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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진미 생산지로 주목받는 중국] 캐비어·송로버섯도 ‘메이드 인 차이나’

[세계 3대 진미 생산지로 주목받는 중국] 캐비어·송로버섯도 ‘메이드 인 차이나’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
중국 윈난성 어느 산비탈의 소나무 숲에서 마오신핑이 갈퀴로 덤불을 긁는다. 그는 몇 분도 안 돼 골프공 크기의 검은 송로버섯(black truffle) 한 움큼을 채취했다. 그러고는 족두리풀과 대마초 덤불을 지나 숲 속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또 갈퀴질을 했다. “버섯 1㎏에 1000위안(약 18만원)을 받는다”고 마오가 말했다. “내 수입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이 버섯을 안 먹는다. 과거엔 주로 돼지에게 먹였다.” 윈난성 농부들은 20년 전부터 송로버섯을 채취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연간 200t의 검은덩이버섯(tuber indicum, 중국산 검은 송로버섯)이 생산되는데 대부분 송로버섯의 인기가 높은 해외로 수출된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 버섯을 즐기는 부유층 미식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고급 식재료 생산업자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상하이 페닌슐라 호텔의 총주방장 테렌스 크랜들이 동행했다. 크랜들은 중국에서 재배 가능한 고급 농산물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중국의 부유층 소비자 대다수가 전통 중국식이 아닌 음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크랜들 같은 요리사들이 그런 음식을 고급 메뉴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늘어난다. 중국의 기업과 기업가들 또한 고급 식품(수입품이든 국내산이든) 수요 증가의 덕을 보고 있다.
 유럽산 송로버섯과 생김새 비슷하지만 저렴
최근 중국은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과 캐비어의 생산지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크랜들은 마오가 윈난성 숲에서 채취한 송로버섯이 프랑스에서 최고로 치는 페리고르산 흑 송로버섯(tuber melanosporum)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윈난성의 송로버섯이 모두 국유지에서 나기 때문에 따는 사람이 임자”라고 크랜들은 말했다. “그러다 보니 다 자라기도 전에 채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산 송로버섯이 세계 수준의 품질은 아니지만 유럽의 일부 중개인들은 그것을 최고 품질의 현지 버섯과 섞어서 판다. 중국산 송로버섯이 유럽산보다 훨씬 더 저렴하지만 생김새로는 구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크랜들은 윈난성에서는 송로버섯 말고도 맛있는 버섯이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남부에 위치한 이 지역에서는 약 30종의 식용 버섯이 자란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최상급 곰보버섯(morel)과 그물버섯(boletus), 송이버섯(matsutake) 등이 생산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버섯 생산국이며, 폴란드와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3위의 수출국이다. 윈난성만 해도 올해 버섯 수출량이 15억 달러어치를 웃돌 전망이다.

중국산 송로버섯은 외국산 최상품과 경쟁에서 뒤질 수 있지만 세계 선두를 달리는 품목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캐비어다. 미식가들은 오랫동안 몇몇 종의 철갑상어 무정란을 최고로 쳤다. 유감스럽게도 캐비어를 얻기 위해선 철갑상어를 죽여야만 한다. 캐비어는 보통 완전히 자란 철갑상어 체중의 10~12%를 차지한다. 한때는 세계 캐비어 생산량의 90% 이상이 카스피해산이었다. 하지만 철갑상어 남획과 바다 오염, 정치 불안으로 캐비어 생산의 규제가 필요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2008년 이후 자연산 캐비어 생산은 엄격한 쿼터제를 거쳐 전면 금지됐다. 그 후 사우디부터 불가리아까지 50여 개국에서 철갑상어의 다양한 양식 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비어의 골수 애호가들은 여전히 카스피해에서 잡히는 러시아와 이란의 자연산 철갑상어 캐비어 맛을 그리워한다.

