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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잡을 필요가 없는 미래

운전대 잡을 필요가 없는 미래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교외 지역에 사는 청소년은 운전면허를 따는 게 지상 목표였다. 등하교 때나 운동 연습을 하러 가거나 친구 집에 갈 때 늘 부모가 모는 차를 타다가 새로 발급된 면허증을 들고 처음 혼자 차를 끌고 거리로 나가면 어른이 다 된 듯한 느낌이다. 드디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 황홀감에 시속 120㎞로 질주하며 자유와 스릴을 만끽한다.

미국에선 오랫동안 자동차 문화가 생활 전반에 배어 들었다. 수십 년 동안 연간 주행거리가 계속 늘었다. 그러다가 2004년이 되면서 갑자기 증가세가 멈추더니 최근엔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젊은이의 생각마저 바뀌고 있다. 고교 졸업반 중 운전면허증을 가진 학생이 1996년 85%에서 2010년 73%로 뚝 떨어졌다. 미국 공익연구그룹의 2014 보고서는 “젊은 미국인은 기성 세대 미국인보다 운전을 적게 하며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고 언제든 다양한 이동 수단을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런 추세의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하긴 쉽지 않다.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지만 경제가 되살아나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계속 줄어든다. 여러 조사 결과는 그 이유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면 최근 들어 유가가 폭락하곤 있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휘발유가 저렴해 펑펑 쓰던 시절의 기억이 없고,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나 리프트처럼 첨단기술 서비스를 환영한다. 또 대학이 캠퍼스에 차량 수를 크게 줄이는 정책을 취했고, 기성 세대보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동네와 대안 이동 수단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이제 자동차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혁신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을 다시 차도로 돌아오게 하고, 환경 의식이 강하고 기술을 좋아하는 미래 운전자에게 매력적인 혁신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그들은 전통적 의미의 운전자가 아니다. 교통 전문가들은 향후 25년 안에 미국인이 기존의 자동차 대신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로 갈아탈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주류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2012년 구글은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방향과 차선을 바꾸고 주차할 수 있는 모델S의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사커맘’이 사라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 캠퍼스에서 시험 운행하는 구글의 새로운 자율주행 자동차.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빠르면 내년부터 시판될 수 있다. 지난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한 섹션 전체를 ‘지능형 차량(Vehicle Intelligence)’에 할애했다. 자동차회사들은 주차와 충돌 방지, 비상 제동 기능 등이 포함된 ‘자동 운전’의 미래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사람이 운전대를 완전히 놓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앞으로 100년 안에 젊은 층은 사람이 운전하던 모습을 기억도 못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대량 생산되면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 그렇다. 수많은 대도시가 자동차 황금기에 건설됐거나 재건됐고 생활이 운전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텍사스 교통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은 2014년 통근에 약 70억 시간을 보냈다. 피해는 시간과 돈 낭비만이 아니다. 출근하기 위해 40분 이상 운전하면 10분 운전하는 사람보다 더 불행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일반적으로 걱정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의 기혼자 200만 명 이상을 추적한 조사에 따르면 출근을 위해 45분 이상 운전하는 사람은 그보다 짧은 시간을 운전하는 사람보다 이혼할 확률이 40%나 높았다. 미국의 자가운전 통근자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뉴욕대학의 연구에선 운전 시간과 고혈압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성인 4297명을 대상으로 한 텍사스주의 한 연구에서도 통근거리와 비만·혈압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스웨덴인 2만1088명을 조사한 또 다른 연구는 운전 시간이 길수록 수면의 질이 낮고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재확인했다.

통근자에겐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HIS의 자동차기술 분석가 에길 줄리우센은 “운전자 없는 차가 교통의 흐름을 윤활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신호등과 조율할 수 있어 자주 멈추지 않아도 된다.” 노스웨스턴대학 가정연구소의 심리학 교수 제이 르보는 교통체증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크게 줄고 대다수 통근자가 느끼는 답답함과 분노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

CES 2016에서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F 015 자율주행 콘셉카.
물론 모두가 자동차로 출퇴근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증가하면 지하철이나 경전차, 버스 노선이 새로운 운송 산업으로 대체되거나 보완될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우버, 리프트 같은 주문형 승차 공유 서비스가 한층 더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운전자가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뉴욕시처럼 대중교통이 확고히 자리 잡은 도시에선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지하철이나 버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비웃음이 터져 나오는 로스앤젤레스(LA) 같은 도시에선 대중교통이 사라지고 대신 운전자 없는 대중교통 수단과 밴이 등장할 것이다. 줄리우센 분석가는 교통망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시당국은 그런 전환을 통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전차나 버스 노선을 지원하는 고정된 정류장이 필요 없고 어디서든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면 된다.

