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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의 일자리 경쟁 시작됐다

로봇과의 일자리 경쟁 시작됐다

밀레니엄 청년 세대는 일자리를 두고 로봇과 경쟁을 벌이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 반대 시위를 벌이는 젊은이들(왼쪽). 지난해 6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청(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 로봇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카이스트(KAIST) 팀의 휴보 로봇.
R2-D2(‘스타워즈’), 베이맥스(‘빅 히어로’), 월-E(동명의 영화) 등 영화를 통해서만 로봇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귀엽고 무해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되면 그런 감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성싶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력은 더 불필요해진다. 그리고 밀레니엄 청년 세대가 일자리를 두고 로봇과 경쟁을 벌이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앞두고 IT 서비스업체 인포시스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청년층 중 컴퓨터 프로그램, 로봇 또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10년 이내에 자신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0%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18~35세 그룹이 아직은 미래의 로봇 경쟁자를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는 듯하다고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 직업·경력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대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10여 종의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은퇴할 가능성이 큰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직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 관련 업무기술을 쌓으며 불확실한 미래에서 취업 선택지를 활짝 열어두는 전략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청년 세대는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대체로 좀 더 큰 탄력성을 갖는다”고 애런 맥대니얼은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기업 컨설턴트이자 ‘젊은 전문직종사자의 직업세계 가이드(The Young Professional’s Guide to the Working World)’의 저자다. “밀레니엄 세대는 더 젊고 첨단기술에 더 익숙하지만 아직도 꿈의 직업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이들은 일부 직종의 자동화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WEF는 정치인, 재계 지도자, 언론인, 유명인사들이 모여 국제 경제·사회 현안을 논하는 자리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방법이 올해 회의의 중심 테마다. WEF 주최자들은 증기기관·전기·전자 기술의 도입에 이은 이번 제4차 산업혁명은 갖가지 신기술을 낳아 우리의 일과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클라우스 슈밥 WEF 창설자 겸 회장은 다보스 회의 개막과 동시에 그 문제를 다룬 책을 출간했으며 회의 개막 전날 발표된 한 보고서는 2020년까지 약 500만 명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의 요지는 이렇다.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 2020년에는 “첨단 로봇공학, 자율주행 교통수단, 인공지능, 기계학습(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첨단소재, 바이오공학, 유전체학이 부상한다.” 이 같은 트렌드를 비롯한 기타 기술혁신의 영향으로 15개 주요 선진국·신흥국 경제에서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사라지는 일자리도 700만 개에 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보다 첨단기기가 더 신속하고 효율적임을 기업 경영자들이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일자리 감소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건강의료·에너지·금융서비스가 가장 타격을 받게 된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신기술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에 관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얻는 것이 디지털 배당이냐 디지털 격차냐”의 문제다. 기술발전이 선진국에 더 많은 혜택을 줘 국가간 격차를 더 키울 뿐 아니라 부국 내에서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는 우려다.

1월 19일 다보스에서 발표된 스위스 글로벌 금융기업 UBS 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극단적인 수준의 자동화와 네트워크 연결은 경제발전과 소득분배 과정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불평등 확대가 선진국·개도국·신흥국 사이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 내에도 있다. 빈자와 부자 간뿐 아니라 신구 세대 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룬 저서에서 사회와 경제 전체가 바뀔 뿐 아니라 사람의 교류방식도 바뀌게 된다고 추정한다. “3D 프린팅과 슈퍼 스마트 로봇으로 인해 인간성과 소통이 근본적으로 변해 그것이 인간관계가 된다.”

이 같은 신기술로의 이전(technological takeover) 추세는 2020년까지 전체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밀레니엄 세대에게 특히 큰 충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인포시스 설문조사의 청년 응답자 중 3분의 1은 미래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하는 변화의 3대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꼽았다. 그리고 4분의 1은 ‘첨단 로봇공학과 자율주행 교통수단’이라고 답했다.

맥대니얼 컨설턴트는 구체적으로 로봇에 두려움을 느끼는 청년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밀레니엄 세대가 현대화로 어려움을 겪는 최초의 세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제도기사였던 그의 부친은 컴퓨터 설계(CAD)를 거부하다가 결국 그 때문에 그 분야를 떠나야 했다. 엘리베이터와 전화 오퍼레이터를 포함한 다른 직종도 기술혁신으로 설자리를 잃게 됐다.

이 같은 운명을 피하고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밀레니엄 세대는 직무 기술 프로그램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약 1만6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소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청년층이 업종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의 습득에 도움을 준다고 직업경력 컨설팅 사이트 WORKS의 밀레니엄 세대 전문가 질 재신토 부소장은 말했다. “어떤 직업을 갖든 적용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현재 갖고 있는 직업이 앞으로 10년 뒤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클렘슨대학 경력·직업개발 센터의 닐 버튼 소장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그는 신기술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반론을 제기한 학생은 없었지만 신입생들에게 한 가지 문제를 상기시켜준다고 한다. 그들이 졸업할 때 가장 뜨는 인기 직종 중 일부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로봇에 관해 “아직은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만큼 멀게 느낀다”고 버튼 소장은 말했다.

몇몇 분야는 다른 업종보다 더 즉각적인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런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2014년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은 역사영어·회계·교육·생물학·경영·간호학 등이었다. USA 투데이 신문에 따르면 대다수가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학과들이다. 반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가장 큰 직종으로는 회계사, 소매유통 판매원, 기계공이 꼽혔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모든 청년 세대가 인식해야 한다고 뉴욕시의 미래학자 그레이 스콧은 말한다. 패스트푸드와 고객 서비스 분야를 시작으로 곧 모든 산업이 자동화된다고 그는 말했다. “2035년에 가서는 인간의 두뇌가 인공지능 기기를 따라잡을 이유도 그리고 방법도 없다.”

그는 그런 앞날에 대비해 로봇 노동력의 프로그램·제작·유지관리 법을 배우라고 청소년 세대를 포함한 밀레니엄 세대에게 제안했다. 모든 고등학교에 인간형 로봇을 배치해 학생들이 학습하고 실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스콧은 말했다. C-3PO(영화 ‘스타워즈’의 로봇 캐릭터) 따라잡기만 해도 그 자체로 경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로봇 관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미래 세대의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스콧은 말한다.

- 줄리아 글럼, 데이비드 길버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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