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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엔 하나의 중국만 있다”

“세계엔 하나의 중국만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 3월 1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네네 막두올 가예 감비아 외무장관과 외교 관계 복원 연합공보에 서명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3월 17일 서부 아프리카 소국 감비아와 외교 관계를 회복하면서 차이잉원 차기 대만총통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압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네네 막두올 가예 감비아 외무장관은 같은 날 외교부 청사에서 1995년 중단된 양국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연합공보’에 서명했다. 양국은 연합공보를 통해 “감비아는 세계엔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전중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합법정부로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민당 정부를 배려해 감비아와 복교하지 않았던 중국이 ‘92년 컨센서스’(‘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차이잉원에 대해 외교 수단을 통해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감비아와의 복교는 시작에 불과하며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원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본격적으로 대만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대만 언론은 전망했다.

인구 200만의 소국 감비아는 양안이 수교를 위해 치열하게 쟁탈전을 벌였던 대상이다. 1968년 대만과 먼저 수교했던 감비아는 1974년 단교 후 중국과 수교했다. 1995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신정부는 중국과 단교한 뒤 대만과 복교를 선언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감비아는 2008년 마잉주 총통 취임 다음날인 5월 21일 거액의 무상 원조와 채무 탕감을 요청했다. 2011년 12월 감비아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해병대 1000명을 파병해 중국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것”이라며 중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감비아는 2013년 11월 14일 돌연 “전략적 이익”을 이유로 또다시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다. 감비아는 마잉주 총통 임기 8년 중 대만과 단교한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중국은 감비아와 복교를 추진하지 않아 친중 정책을 펼친 마잉주 정부에 대해 중국이 선의의 ‘외교 휴전’을 지킨 것으로 해석됐다.

왕이 부장은 17일 수교 관계 회복 서명식을 마친 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것은 중국이 어떤 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거나 발전시키는 전제이자 정치적 기초”라며 “지난 2년간 감비아는 성의와 결심을 보여줬고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감비아 대표단을 접견한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역시 “양국의 국교 회복은 역사 조류와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대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원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대만 언론은 전망했다.
대만 외교부는 즉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 대만판공실로부터 사전에 감비아와 복교 소식을 전달받은 대만 대륙위원회는 “양안간 상호 신뢰 기초를 손상시키고 향후 양안관계의 발전에 충격을 불러올 행동”이라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의 안펑산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양안의 평화적 발전을 촉진하려는 정책에 변함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침 인구 30만의 중남미 소국 벨리즈를 방문 중인 마잉주 총통은 “바로 이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무척 부당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겠다”고 말하고 대만 외교부와 대륙위원회에 세부 내용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감비아 복교에 대해 샤먼대학 대만연구원의 류궈선 원장은 “대만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차이잉원 총통에게 ‘하나의 중국’ 인식 문제를 회피하지 말 것을 상기시키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천이신 대만 단장대학 미주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구두 위협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으로 차이잉원 경고에 나선 것”이라며 “이번 수교 회복은 시작에 불과하고 대만의 기존 수교국인 파라과이·파나마·니카라과 등 최소 5개국이 중국과 수교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만일 중국이 차이잉원 총통의 5월 20일 취임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오는 5월23일 대만이 38년만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대회(WHO) 총회 초청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17일 서면 답변을 통해 “감비아와 복교 시점은 양국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복교가 누구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감비아에 대한 중국의 거액 자금 제공설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루캉 대변인은 “양국의 상호 존중과 평등한 신뢰관계, 호혜호리 기초 원칙 위에 복교가 이뤄진 것”이라며 부인했다.

한편 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 3월 18일 대만 중국시보를 통해 파나마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과 수교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진 부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남미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40분간 만난 파나마 총통은 “대만 총통 선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승리하면 곧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말한 뒤 외교 당국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양안 수교국 숫자는 1969년 각각 44개, 67개 국으로 대만이 중국을 앞섰으나 1971년 대만이 유엔서 퇴출되면서 66대 54로 역전됐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바티칸과 대양주, 중남미 소국 등 22개로 줄어든 상태다.

한편, 대만의 양궈창 국가안전국장은 지난 3월 17일 입법원(의회)의 외교안보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향후 대만 압박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장 격인 양궈창 국장은 “5월 20일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연설에 불만을 느낄 경우 중국은 ▶양안간 협상 채널을 차단하고, ▶중국 관광객의 대만 관광을 금지한 뒤 ▶외교적 수단을 통해 대만을 ‘고립’시키려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베이징=신 경 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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