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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펫코노미(Pet+Economy)’] 반려동물 팔자가 진짜 상팔자

[진화하는 ‘펫코노미(Pet+Economy)’] 반려동물 팔자가 진짜 상팔자

서울 송파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이 광견병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최근 한층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1. 서울 잠실동에 사는 주부 김유정(33)씨는 얼마 전 인근의 한 ‘반려동물 스튜디오’를 찾았다. 애묘 ‘돌이’의 예쁜 사진을 찍고 싶어서다. “처음엔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됐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겼죠.” 반려동물 스튜디오는 사진 전문가가 사람 사진을 찍듯 스튜디오에서 반려동물 사진만 전문으로 찍어주는 곳이다. 가격은 스튜디오마다 다르지만 김씨가 고른 곳은 5만원에 50매의 사진을 찍어주고, 2매를 인화해줬다. 온라인용 파일은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김씨는 “고양이가 포즈를 취할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숙련된 사진사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웃었다.

#2. 대전에서 홀로 사는 직장인 박하영(36)씨는 최근 애견 ‘뚜비’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반려동물용 전동 러닝머신’이다. 사람이 헬스장에서 이용하는 러닝머신처럼 속도·시간·거리·칼로리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기기다. 반려동물을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하도록 길들이면 혼자서도 곧잘 운동을 한다. 박씨가 고른 기기의 가격은 20만원대로, 그가 사는 원룸 월세의 절반 가격이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박씨는 “추운 날씨에 평소 주중 같이 산책할 시간이 줄어들어 강아지가 운동 부족으로 건강을 해치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걱정을 덜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반려동물 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스튜디오
본지는 1241호(2013년 12월 2일 발행) ‘사람보다 동물, 펫코노미(Pet+Economy) 르네상스’ 기사에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급성장 소식을 전한 바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 시장이 해마다 커지고 있으며, 그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2년 여가 지난 지금은 펫코노미가 한층 진화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고급화’와 ‘전문화’라는 키워드 속에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단순히 ‘사료 종류가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얘기 정도로는 펫코노미를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사료를 예로 들면, 최근 들어서는 종류가 더 다양해진 것은 물론이고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의 인기가 대표적 예다. 과거 웰빙 열풍에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음식을 내 자녀에게 먹이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가 부상했듯, 반려동물에게도 더 좋은 음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존 사료는 맛도 없고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해로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온·오프라인 수제 간식 전문점이 등장했다. 이들 전문점은 고급 식재료를 반려동물들이 먹기 좋게 사람 손으로 다듬어 요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온라인의 한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 전문점 관계자는 “동물용 식재료 대신 사람용 식재료를 썼다”며 “당연히 동물용 식재료에 비해 유통 과정이 투명하고, 유통 기한도 길다”고 설명했다. 메뉴도 사람 입맛 뺨치게 구성됐다. ‘소떡심닭갈비’는 항생제를 쓰지 않은 닭 가슴살과 농약을 쓰지 않은 국내산 채소로 요리했다. 국내산 오리 안심살을 재료로 쓴 ‘오리안심육포’도 인기다. 이런 가게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같은 반려 동물용 수제 간식 시장은 전년 대비 70~80%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양제 등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 보조 식품도 인기다. 사람이 ‘비타민C’나 ‘오메가3’를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듯, 반려동물에게도 건강 보조 식품을 먹이는 경우가 늘어서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 회사의 반려동물용 건강 보조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강아지용이 364%, 고양이용이 86% 각각 증가했다. 이들 영양제는 효능도 다양하다. 유산균 함유, 관절 보호, 피부 재생, 모근 강화, 눈 건강 증진 등 없는 것이 없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관절을 보호해주는 영양제가 특히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고령 반려동물의 관절염 예방과 회복에 효과적인 성분이 함유됐다”고 말했다.