자율주행차의 공유도 자가용을 서서히 대체할 전망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감응화도시연구소(Senseable City Lab)의 카를로 래티 소장은 “자동차는 전체 시간의 95%를 주차된 상태로 있다”며 “따라서 공유경제의 이상적인 후보”라고 말했다. “추정에 따르면 공유 차량 1대가 거리를 달리는 자가용 10∼30대를 대체할 수 있다.” 미래엔 개인이나 가족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차량을 공유하며 일정 시간 사용할 권리를 소유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자동차회사들도 이런 미래에 기대를 건다. 리프트는 지난 1월 초 제너럴모터스(GM)가 자사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대니얼 암만 GM 사장은 “운송 산업에서 지난 50년보다 향후 5년 동안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사커맘(soccer mom)’도 사라질지 모른다. 부모가 자녀를 학교와 발레 교습, 축구 연습에 자가용으로 데려가고 데려올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은 미국의 한 가정이 평균 2.5대의 차량을 소유하지만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1대가 자녀를 등교시킨 뒤 돌아와 다시 부모를 출근시킬 수 있다.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어져 이동성도 개선될 것이다. 고령자나 운전할 수 없는 사람에겐 아주 요긴한 이동 수단이다.

여전히 운전대를 잡으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클래식 자동차를 개조해 동네에서 요란스럽게 타고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차고나 진입로도 사라질지 모른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가 특정 지역 또는 모든 곳에서 금지되리라고 기대하는 전문가도 있다. 자동차광은 자율주행차로 무스탕을 견인해 폐쇄된 특별 주행 구역에서 스릴을 맛볼 것이다.

한편 텍사스대학 교통연구소의 챈드라 바트 소장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대중교통이 훨씬 효율적으로 변한다. 수요가 적은 노선을 폐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노선을 이용하던 사람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다.

닛산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험 운행 도중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다.
바트 소장은 캘리포니아처럼 대규모 고속철 프로젝트를 검토 중인 지역사회가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속철 건설 목적이 뭔가? 운전하지 않고 이동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으면 그런 목적이 저절로 달성된다.” 언제 이동할지, 도중에 무엇을 할지 완전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밤새 이동하면서 계속 잠을 청할 수 있다. 아니면 이동하는 내내 일할 수도 있다. 도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 차 안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미래의 자동차는 전통적인 좌석을 소파나 침대로 바꿀지 모른다. 작은 주방이나 오락실도 갖출 수 있다. 편의시설이 완벽한 이동 거실이 된다는 뜻이다.

미래의 고속도로는 앞뒤 약 1m 거리를 두고 시속 100∼120㎞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로 빽빽이 들어찰 전망이다. 승객은 느긋하게 두 발을 뻗고 앉거나 누워 무엇이든 내키는 일을 할 수 있다. 도로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한꺼번에 도로를 달리는 차량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차량 간의 통신으로 모든 자동차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미국은 GPS용으로 위성 24개를 운용한다. 소프트웨어 제조사는 그 위성과 러시아의 GPS 위성(GLONASS) 24개를 동시에 사용한다. 지금은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디지털 지도로 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에 늘어나면 누군가 새로운 위성을 띄워야 한다. 줄리우센 분석가에 따르면 저지구궤도의 위성이 2020년대 초나 중반께 12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전력망 외에도 새로운 자동차 제어망도 생긴다. 지구의 모든 차량을 관리하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모든 차량이 그런 네트워크와 대화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끼리도 서로 대화할 수 있다.
 주차 공간을 친환경 용도로 개조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GPS를 이용한 차량 간의 통신으로 효율적이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도시로 많이 몰려든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도시 주민은 1960년 세계 인구의 34%에서 2014년 54%로 늘었다. 그러나 통근이 그토록 쉬워지는데도 구태여 도시에서 살려는 사람이 많을까? 자율주행차 혁명이 ‘교외로의 탈출’을 제2차 세계대전 직후보다 더 대규모로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으로 주문형 승차 공유 자율주행차가 대량 도입되면 금요일 밤의 도심 교통 체증이나 주차 공간, 현재 우버가 부과하는 피크타임 할증요금,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럴 경우 반드시 교통이 좋은 곳으로 이사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사는 곳에서 그대로 살면 된다. 어디서 사느냐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어디서 일하는지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앞으로도 거의 모두 시내로 일하러 가고, 사무실 건물 앞은 방과 후의 유치원 앞처럼 자율주행 자동차가 늘어서서 근로자들을 집으로 데려가려고 기다릴지 모른다. 그러나 사무실 개념이 바뀌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재택근무 시대가 도래하면서 프리랜서가 증가하는 추세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근로자의 37%가 재택근무를 했다(1995년엔 9%였다). 프리랜서의 계약 근로가 ‘뉴노멀’이고 사무실 위치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아예 사무실이 없어질지 모른다. 바트 소장은 “어디서든 통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가정과 직장의 개념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인구가 빠져나가 교외 지역이 팽창하면 환경이 피해를 입는다. LA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승차 공유로 차량 대수가 줄어들고 전부 전기차라면(자율주행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구글과 테슬라는 전기차만 생산한다) 환경 피해가 훨씬 적을 것이다.