1980년대 중반 세계의 연간 자연산 캐비어 생산량은 약 1000t이었다. 이와 달리 양식 캐비어 생산량은 그동안 꾸준히 늘었지만 현재 연간 약 200t에 불과하다. 중국 캐비어 생산의 중심지는 상하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400㎞ 거리에 있는 천도호다.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이 거대한 인공호수는 50년 전 수력발전용으로 건설됐다. 주변에 공업 시설이 없고 호안선의 약 90%가 자연림이다. 건강한 철갑상어 양식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천도호에서 양식되는 철갑상어로 캐비어를 생산하는 업체 칼루가 퀸은 2006년 처음 제품을 출시했다. 현재 천도호에서는 5종의 철갑상어를 우리양식한다. 여름철엔 이 우리들을 더 깊은 물 속으로 끌어내린다.

카스피해의 밀어와 오염으로 인해 러시아와 이란 등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은 양식업에서 한참 뒤처졌다. 이들 국가는 자연산 철갑상어의 포획 금지가 곧 풀릴 거라고 착각해 양식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시간을 낭비했다. 몇몇 종류의 철갑상어는 성체가 되기까지 적어도 8~10년이 걸린다. 그중 가장 희귀하고 값비싼 벨루가 종은 12~18년이 돼야 캐비어를 채취할 수 있다.

최근 이 호수를 방문했을 때 난 한 선착장에서 쾌속정을 타고 고요한 수면 위를 몇 ㎞ 달려 철갑상어 양식장에 도착했다. 일정 구역의 호수 표면을 둘러싸고 떠 있는 좁다란 보도들이 그곳이 양식장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표시였다. 거대한 강철 우리 안에 대형 철갑상어 수백 마리(대다수 길이가 180m를 웃돈다)가 들어 있었다.

그곳에서 자라는 철갑상어 5만 마리는 다 크면 물이 가득 찬 트럭에 실려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취저우시의 가공 공장으로 보내진다. 그 공장에서는 근로자 약 50명이 오염 제거 작업을 한다(방문객도 철갑상어에 가까이 가려면 철저한 오염 제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철갑상어를 죽여 뱃속에서 날 캐비어를 꺼낸 뒤 소량의 소금을 섞어 1.8㎏들이 밀폐 용기 안에 담는 과정이 15분 이내에 끝난다.
 캐비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 2위
그런데 과연 맛은 어떨까? 난 이란과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의 최상품 양식 캐비어를 맛봤다. 하지만 그중 어떤 것도 칼루가 퀸의 슈렝키(아무르와 칼루가 종의 잡종) 캐비어 만큼 진한 맛이 나진 않았다. 이 캐비어에 푹 빠진 건 나뿐이 아니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알랭 뒤카스는 모나코에 있는 동명의 레스토랑(미슐랭 별 3개)에서 이미 이 캐비어를 내놓고 있다.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요리사 조엘 로부숑과 에릭 리퍼트도 마찬가지다. 루프트한자 항공사도 1등석 기내식에 이 캐비어를 사용한다.

2014년 칼루가 퀸은 45t의 캐비어를 생산해 세계 최대의 양식 캐비어 업체로 떠올랐다. 이 업체는 연간 최대 생산량을 60t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육질이 탄탄하고 훈연에 적합한 철갑상어 고기도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칼루가 퀸은 4종류의 캐비어를 생산한다. 1㎏에 1500달러짜리부터 그보다 2배 이상 비싼 최상급의 벨루가까지. 현재 양식 중인 벨루가 종의 철갑상어가 캐비어 생산에 적합한 크기까지 자라려면 몇 년이 더 걸린다. “처음엔 사람들이 중국에서 캐비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고 칼루가 퀸의 부지배인 한레이가 말했다. “지난해 우리는 러시아에 캐비어 2t을 수출했다. 또 25종의 캐비어가 출품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우리 제품이 1, 2위를 차지했다.”

- 브루스 폴링 뉴스위크 기자 /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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