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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의 대공습 그 후 | 쌍용자동차] 상하이차, 소통 없이 찍어 누르기 ... 마힌드라, 지배하되 간섭않는다

[중국 자본의 대공습 그 후 | 쌍용자동차] 상하이차, 소통 없이 찍어 누르기 ... 마힌드라, 지배하되 간섭않는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앤마힌드라 회장.
무쏘·코란도·렉스턴으로 이어지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의 명가’ 쌍용차는 주인이 두 번 바뀌는 굴곡의 역사를 겪었다. 2004년 중국, 2011년 인도 자본에 차례로 인수됐다. 쌍용차에 따르면 두 주인의 차이는 확연히 갈린다. 경영난을 겪던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 매각됐다. SAIC는 중국 내 자동차 1위 회사다. 상하이GM·상하이폴크스바겐 같은 합작 회사를 계열사로 뒀다. 지금보다 더 기술력이 떨어졌던 SAIC는 쌍용차를 통해 SUV 경쟁력을 키우려고 했다. 그런데 ‘제휴’라기보다 ‘간섭’이 심했다고 한다. 단적으로 대표이사를 두 명 뒀다. 한국인 대표이사와 중국인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각 부문에 중국 임원을 대거 투입했다. ‘우리식대로 경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찍어 누르는 식이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당시 쌍용차 임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SAIC는 2007년 초 필립 머터우를 수석부총재(쌍용차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그해 3월 머터우가 주도해 쌍용차 중장기 발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까지 SUV뿐 아니라 경차·세단까지 아우르는 신차 30개를 출시하고, 신형 엔진 5개를 개발해 연간 33만 대를 팔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직도 이 전략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허무맹랑한 계획이었습니다.”

SAIC 인수 후 쌍용차의 사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로디우스·카이런·액티언 같은 신차를 연속 출시했지만 판매는 바닥을 기었다. 결과가 안 좋자 SAIC는 투자에 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많은 신차 개발 프로젝트가 차례로 중단됐다. 한 쌍용차 임원은 “SAIC가 합작 회사로 출범하다 보니 독자 경영을 해보지 못해 (쌍용차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설에 ‘먹튀 자본’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노조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결국 SAIC는 2009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5225억원에 쌍용차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마힌드라는 자동차 회사를 독자 운영해본 곳이다. SUV와 트럭이 주력 차종이다. 쌍용차와 ‘죽’이 맞는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제휴도 적극적으로 해왔다. 1995년 포드, 2005년 르노와 각각 제휴를 맺었다. 마힌드라는 인수 전부터 SAIC와 달랐다. 경영진이 아닌 노조부터 인도 본사에 초청해 ‘회사를 아낀다’는 이미지부터 심었다. 인수 후 행보도 비교된다. 당시 이유일 공동관리인을 최고 경영자(CEO)로 선임해 힘을 실어줬다. 마힌드라는 “한국 기업은 한국인이 가장 잘 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경영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다만, CFO 이 외에 6명을 마힌드라 본사에서 파견했다. 각 부문에서 본사와 소통하기 위한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맡겼다. 그러다 보니 인수 후 6개월 간 컨설팅을 거쳐 심사숙고한 끝에서야 중장기 발전 전략을 내놨다. ‘지배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후 쌍용차 경영은 한국인 CEO가 사실상 도맡아왔다. 본사는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사항에 대해서만 이사회를 통해 최종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식이다. 다만,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보통 이사회와 다르다. 안건이 올라오면 이사들이 모여 점심 도시락을 시켜 먹으면서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난상 토론을 하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쌍용차는 최근 소형 SUV ‘티볼리’ 돌풍을 타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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