사람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도시는 더 살기 좋아진다. 예를 들어 현재의 주차 공간을 친환경 용도로 전환할 수 있다. 래티 소장은 “공간 개조에서 우리의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에 더 많은 녹색 공간이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마국에선 매년 3만5000명 이상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사진은 유타주 솔트레이그시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그러나 옥내 주차장을 개조하기는 좀 더 어렵다. 축구를 하거나 벼룩시장을 여는 것 같이 야외에서 사람들이 하기 좋아하는 일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바뀔 수 있다. 래티 소장은 “싱가포르에선 개조할 경우에 대비해 주차 건물을 아주 넓게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바닥을 수평으로 만들고 층간 높이도 늘린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디자인스쿨의 도시계획 전문가 에릭 게라 교수에 따르면 향후 몇 십 년 동안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래를 예상하는 도시계획가와 토목공학자들은 도로를 ‘다이어트’할 생각이다. 교외 지역에선 고속도로를 넓히지 않고 새 도로도 건설하지 않으며, 도시에선 차선 일부를 자전거 전용으로 바꾸고 보도를 넓히는 등 보행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뜻이다.

래티 소장은 눈에 잘 띄진 않지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도시와 디지털 세계의 융합이라고 말했다. 차량과 도시가 서로 대화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추적할 것이다. 뉴욕대학 도시과학발전센터(CUSP)는 뉴욕시와 손잡고 매일 대규모의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한다. 교통카드 사용, 보안카메라 녹화 장면, 교통량에 관한 정보, 에너지 사용 등의 데이터다. 이런 정보는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CUSP는 뉴욕시 당국이 지하철의 초만원 현상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소한 1개 노선의 운행을 늘렸으며 통근자가 그런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앱도 개발했다.

도로의 차량이 그런 데이터를 공유하는 도시의 단일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효율성은 더 높아진다. 차량은 체증을 일으키는 구간을 미리 확인해 우회할 수 있고 거리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발견해 신고할 수도 있다. 모든 차량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확인되면 ‘빅데이터’가 만들어져 혜택이 더 커진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우리가 흔히 겪는 일이 있다. 줄지어 가던 차량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져 기어가기 시작하면 운전자는 무슨 영문이지 궁금해한다. 그러다가 곧 앞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보인다. 음주 운전자가 나무를 들이받았거나, 교차로에서 앞차 꽁무니를 따라가다가 연쇄충돌이 발생했거나, 졸음운전으로 역주행한 경우다. 미국에선 매년 3만50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운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우리 모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교통사고의 주된 이유는 사람의 잘못이다. 미국 교통부가 2008년 7월 의회에 제출한 교통사고 원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년 동안 6950건의 사고를 조사한 결과 인적 오류가 93%였다. 운전 외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렸거나, 과속했거나, 자신이나 다른 운전자의 능력을 오판했거나, 실수를 만회하려고 과도하게 행동했거나, 겁에 질렸거나, 졸음운전을 한 결과였다. 거기서 인적 요인을 제외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 지난해 컨설팅업체 매킨지 앤 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90% 정도 감소해 19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고속도로 순찰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자율주행차는 과속하지 않으며, 운전자가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도 없다. 고속도로 이용자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가 필요 없다. 택배회사는 많은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화물은 기계로 싣고 운전자 없이 중앙 집배소로 운송된다. 화물이 동네 창고에 도착하면 차를 보내 가져오면 된다. 사람이 개입할 필요가 거의 없다. 그럴 경우 약 35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의 트럭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으면 인명 사고도 적다
시험 운행 중인 기아 자동차의 소울 EV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 혁명이 일자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한편으론 공공·민간 부문 둘 다에서 대규모 감원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뉴욕시 교통국은 6만5000명 이상을 고용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의 버스 운전기사는 약 66만5000명이었다. 미래엔 대중교통 사용이 증가하든 감소하든 운전기사 없이 운행될 게 확실하다. 또 2014년 미국의 택시 운전기사는 23만 명 이상이었다. 자율주행차 혁명이 일어나면 그들 모두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반면 다른 부문은 성장이 예상된다. 줄리우센 분석가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3년마다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 건수가 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혜택을 본다.

사실 이 모든 현상이 새로운 건 아니다. 미국에서 자동차 대량생산이 시작된 직후인 1918년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렇게 지적했다. “미래의 차는 ‘운전석’ 같은 것이 없을 것이다. … 운전은 무릎에 놓을 수 있는 소형 제어판에서 이뤄질 것이다. 운전대가 아니라 작은 레버가 차를 몰 것이다.” 앞으로 등장할 자율주행차를 그대로 묘사한 듯하다.

당시 사람들도 지금처럼 미래의 자동차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라 교수는 “과거 도시계획가들은 자동차를 인구밀집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면에선 그 예측이 정확했다. 요즘 도시는 인구가 많지만 도시 내부가 붐비진 않는다. 말을 기반으로 한 마차 등의 운송 수단에 따르는 분변 문제로 공중보건이 위협 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사람의 혼잡이라는 문제가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산성비로 바뀌었다. 석유 채굴권을 두고 싸우며 국가 경제가 유가에 달려 있다. 자율주행차도 기존 자동차의 등장처럼 많은 혜택과 폐해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닥칠 모든 일을 예상할 순 없다. 그러나 두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첫째, 자율주행차는 우리 삶의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둘째, 앞으로 100년 후엔 LA라는 단어를 들을 때 자동적으로 ‘자동차 지옥’을 떠올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 ERIN BIBA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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