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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K7 디젤] 중형 세단의 부활 이끈다

[기아차 K7 디젤] 중형 세단의 부활 이끈다

기아차의 신형 K7이 7년 만에 새 단장을 마쳤다. 그간 소형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았던 중형 세단의 부활을 이끌기 위해서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최고디자인책임자(사장)의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독일산 세단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뒷바퀴 굴림에서 벗어나 앞바퀴 굴림 세단을 내놨다. 차의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다.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에서 느끼기 힘든 중형 세단의 품격이 돋보인다. 운전자를 위한 디테일을 챙겼고, 곳곳의 장치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존재감 뽐내는 디자인
‘기존에 없던 디자인’. K7의 외형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이렇다. 늘씬하게 빠진 몸매, 곡선이 극대화돼 미래 지향적 느낌을 주는 뒤태가 전반적 느낌을 지배한다. 앞쪽으로 오면 입체감이 넘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 램프 테두리를 둘러싼 Z형 LED 라인이 인상적이다. 변신의 폭이 큰 모든 신차가 그렇듯 첫 느낌은 조금 낯설다. 볼수록 세련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차를 살펴본 주변 사람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호불호가 약간 갈리긴 했지만,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그간의 국산 세단과는 차별화 됐다”는 것이다.

넓은 공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편의장치가 돋보이는 차량 내부.
실내는 고급 세단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랐다. 베이지톤의 가죽과 나무질감의 대시보드가 조화를 이룬다. 센터페시아 가운데는 큼직한 아날로그 시계가 중심을 잡는다. 적절하게 위치한 기어박스, 직관적 조작이 가능한 버튼의 배열 등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요소가 고루 섞인 계기판도 이용자가 쉽게 차량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 개인적으로 딱 한 군데 아쉬움이 남는 곳은 핸들이다. 손잡이 좌우에 버튼이 복잡하게 엉켜있고, 기아 로고가 크게 박힌 동그란 형태가 전체 실내 분위기에 녹아 들지 않는 듯한 인상이 남았다.

K7에 대한 기대는 가솔린 세단에 많이 쏠려 있을 수 있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2.2L 엔진을 장착한 디젤(R2.2) 모델이다. 주로 독일차를 중심으로 폭발적 주행을 위해 장착하는 디젤 엔진이 안락함을 강조한 국산 중형 세단에서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 줄지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90점 이상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변속이 부드럽다. 자동 8단 변속기와 촘촘하게 호흡을 맞추며 필요한 만큼 속도를 높이고 그 힘을 유지했다. 최고 202마력, 최대 45kg·m의 넉넉한 성능이 주행의 매력을 뽐냈다. 조금 거칠게 몰아붙여도 경박하게 소리내지 않는다. 묵묵히 주인의 요구에 순응한다.

주행에서 아쉬운 부분은 코너링이다. 전반적으로 핸들과 서스팬션이 조금 가벼운 느낌이다. 시속 110km 이상으로 올라가면 지나치게 예민한 듯한 인상을 준다. 조금씩 방향을 틀거나 곡선 길을 지날 때 흐트러졌던 차의 균형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강점이지만, 부드러움에 치중한 나머지 미세한 균형잡기가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주행은 3+1 모드로 가능하다. 보통의 차량에 장착되는 에코·콤포트(노멀)·스포츠 모드 외에 ‘스마트’ 모드가 추가됐다. 스마트 모드는 차량 스스로가 운전자의 주행을 파악해 에코와 콤포트를 반복하는 주행 방법이다. 보통은 연비에 치중한 에코 형태로 달리다가 운전자가 재미를 추구할 때는 콤포트 형태로 변형되며 답답함을 없애준다. 총 350km를 시승하면서 4가지 모드를 골고루 테스트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연비다. 덩치 큰 몸체를 이끌고도 공인연비(14.3km/L) 이상의 숫자를 뽑아냈다. 시속 100km 전후로 주행을 이어갈 때는 L당 19km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료 게이지(70L 용량) 눈금은 350km 이상을 타는 동안에도 절반 이상을 가리켰다.
 답답함 없애주는 파노라마 선루프
볼륨감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Z형 LED 등 배치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K7의 디테일에 감동하는 순간이 많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스마트키를 가진 상태로 차량에 접근하면 가벼운 소리를 내며 차에 불이 들어오며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한다. 차에 올라타 앉으면 시트가 움직여 넓게 벌어졌던 핸들과의 간격이 줄어든다. 시동을 걸면 과하지 않게 경쾌한 음악이 차의 동작을 알린다. 방향지시등의 소리, 차선 이탈 경보음, 차선 변경시 경고음에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기본 공간 자체가 널찍한데다, 천장 전체를 덮고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 효과로 답답함이 없다. 정말로 고급스러운 차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풍·열선 시트, 핸들 열선, 올 어라운드 뷰 주차보조 등의 매력적인 편의 장치가 차 안에 가득하다.

수입차 브랜드의 공세에 국산 세단은 오랫동안 기를 펴지 못했다. 지난해 대형 세단 현대 제네시스 EQ900을 시작으로 국산 세단 시장에 훈풍이 분다. 현재 개발 중으로 알려진 신형 그랜저 출시까지 기세를 잇기 위해서는 K7의 활약이 중요하다. 다행히 K7은 출시 한 달도 안돼 사전 예약 1만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K7의 가솔린 모델은 3033만~3848만원, 시승한 디젤 모델은 3308만원이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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