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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세 장수 ‘젊음의 샘’ 파지 않는 이유

120세 장수 ‘젊음의 샘’ 파지 않는 이유

당뇨병에 흔히 처방되는 메트포민은 동물 연구에서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최근 각 분야에서 노화방지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구글은 2013년 10억 달러 규모의 노화방지 연구개발 업체 칼리코를 출범시켰다. 칼리코는 이듬해 대형 제약회사 애브비와 제휴했다. 또 다른 대형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라파마이신을 개발 중이다. 칠레 이스터 섬의 흙에서 발견된 이 생물학작용제는 면역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이 약이 최초의 항노화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니어 바질라이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노화를 늦추는 데 필요한 약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약은 가격도 매우 싸다. 메트포민은 나온 지 오래된 일반적인 당뇨약으로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아주 흔히 쓰이는 약으로 한 알 가격이 약 35센트(약 420원)다. 이 약은 또 동물 연구에서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2015년 6월 바질라이 박사는 비영리기관인 미국 노화연구연맹(AFAR)의 학자들과 함께 미 식품의약국(FDA)에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이라는 연구를 제안했다. 메트포민이 인간에게서도 동물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어떤 약이 인간의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최초의 임상실험이다. FDA가 연구를 승인하자 언론은 ‘젊음의 샘’으로 알려진 이 약품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약이 인간 수명을 120세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 연구의 자금을 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21세기의 필수품이 될 값싸고 보편적인 약의 연구를 지원하지 않을 만한 이유는 많다. 제약회사들은 약품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신약이 시장에 나올 경우 몇 년 동안 마케팅 권한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품 시장에서 이렇게 한시적인 독점권을 보장받는 것은 횡재나 다름없다.

어떤 제약회사가 메트포민의 임상실험을 진행해 효과가 입증될 경우 승인 과정을 거쳐 그것을 당뇨병 이외의 용도로 마케팅할 수 있다. 그 회사는 일정 기간 그 약의 마케팅 권한을 갖는 유일한 회사가 될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약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일례로 콜레세브이람은 원래 겔텍스가 콜레스테롤 강하제로 개발한 약이지만 나중에 다이이치 산쿄는 이 약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용도 변경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FDA가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어떤 약품의 항노화 지표를 승인하는 일이다. 노화와의 연관성을 정량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생물지표가 무엇인지에 관해 과학계 내에서 이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약품이 여러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모델과 상충된다. 임상실험은 한 약품에 한 가지 질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메트포민의 효능을 입증하는 것이 TAME 연구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닌 이유다. 이 연구는 제대로 이뤄질 경우 향후 연구를 위한 기술검증(proof-of-concept, 어떤 프래그램의 개념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증명하는 것)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는 FDA에 노화가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이 연구를 계획했다”고 바질라이 박사는 말했다. “노화를 늦추는 일이 다음 10년 안에 가능해지리라고 생각한다.” 메트포민이 정말 그런 효능을 지녔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해도 그 다음으로 항노화 실험의 대상이 될 여러 약 중 하나는 효능이 입증될 것이다.

TAME 연구는 당뇨병이나 심장부전 등의 질병에 쓰는 약의 효과를 실험하는 데 이용되는 대다수 무작위-통제 임상실험과 같은 형태로 계획됐다. 약 3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그중 절반에겐 메타포민을, 나머지에겐 위약을 지급한다. 약의 성공 여부는 심혈관계 질환·암·인지력 저하 등 노화와 연관된 질병의 발병을 지연시키는 효과로 측정된다. TAME 연구는 참가자의 연령보다 노화 관련 질병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수명연장 보다는 ‘건강 수명(health spans)’ 연장과 더 관련 있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말한다. 물론 몸이 건강하면 더 오래 살 확률이 높으니 결국은 수명 연장과 관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TAME 연구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연구가 성공할 경우 제약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학 노인의학과 교수 메리 티네티 박사는 “대다수 노인이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다”며 “FDA가 메트포민을 항노와 약품으로 승인할 경우 조사관들은 그 약이 여러 질병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노인이 건강상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많은 약을 복용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당뇨병과 심장질환을 동시에 앓는 사람은 매일 항당뇨 약제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베타 차단제와 스태틴을 복용할 확률이 높다. 만약 메트포민(혹은 다른 값싼 약품)이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노인에게 효과가 있다면 그들이 복용하는 약품의 개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 모든 약을 단 한 가지 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환자는 돈을 절약할 수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환자가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줄어들면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만성질환에 처방되는 약들은 금기사항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거나 다른 약의 효과를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등이다. 예를 들어 일부 관절염 약은 고혈압 약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TAME 연구는 또 더 광범위한 노화 연구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AFAR의 스테파니 레더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노화가 제약회사들이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판명될 경우 이 분야 연구가 활성화되고 노화와 만성질환의 연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대형 제약회사들이 돈을 벌 수도 있다. 레더먼 회장은 “제약회사들이 이 연구에 참여한다면 메트포민보다 노화 방지에 더 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가능해지려면 먼저 누군가가 TAME 연구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3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6년 동안 그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하는 이 연구에는 약 65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의 후원 없이 바질라이 박사와 그 동료들이 TAME 연구 진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TAME 연구가 시작될 경우 그 결과에 많은 것이 좌우될 것이다. 2008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항노화 연구에 큰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유감스러웠다. 이 회사는 레스베라트롤을 바탕으로 한 약품 개발을 위해 생명공학 분야의 한 신생기업에 7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레스베라트롤은 적포도주에서 발견되는 화합물로 동물 연구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GSK는 프로젝트를 접었다. 만약 TAME 연구에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항노화 연구에 또 다른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기를 한층 더 꺼리게 될 것이다.

- ALISSA FLECK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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