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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핵전쟁 나기 전에 막아야

그보다 핵전쟁 나기 전에 막아야

핵사고에 대비해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하는 건 일리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핵전쟁에 관한 한 책임감 있는 대응조치는 전쟁의 방지뿐이다.
챔 댈라스 교수의 ‘핵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사는 심히 우려를 자아낸다. 세계핵보건전문전문가집단(NGHW)이 핵전쟁 대응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비극적인 동시에 불합리하다.

핵전쟁에 최대한 적절히 대응하고 살아남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 고귀하고 당연한 열망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참혹한 상황에서도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그것은 그릇된 희망을 자아내는, 근본적으로 빗나간 열망이다. 합당한 대응책은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방법뿐이다. 그의 제안은 거기에 투입해야 할 노력과 자원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

댈라스 교수는 인간사회 전체가 핵전쟁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하지만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 세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는 그의 주장은 정확하다. 그런 비상사태가 초래하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공격받은 도시의 의사와 간호사 90% 이상이 죽거나 다쳐 지역의 보건의료 대응능력을 대부분 잃는다.

· 보건의료 종사자와 시설이 살아남더라도 방사선·열화상·자상, 폭발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능력을 거의 또는 전혀 갖출 수 없다.

· 광범위한 지역이 수십 년 동안 거주할 수 없는 땅으로 변해 인간·경제·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기본 인프라의 파괴를 감안할 때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부상자와 원폭 피해 생존자의 효과적인 대피는 불가능하다.

· 오보, 부적절하고 혼란스런 지시, 정보 발표의 지연으로 국민이 당장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혼돈·자경활동·폭력이 만연한다.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핵전쟁이 일어나면 인류 문명에 전례 없는 재앙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쟁에 핵무기를 동원하는 결정이 추구하는 어떤 정치적 또는 군사적 목표를 훨씬 능가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하나의 도시에서 핵사고나 테러 공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소형핵 폭발에 대비하는 건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핵사고일 뿐 핵전쟁은 또 다른 얘기다.

국가간 핵전쟁이 일어나면 현실적으로 10kt 이하의 소형 핵폭탄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50~500kt 범위의 핵폭탄이 여러 개 발사되는 시나리오가 훨씬 더 현실에 가깝다. 그 결과는 대비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된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 의사회’와 미국 제휴단체인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의사회’가 2013년 보고서를 발표했다. 히로시마급 폭탄 100개(전 세계 핵무기의 0.5% 미만)만 동원되는 제한적 핵전쟁이라도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내용이었다. 폭발로 인한 불길, 방사선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한 주 만에 2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 교란, 그리고 그로 인한 지구 식량생산 감소로 20억 명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NGHW에는 미국 전체 국방예산(연간 약 5900억 달러)에 상당하는 돈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러고도 그처럼 제한적인 핵전쟁의 영향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다. 도시 설계, 인체건강 자원, 식량생산을 포함해 우리 문명의 패턴 전체를 핵전쟁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갖도록 바꿔야 한다. 이는 1970년대 이후의 연구들에서 거듭 확실하게 규명됐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가 1986년에 실시한 ‘핵전쟁의 의학적 영향’이 대표적이다.

여러 도시에 전 세계 핵무기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사용하는 핵전쟁이 발발하면 우리가 알던 문명은 생존할 수 없다. 물론 핵사고에 대비해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하는 건 일리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핵전쟁에 관한 한 책임감 있는 대응조치는 전쟁의 방지뿐이다.

그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불법화해 각국의 무기고에서 영구히 제거해야 한다.

- JAMES E. DOYLE, IRA HELFAND



[필자 제임스 E 도일은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핵안전 전문가를 지낸 독립 컨설턴트다. 아이라 헬팬드는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는 의사회’의 전 대표이자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 의사회’의 공동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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