 고령 반려동물의 관절염 예방 보조 식품도 인기
기업들은 반려동물 상품 인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용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GINIPET)’을 새로 출시했다. 회사 연구진이 3년 간 맛과 성분을 연구해 특허를 출원한 상품이다. 1.2㎏짜리 한 봉지 가격이 2만4000원으로 일반 사료보다 10배 넘게 비싸지만, 출시 3개월 만인 올 초 판매량 1만 세트를 달성할 만큼 잘 팔리고 있다. 이 회사가 전하는 지니펫의 성공 비결도 고급화와 전문화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한 원료와 상품 기획,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정관장을 통해 오랜 기간 집약된 전문적 노하우를 반려동물용 건강식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5% 유기농 원료에다 117년 역사를 통해 우수성이 입증된 정관장 홍삼을 원료로 사용했다”며 “기존 사료들의 알맹이 크기가 보통 0.8cm 이상인데 지니펫은 0.6cm크기로 동물들이 씹기 편하게끔 차별화했다”고 덧붙였다. KGC인삼공사는 올해 현재 전국에서 300곳이 넘는 판매망을 구축했고,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반려동물용 먹거리만 인기인 게 아니다. 반려동물 생활용품도 인기다. 온라인에서 15만원대에 판매되는 ‘애견 가구 풀세트’는 이른바 ‘개집’을 고급화한 상품이다. 주인이 청소하고 관리하기 좋도록 개방형으로 구성됐으며 애견을 위한 선반장과 옷장까지 있다. 20만원대의 ‘반려동물용 욕조’도 있다. 가정마다 있는 샤워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상품으로, 반려동물의 목과 발을 고정시킬 수 있어 주인과 반려동물 모두 편안하다는 게 이 욕조를 만든 업체 측 설명이다. 좀 더 돈을 쓴다면 30만 원대 ‘프리미엄 캣타워’가 있다. 고양이용 놀이터로, 고급 인조 모피를 깔아 여러 고양이가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놀 수 있다.

펫코노미의 진화는 상품 하나하나를 넘어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반려동물과 함께 이곳을 찾는 방문객 급증에 지난해 말 병원 공간의 3배가량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사람의 암 치료에나 쓰이던 방사선 암 치료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픈 반려견의 요양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도 최근 등장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위한 상조 서비스도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을 때처럼 운구에서부터 화장, 유골의 납골당 안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해준다. 업체·동물별로 다르지만 보통 30만~80만원선에 이용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심화와 상관관계 높아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2008년 처음 출시한 반려견용 보험 상품은 출시 첫 해 41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1000건 가까이가 판매됐다. 만 6세 이하 반려견을 대상으로 각종 상해와 질병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이밖에 애견 유치원, 고양이 카페 등도 갈수록 인기다. 대형마트들은 반려동물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거나, 반려동물을 위한 유치원과 호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마련, 운영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 ‘펫가든’, 이마트 ‘몰리스펫샵’, 홈플러스 ‘아이러브펫’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펫코노미의 진화는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구 자연증가 건수(전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빼서 집계)는 16만3000명으로 해당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인구 자연증가 건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간 20만 명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다가 2013년부터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반려동물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반사이익이라 칭하긴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 대신(반려동물에게) 애정을 쏟는 사례가 이전보다 일반화됐다”며 “소비자들이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걸 아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펫코노미 시대에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더 현명하게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만 선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도 최근 민·관 합동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진화하는 펫코노미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연구원,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TF 발대식을 갖고 반려동물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수립과 조직 구성, 소요예산 확보 방안 모색에 나서기로 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박스기사] 창업할 만한 펫코노미 아이템 -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승부하라
펫코노미는 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레드오션 천지인 국내 시장에서 그나마 덜 레드오션인 게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서비스 시장이며, 잘만 파고들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도 있다. 단,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 반려동물의 대소변 냄새를 잡는 전용 음료 ‘애니수(ANISU)’를 선보인 윤여길(39) 피오비 대표는 원래 호랑이를 돌보던 동물원 사육사 출신이다. 호랑이의 지독한 대소변 냄새에 곤혹을 치르다가, 집에서 여러 약재로 만들어본 음료에 대소변 냄새가 줄어드는 걸 경험한 후 시제품 출시를 거쳐 본격 창업했다.

강아지용·고양이용 음료를 따로 낼 만큼 연구와 사업에 의욕적이다. 전에 없던 신선한 창업 아이템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전국 롯데마트 10개 지점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헤어메이크업에 자신 있는 미용사라면 전국에 차고 넘치는 ‘사람용’ 미용실을 여는 길을 택하는 대신 반려동물 미용실이나 애견 미용학원 등을 여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이쪽도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 질 분위기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그래도 ‘덜’ 레드오션이다. 반려견의 경우 소형견 기준 평균 미용비용이 1회당 3만~4만원일 만큼 만만찮지만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 숙련도에 따라 고수익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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