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박성민 기자의 ‘이 차 어때?’ | 가성비 좋은 고성능차] ‘서민들을 위한 포르쉐’ 골프

[박성민 기자의 ‘이 차 어때?’ | 가성비 좋은 고성능차] ‘서민들을 위한 포르쉐’ 골프

폴크스바겐 골프.


“드라이빙에 관심이 많은 40대 초반의 싱글남이다. 실용성이나 디자인은 조금 떨어져도 성능이 좋은 차를 찾고 있다. 답답할 때 시원하게 달려줄 차였으면 좋겠다. 물론 너무 비싸지 않은 수준에서.”
달리기에 관심이 많은 운전자라면 꼭 경험해봐야 할 것이 폴크스바겐·아우디의 2.0 TDI 엔진이다. 칼칼한 가속력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디젤차의 매력을 알린 엔진이다. 폴크스바겐의 골프·파사트·티구안 등에 장착됐다. 아우디 A3·A4·Q3를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오랜 시간 검증을 거쳤다. 최근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약간 체면을 구겼지만,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잘 만든 엔진 하나가 아우디·폴크스바겐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 디젤 열풍의 선봉장
닛산 맥시마.
추천하는 차는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다. 2000년대 초반 골프가 국내에 처음 선을 보였을 때는 불안한 시선이 많았다. 대형 가솔린 모델이 인기를 끌던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을 앞세운 해치백의 선전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디젤엔진 특유의 강력한 토크가 내뿜는 가속성능에 많은 사람이 매료됐다. 서스팬션은 단단했고 핸들링은 견고했다. 국산차와 차별화되는 주행감이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다. 조금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온몸에 전달되는 자극적인 진동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되려 “이런 요소가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는 사람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디젤차는 수입차 시장의 주류가 됐다. 선봉에 골프가 있었다. 골프와 같은 엔진을 단 차종도 크게 늘었다.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같은 경쟁자가 등장했음에도 골프는 여전히 잘나간다. 지난해 2.0 TDI 모델은 6212대가 팔렸다. 해가 갈수록 판매량이 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 차의 가격은 3000만원대다. 2.0 TDI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가격이다. 골프의 애칭은 ‘서민들을 위한 포르쉐’다. 짜릿한 주행을 위해 조금 더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면 고성능 모델인 골프 R(5190만원)이나 골프 GTD(4330만원)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골프 TDI의 칼칼한 가속성능이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일본 닛산의 스포츠세단 맥시마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이 주는 묵직하면서도 힘있는 주행감을 맛볼 수 있다. 최대토크는 골프와 비슷하지만, 최대출력이 골프의 2배 수준이다. 303마력의 파워가 고속에서의 안정성을 더한다. 6초대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수준급이다. 핸들링의 견고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4900mm의 다소 긴 차체를 제법 잘 제어한다. 승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차 브랜드 특유의 장인정신 덕에 부드럽고 정숙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4000만원대에 수퍼카급 주행감
쉐보레 트랙스.
이 차의 최고 매력은 4370만원으로 책정된 가격이다. 4000만원대 가격에 이 정도로 달려주는 차는 드물다.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세단 메르세데스-벤츠 E300보다 최대출력과 최대토크가 높다. 그런데 가격은 3분의2 수준이다. 국산차와 비교해도 가성비에서 밀리지 않는다. 수억원대 가격의 수퍼카 성능에는 당연히 못 미치지만, 살짝 맛은 볼 수 있다. 거기에 덤으로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닛산코리아는 지난해 맥시마를 출시하면서 ‘플래티넘’ 한 가지 모델만 국내에 들여왔다. 고급차에서 볼 수 있는 웬만한 옵션은 모두 장착했다. 전후방 카메라는 기본이고 주차를 돕는 어라운드 뷰 기능을 갖췄다. 쿨&히트 시트도 기본이다.

맥시마는 국내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를 갖춘 차다. ‘일본·대형·가솔린·세단’이다. 그럼에도 닛산이 굳이 이 차를 한국에 가져온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다. 닛산은 선택과 집중에 능하다. 모든 라인업을 갖추기보다는 국내에서 팔릴 만한 차만 골라 들여온다. 월 30대 판매란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국내 시장에 도전했다. 출시 후 3개월 동안 정확히 100대를 팔며 목표에 턱걸이했다. 2016년이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 같다.

가격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쉐보레 트랙스 1.6 디젤은 어떨까? 2000만원 초반에 살 수 있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고성능차는 아니지만, 가격 대비로 보면 제법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저평가된 차 중 하나로 트랙스를 꼽는다. 2013년 첫 선을 보였지만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여러모로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디젤이 주류인 SUV차에 가솔린 엔진을 단 모델만 출시한 게 화근이었다. 터보 엔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였다. 배기량 이상의 성능을 발휘함에도 ‘1400cc급 가솔린차가 2000만원이 넘는다’며 외면을 당했다.

때마침 르노삼성은 소형 디젤 SUV QM3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QM3와 비교 후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불행히도 곧 나온다던 QM3는 한참이 지나서야 등장했고, 그 사이 트랙스는 점점 잊혀진 차가 됐다. 쉐보레는 트랙스의 디젤모델을 들여올 준비를 했는데 좀처럼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쌍용 티볼리, 현대 신형 투싼, 기아 스포티지 등 경쟁자는 점점 더 강해졌다.

지난해 말 트랙스 디젤 모델이 드디어 나왔다. 1598cc 엔진을 장착했다. 외형은 가솔린 모델과 비슷하지만 최대토크가 훨씬 더 높다.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비교해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최대출력에서 조금 밀릴 뿐, 최대토크는 오히려 트랙스가 더 좋다. 1600cc급 엔진으로 2000cc급 자동차와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쉐보레 브랜드만의 독특한 주행감이 매력적이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팬션과 부드러운 변속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국내 운전자 중에는 쉐보레의 단단한 몸체와 GEN2 변속기의 감각을 좋아하는 매니어가 꽤 있다. 2016년형 트랙스는 GEN3 변속기로 업그레이드해 민첩성을 높였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크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자산, 한미일 분리과세 부동산 ETF 시리즈 600억 돌파

2이수형·김종화 한은 금통위원 취임…“엄중한 대내외 상황 무거운 책임감”

3삼성SDS 1분기 영업이익 2259억원…전년比 16.2%↑

4네오위즈 인기 모바일게임 ‘고양이와 스프’, 중국 정식 출시

5‘세계 3대 시장’ 인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

6 메모리 ‘봄’…SK하이닉스 1Q 매출 12조4296억, 영업이익 2조8860억

7넷마블의 비밀병기 ‘아스달 연대기’…IP 저력 보여줄까

8GS25, 오양주로 빚은 한정판 막걸리 업계 최초 출시

9편의점서 금테크… CU, 1g 카드형 골드 이틀 만에 완판

실시간 뉴스

1삼성자산, 한미일 분리과세 부동산 ETF 시리즈 600억 돌파

2이수형·김종화 한은 금통위원 취임…“엄중한 대내외 상황 무거운 책임감”

3삼성SDS 1분기 영업이익 2259억원…전년比 16.2%↑

4네오위즈 인기 모바일게임 ‘고양이와 스프’, 중국 정식 출시

5‘세계 3대 시장’ 인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큰 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