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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세대 노리는 코닥의 후예

밀레니엄 세대 노리는 코닥의 후예

코닥 알라리스는 SXSW에서 ‘추억 관측소’라는 제목의 설치미술 작품을 통해 코닥 모먼츠 앱을 발표했다.
기업들은 밀레니엄 세대(1981∼1997년생)를 잡으려고 머리를 싸맨다. 그 연령층의 규모와 잠재적 구매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없다면 기업인에겐 무료한 자유 시간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그런 건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는 휴대전화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진을 많이 저장해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진을 인화하도록 유도하기는 너무도 어렵다.

코닥 알라리스(Kodak Alaris)는 한물 갔지만 여전히 막강한 상징적인 브랜드 코닥의 도움으로 그런 상황을 바꾸고 싶어 한다. 2013년 파산으로 치닫던 이스트먼 코닥에서 분리된 디지털 이미징 회사다. 코닥 알라리스는 사진 공유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새로운 ‘코닥 모먼츠(Kodak Moments)’ 앱으로 코닥 브랜드의 부활을 꿈꾼다. 코닥 모먼츠는 지난 3월 1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막한 미디어산업 컨퍼런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발표됐다. 사용자가 텍스트, 레이아웃, 편집 도구를 사용해 자신의 사진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또 시대에 맞게 SNS 플랫폼도 거기에 포함된다.

코닥 알라리스의 모바일 담당 부사장 데이비드 뉴호프는 소셜 미디어를 최대한 이용해 소비자가 사진을 더 자주 인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쇄된 사진을 원하는 소비자는 1년에 4차례 정도 사진을 인화한다. 우리는 그 횟수를 10∼12배로 늘리려고 한다. 코닥 모먼츠 앱을 우선은 매달 사용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매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당연히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사진 공유 플랫폼이 필요한지 여부다. 뉴호프 부사장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경쟁하기 위해 코닥 알라리스를 개발하진 않았다며 그보단 그런 플랫폼과 함께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규모가 큰 소셜 미디어에서 기대할 수 없는 서비스를 코닥 모먼츠는 제공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성가신 광고나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지 않는 플랫폼을 말한다.뉴호프 부사장은 “인스타그램의 경우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상업적으로 이용당한다는 얘기다. “그런 플랫폼은 사용자의 사진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그에 맞춘 광고를 보여주며 여러 잡동사니와 소음으로 사진을 에워싼다.”

코닥 모먼츠는 성가신 광고나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지 않는 SNS 사진 공유 플랫폼을 제공한다.
뉴호프 부사장은 얼마 전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미국인 760명을 대상으로 코닥 알라리스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소셜 미디어를 ‘피상적’인 도구로 생각한다. 아울러 특히 선거가 있는 해는 잘 알려진 SNS의 시각적 오염이 너무 심해 지긋지긋할 정도라고 그들은 말했다.

뉴호프 부사장은 코닥 알라리스가 그런 소음을 말끔히 없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코닥 알라리스는 미국의 타깃 등 대형 할인매장에 설치된 사진 인화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이미징 사업으로 수익을 올린다. 이제 코닥 모먼츠 앱으로 사용자들이 낱장으로나 앨범 등으로 사진을 더 많이 인화하도록 유도하면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스트먼 코닥은 2016 CES에 복고적인 제품 슈퍼8 필름 무비 카메라를 전시했다.
이스트먼 코닥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탄생한 코닥 알라리스는 영국의 코닥 직원에게 연금 수당을 지급하는 코닥연금기금이 소유한 완전히 별도의 회사다. 이스트먼 코닥은 코닥 알라리스와 달리 그래픽 아트 인쇄 같은 B2B 사업에 주력한다. 물론 이스트먼 코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국제가전박람회(CES)에 복고적인 제품 슈퍼8 필름 무비 카메라를 등장시키는 등 나름대로 깜짝쇼도 연출한다.

하지만 브랜드로서 ‘코닥’이란 이름은 고색창연한 산업시대의 유산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코닥 본사가 있었던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는 이제 활기 잃은 공업 도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코닥 알라리스의 소비자 이미징 담당 사장 니키 존그론은 “‘코닥’이란 브랜드는 지금도 세계의 모든 소비자가 즉시 알아보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문제는 그런 코닥의 이미지를 21세기 소비자 습관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사진 인화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 코닥 모먼트(Kodak moment,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을 가리키는 관용어)란 정서적인 체험의 성격이 강하다.”

코닥 알라리스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컨벤션 센터에서 전형적인 SXSW 방식으로 ‘추억 관측소’라는 제목의 설치미술 작품을 통해 코닥 모먼츠 앱을 발표했다. 방문객이 어두컴컴한 입구로 들어가 사이키델릭 음악이 흘러나오고 거품 형태의 의자가 있는 곳에서 휴대전화 속의 사진과 추억을 코닥 모먼츠 앱으로 공유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다중감각 미디어 프로젝션으로 그 사진과 추억을 방문객에게 다시 보여줬다. 올해 SXSW에서 가장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던 행사였다. 작품 설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마코스 루톈스가 지휘했다.

형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변덕이 심한 밀레니엄 세대의 마음을 그런 서비스로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동안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구매력을 생각하면 밀레니엄 세대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그들도 영원히 젊은 세대로 남아 있을 순 없다.

뉴호프 부사장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디지털 관점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삶에 약간 일찍 수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대학생이 기숙사 방 벽에 붙일 사진을 인화하고 싶어 한다. 그 다음 그들이 결혼해 아기가 생기면 사진을 인화할 일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 크리스토퍼 자라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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