소비량은 2008년 85억 개에서 2012년 204억 개로 약 2.4배로 증가했다. 2007년 17.6%에 불과하던 종이 기저귀 사용률은 2012년 44.3%로 약 2.5배로 상승했다.

중국의 기저귀 시장은 분유와 마찬가지로 외국산 제품이 주름잡고 있다. 10대 브랜드 중 대부분이 외국 브랜드다. 10대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다. 2014년 총 기저귀 수입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7억3390억 달러(약 8800억원)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토종 소규모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진데다,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고급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1~2위 영·유아 의류업체 차이나머니 소유
이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미국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세 나라가 중국 기저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저귀 브랜드인 유한킴벌리의 하기스는 2003년 중국 기저귀 시장에 진출해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주로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고소득층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해 중국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기저귀 수출 규모는 연평균 1000억원 수준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당분간 중국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상위 영유아 의류 업체는 서양네트웍스·아가방앤컴퍼니·해피랜드에프앤씨·제로투세븐 등이 있다. 시장 1~2위 업체인 서양네트웍스와 아가방컴퍼니는 차이나머니 소유다. 2013년 중국계 기업 리앤펑이 서양네트웍스를 인수한 데 이어 랑시그룹이 아가방컴퍼니를 사들였다. 서양네트웍스는 블루독·알로봇·블루독베이비·밍크뮤 등의 브랜드로 최근 승승장구한 업체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오랜 역사를 지닌 국내 유아복 전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매각이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중국 패션 기업들의 입질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국내 유아용품 업체들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수요 감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밀려드는 수입용품, 해외직구 활성화 등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동복 시장은 10년 사이 소비자는 23%, 시장은 39% 감소했다. 이와 달리 수요가 늘어나는 중국 업체들이 상품 기획력과 품질을 갖춘 국내 브랜드를 노렸다. 양측의 이해가 맞으며 경영권 매각과 인수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양네트웍스나 아가방앤컴퍼니는 아직 중국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을 인수한 자금이 모두 중국계인데다, 막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만큼 조만간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가방 앤컴퍼니를 인수한 랑시그룹은 지난해 중국 내 온라인 판매 대행사인 러위츤, 온라인 쇼핑몰 밍싱이추의 지분을 각각 20%, 5%씩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자사 브랜드를 중국 온라인몰에 적극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양네트웍스 관계자는 “중국 진출을 계획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찌감치 중국 시장 문을 두드려온 영유아 의류 업체도 있다. 제로투세븐·보령메디앙스·한세드림 등이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중국에 진출해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두 자녀 정책에 맞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중국 온라인 상거래 채널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제로투세븐은 영유아 의류 브랜드 알로앤루·섀르반으로 중국 내 28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최대 오픈마켓 알리바바의 티몰에 독립형 쇼핑몰로 입점했다. 2009년 67억원 수준이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 293억원으로 증가했다. 참존글로벌워크의 ‘트윈키즈’와 한세드림의 ‘모이몰른’은 중국 내 온·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유아생활용품 ‘비앤비’로 티몰에서 유아용품 월매출 1위를 기록한 보령메디앙스는 수유용품 브랜드 ‘유피스’와 유아스킨케어 ‘닥터아토357’를 중국에 선보인다. 업계 3위 해피랜드에프앤씨는 최근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해 내년 본격적인 진출을 계획 중이다.

중국의 두 자녀 출산 정책은 일차적으로는 기저귀·분유 시장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장난감·애니메이션·교육 등으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늘어나는 자녀 양육비 가운데 교육비가 이미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현재 신생아 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대체로 높다”며 “특히 교육시장의 수혜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KOTRA는 “산후조리원 확대에 따른 관련 자재·설비, 교육시장 확대에 따른 이러닝(e-Learning) 등 유아 청소년 대상 품목·서비스 시장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악기·장난감 업체도 성장 기대감 커
유아교육 관련 기업 중 관심을 받는 곳은 삼익악기다. 이 회사의 중국 매출액은 2013년 약 354억원에서 2014년 43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650억원 안팎을 예상한다. 90% 이상이 피아노 판매 매출이다. 삼익악기는 현지 업체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저가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중·고가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중고가 피아노 시장에서 삼익악기의 점유율은 2013년 약 17%에서 최근 21%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은 “2.7%에 불과한 중국 피아노 보급률과 삼익악기의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하면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난감 업체 영실업도 최근 해외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12년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인 헤드랜드캐피털에 인수된 이후부터다. 인수 뒤 또봇을 출시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대만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로 수출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4월 회사의 주인이 다른 홍콩계 PEF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으로 바뀐 뒤에는 중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밖에도 대원미디어·오로라·삼천리자전거·신성델타테크 등이 중국 두 자녀 정책의 수혜 기업으로 주목을 받는다. 대원미디어와 오로라는 ‘곤’과 ‘로보카폴리’ 등 TV애니메이션, 삼천리자전거와 신성델타테크는 각각 유아용 자전거와 아동용 전동차의 중국 시장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중국의 두 자녀 정책 소식은 국내 분유, 영·유아용품, 장난감, 유아교육 관련 업체의 주가를 들썩이게 했다.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0월 30일 제로투세븐의 주가는 10.6% 상승 마감했고, 매일유업도 1.3% 올랐다. 보령메디앙스(6.5%)와 아가방앤컴퍼니(2%), 삼익악기(1.3%) 등에도 투자자가 몰렸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부진하다. 전형적인 테마주의 흐름이다. 제로투세븐 주가는 줄곧 떨어져 지난해 말 기준 두 자녀 정책 발표 당일보다 24% 하락했다. 아가방 앤컴퍼니(-20%)·보령메디앙스(-16%)·삼익악기(-15%)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마주의 반짝 효과가 원인이지만, 중국의 두 자녀 허용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두 자녀 정책으로 매년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가 250만명(예상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신세대 부부의 사고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이유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치솟는 집값 부담감이 크고 의료·교육 여건이 여전히 열악하기 때문에 둘째를 가지려는 중국인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창 류 연구원은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과 정치적 불확실성도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걸 주저하는 요인”이라며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기보다 자신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돈을 쓰고 싶어 한다”고 했다.
 프리미엄 전략에 초점 맞춰야
그러나 중국의 영유아용품 시장은 단순히 양적 팽창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 질적인 변화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시장 성장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중국 부모의 수입 유아용품 구매 증가와 자녀에 대한 아낌없는 지출이 고급 제품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한 후 시장개척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또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유신 코차이연구소장은 “중국의 안전기준이나 수입통관 절차는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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