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카드 창업자 조정일 대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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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마트카드 창업자 조정일 대표

한국 스마트카드 창업자 조정일 대표

“대 표이사 연대보증 풀어줘야 한국 벤처 살아난다”
“돈 보다 일이 재미있다… 재산은 그저 종이나 숫자다”

코나아이 조정일 대표는 한국 스마트카드의 선구자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해 기술력만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창업자의 표상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람에겐 ‘전설’로 불린다. 그런데 전설이면서도 늘 새로운 일을 만들고 제2의 창업을 준비한다. 3월 1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있는 코나아이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의 창업 철학을 들었다.



세계 처음으로 전자화폐 기반 교통카드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 처음부터 전자화폐 사업을 하려고 했다. 1997년 7월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는데 9월에서야 사표가 수리됐다. 전자화폐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 해 12월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은행이 전자화폐 고객인데 은행부터 망할 지경이어서 사업을 틀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이었다. 그래서 세계 첫 전자화폐 기반 교통카드를 개발하게 됐다.



당시 교통카드 개발사가 많았는데 어떻게 선두업체가 됐나.


교통카드 제작만 봐선 특별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버스의 시스템을 살폈다. 당시 버스 사업자는 버스 1대당 단말 시스템에 많은 돈이 들었다. 요즘이냐 GPS나 내비게이션 등이 보편화돼 있지만 18년 전엔 운행기록을 모두 잡아내 배차 간격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버스사업자가 버스마다 타코메타나 안내방송, 계기카운터를 일일이 달아야 했다. 교통카드 단말기로 각종 부가적인 시스템을 하나로 해결해주면서 버스 사업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부산에서 시작한 교통카드 ‘하나로’에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태국 전자주민증 발급 사업을 수주했다. 국가 기간 산업에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입찰할 수 있었나.


전자주민증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20%가 넘어 당시 세계 유수의 6개 컨소시엄이 입찰했다. 우리는 태국 로컬 기업과 합작해 단독 컨소시엄으로 들어갔다. 운이 좋았다. 입찰 직전에 탁신 태국 총리가 부정부패로 물러난 터라 태국 군부가 국가 사업 입찰을 공정하게 추진해야 한단 여론의 압력을 받았다. 그래서 중소기업도 기술력만 있으면 입찰할 수 있었다. 그 경험으로 이란이나 남아공에 건강보험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업도 딸 수 있었다.



교통카드·전자화폐로 승승장구했는데 2003년부터 생소한 스마트카드 OS로 사업을 전환한 이유는.


기술을 개발해도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한계에 봉착한다. 교통카드나 전자화폐는 인프라사업이라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쉽지 않았다.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금융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여력이 부족해서 사업을 전환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투자했는데 한국시장이 작아서 성장이 한계에 닿았다. 2004년엔 적자가 크게 나서 투자가 어려웠다. 결국 마이비나 교통카드 시스템 사업을 매각해 300억원을 만들었다. 그걸 스마트카드 OS 비즈니스에 투자했다. 2006년에야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코나머니는 또 한번의 업종전환인데, 창업자로서 어떻게 확신을 밀고 갈 수 있나.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만족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좋은 걸 만들고 고객이 인지하고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고 견뎌야 한다. 그걸 못 견디면 변화를 안 하게 된다. 사업하는 사람은 확신이 생기면 일단 지르고 봐야 한다. 창업을 한 오너기업가의 특징인데, 그래야 과감한 업종전환이 가능하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창업자로서 최고의 덕목은 무엇인가.


도전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온다. 도전을 안 하면서 기회를 바랄 순 없다. 그러나 도전하면 고통스러운 과정이 뒤따른다. 그걸 견디면 성공한다.



견디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해외에 나가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누군가와 경쟁할 때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다만 직원들이 좌절시킬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소한 실수인데도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 땐 정말 힘들다. 책임 있게 행동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끊임없이 끌어올려주고, 실망하고 다시 시도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템을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든 아이디어든 명확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그걸 구현하려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그만한 투자가 돼야 한다. 아이디어-돈-사람이 잘 맞아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



어떤 제도가 가장 큰 문제인가.


대표이사 연대보증이다. 벤처기업이 창업을 하려면 금융거래를 할 때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 법인과 개인이 분리돼 있는데 법인의 책임을 왜 개인이 져야 하나.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했다가 망했는데 책임은 개인이 뒤집어 써야 한다. 그럼 누가 위험감수를 하면서까지 도전을 하겠나. 그러니 불안한 기업인이 뒤로 돈을 빼돌리려 하고 경영이 불투명해지는 거다. 배임·횡령을 강하게 처벌하려면 법인과 개인의 책임부터 명확히 구분해 줘야 한다. 한 미국 기업인이 ‘한국은 왜 법인이 망하는 걸 대표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되묻더라. 대표이사 연대보증은 금융기관의 심리적 안정 수단일 뿐이다. 금융기관이 법인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면 연대보증은 필요 없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투자를 못 받는 창업가가 많다.


투자분위기가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2002년도 이후에 창업한 기업 중에 코스닥 상장 순위 100위에 드는 기업이 없다. 그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버블이 있었다. 버블은 긍정적인 면에서 아이디어-기술-돈을 엮어준다. ‘묻지마투자’로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사람을 모았다. 그래서 네이버같은 벤처기업이 나온 거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경직된 투자환경에선 크게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아무도 가지 않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어떤 각오를 가져야 하나.


5년 버티면 10년 가고, 10년 버티면 20년 간다. 20년을 버티면 40년 간다고 생각하라. 창업자는 망해야 본전이다. 원래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니 잃어도 그냥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도전할 수 있다. 재벌 2, 3세와 창업자가 다른 점이 그런 도전 정신이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한 사람은 적다


아이템을 잘 잡아내는 것도 내공이 필요하다. 본인에게 (아이템이) 안보이면 (사업을) 못한다. 자기가 고민하고 분석하고 사회를 보고, 패러다임 변화를 내다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뭘 할 건가 전망해 보면 사업 아이템이 나온다. 기업은 연속성이다. 지금 하려는 사업 아이템을 10년 후에도 내가 할 거라고 생각하면 (사업을) 시작하라. 10년 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으면 창업 하지 마라. 기업은 오늘 잘되고 내일 망하면 기업이 아니다. 연속적으로 쭉 돼야 한다. 그런 사업테마를 골라야 한다.



재산을 모으는 것이 창업가의 목표 아닌가.


돈보다 일이 재미있다. 사업을 1800만원으로 시작했다. 지금 재산이 1000억원 정도되는데, 이걸 내 재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종이(지폐)고 숫자다. 돈을 벌었다고 생활이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매일 직원들과 일하면서 실랑이하고 김밥 먹으면서 일하는 게 일상이다. 재산은 내 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돈을 벌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옛날 4000만원짜리 인천에 있는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정도다. 창업했다고 해서 소유의 개념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 글 박상주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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